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이 역대 비지상파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9일자 18회 방송에서 ‘SKY캐슬’은 22.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을 기록해 2017년 1월21일자 tvN 드라마 ‘도깨비’ 마지막회 시청률 20.5%를 넘어서며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록을 갈아치웠다. ‘SKY캐슬’의 첫 방송 시청률은 고작 1.7%였다.

‘SKY캐슬’은 수준 높은 극본과 연출로 9주 연속 시청률 상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16회 19.2%, 17회 19.9%를 기록한 뒤 18회에서 기어코 20%의 벽을 무너뜨렸다. ‘SKY캐슬’은 18회 방송에서 수도권시청률 24.5%를 기록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더욱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 JTBC '스카이캐슬'의 주인공들. ⓒJTBC
▲ JTBC '스카이캐슬'의 주인공들. ⓒJTBC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신문지면에서도 뜨겁다. 첫 방송이 나간 2018년 11월23일부터 1월 21일까지 ‘SKY캐슬’로 검색되는 지면기사는 388건. 중앙일간지의 지면기사도 71건이나 됐다. 언론은 ‘SKY캐슬’의 인기를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SKY캐슬’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해당사자인 ‘교육’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주요한 플롯인 한국의 교육열은 미국만화 ‘슈퍼윙스’의 소재로 쓰일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마 넷플릭스를 통해 ‘SKY캐슬’을 접하게 될 해외시청자들은 차민혁(김병철 분)의 집에 놓인 ‘거대 피라미드’와 전교1등 강예서(김혜윤 분)의 방에 놓인 ‘스터디큐브’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예서가 쓰는 이 큐브는 최저가 245만원으로 실제 판매중이다.

▲ JTBC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SKY캐슬'의 한 장면.
‘SKY캐슬’은 과거 입시 드라마와 달리 입시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제가 맡은 이상, 예서는 결코 범인이 되어선 안 됩니다. 그러자면 희생양이 필요할 텐데. … 이제 마지막 3학년1학기 내신만 퍼펙트하면 서울의대는 문제없습니다. 자, 어떻게 할까요.” 예서 엄마 곽미향(염정아 분)은 딸의 서울의대 합격을 위해 학습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이란 악마와 손을 잡는다.

김주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려놓기 위한 입시수단이자 부모들 가슴속 욕망의 분신이다. 드라마는 사교육을 받지 않지만 공부를 잘하고, 친구들에게 필기노트를 보여주던 착한 우주(찬희 역)를 감옥에 보내버리는 식으로 현실을 묘사한다. 그리하여 ‘SKY캐슬’은 입시에 목메는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다큐멘터리이자 명문대 합격을 위해 달려가는 부모들의 블랙코미디를 선보인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는 1회에서 아들을 서울의대에 보내며 모두의 부러움을 받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 장면을 시작으로 죽음에 담긴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다 이후 예서의 경쟁자인 김혜나(김보라 분)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시즌제 장르물에 익숙해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들어맞았다.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한 장면.
▲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한 장면.
정확히 30년 전 ‘SKY캐슬’처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가 있다. 1989년 개봉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주인공 은주(이미연 분)는 부모님의 성적압박에 화장실도 못가며 공부하다 의자 아래로 흘러내리는 소변을 본 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한다. 1등이었던 은주는 ‘무려’ 7등을 했다. 우울한 교육현실을 보여준 영화는 또 있다. 1997년 ‘비트’에서 우등생이었던 로미(고소영 분)는 성적비관으로 친구가 지하철 선로로 투신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방황하며 대학 대신 정신병원으로 향하지만 민(정우성 분)에게는 자신을 미국 유학생으로 소개한다.

1994년 ‘고교 자퇴생’ 서태지는 3집 앨범에 수록된 ‘교실이데아’를 통해 매일 아침 7시30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수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다며 절망적인 교육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선언한다. ‘SKY캐슬’은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듣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비트’를 보면서도 입시경쟁을 뚫고 검사가 되고 의사가 된 이들과, 이들을 동경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 JTBC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SKY캐슬'의 한 장면.
명문대가 모두의 목표가 되는 세상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역사적 정권교체를 이뤘던 김대중 정부 첫해였던 1998년,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의 이해찬 교육부장관은 교육정상화를 강조하며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무시험 대학 전형이란 새로운 대입제도를 만들었다. 야간자율학습, 모의고사가 폐지됐다. 당시 학교에선 ‘종이접기’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소리가 들렸고, 이해찬 세대였던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일단 PC방으로 향했다. 물론 부모의 목표는 변함없이 ‘SKY’였다.

‘SKY캐슬’은 그저 과열된 입시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꿈이 없는 기성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 드라마는 아이들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라, 부모들을 위한 드라마다. 학력고사 전국1등에 서울의대를 나온 강준상(정준호 분)의 대사에 이 드라마의 핵심이 담겼다. 그는 어머니 앞에서 절규하며 이렇게 말했다.

▲ JTBC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SKY캐슬'의 한 장면.
“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어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학력고사 전국1등까지 했고, 어머니가 의대가라고 해서 의사됐고, 어머니가 병원장되라고 해서 그거 해보려고 기를 쓰다가, 내 새낀 줄 모르고, 내가 죽였잖아요. 저 이제 어떻게 하나구요. … 이 판국에도 체면이 중요하세요. 날 이렇게 만든 건 어머니라구요. 그까짓 병원장이 뭐라고. 내일모레 쉰이 되도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놈으로 만들어놨잖아요. 어머니가.”

‘흙수저’ 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와 차장검사를 거쳐 로스쿨 교수를 하고 있는 차민혁의 대사에도 역시 드라마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구는 피라미드가 아니라 둥글다”며 아버지에 맞서는 자식을 향해 차민혁은 이렇게 말했다. “아빠도 젊었을 때 화염병 꽤나 던졌어. 하지만 청춘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 인생에서 중요한 건 우정·의리가 아니야. 니들 위치야. 피라미드 어디에 있느냐라고.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계급’을 달고 살아갈 운명에 놓여있다. 그 끝없는 피라미드와 인정투쟁 속에 사회는 병들고 삶은 만신창이가 된다. 의사와 교수의 집안이 모여 있는 ‘SKY캐슬’도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다. 김주영의 말처럼, 우리는 “영영 나오지 못할 지옥 불”에 살고 있다. 입시 하나로 나의 평생의 삶이 ‘평가’받는 그 지옥 불이다. 그리하여 드라마 속 ‘SKY캐슬’은, ‘실패한 낙원’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실패한 낙원’을 탁월하게 묘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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