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차관에 김희경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관보가 임명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처 및 언론기관장에 동아일보 출신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차관에 김희경 문체부 차관보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 차관을 두고 언론인, 아동 인권·청소년 활동가, 문체부 차관보를 거치면서 축적한 소통능력과 조직관리 역량을 토대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평등 포용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김희경 신임 여성가족부 차관은 동아일보 출신이다. 김희경 차관은 지난 199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국제부 차장을 거쳐 인터넷뉴스팀장까지 역임한뒤 2009년 퇴사했다. 그후 세이브칠드런이라는 아동인권 단체 등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에 발탁됐다.

김 차관은 지난 2013년 1월 참여사회와 인터뷰에서 동아일보를 두고 “동아일보에서 2009년까지 18년 동안 일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세무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동아일보도 정론지였다. 입사할 때만 해도 공정 보도의 기준이 분명했기 때문에 기사가 우리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 해도 노력하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동아일보 퇴사 이유로 동아일보의 용산참사 보도를 들어 “우리의 기대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용산 참사를 대하는 동아일보의 보도 태도는 더 이상 제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기사는 ‘검찰에 의하면’으로 온통 도배돼 있었다. 전 사회부 기자 시절에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검증할 것, 이게 제가 아는 기자였다”고 말했다.

▲ 김희경 신임 여성부 차관.  사진=청와대
▲ 김희경 신임 여성부 차관. 사진=청와대
김 차관은 동아일보에서 같은 시기에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기자생활을 함께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유진룡 인사청탁 거부 사건과 관련 윤 전 수석과 함께 적극 비판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유진룡, “청탁거절 조사받은 증거 보관”(2006년 8월12일자)’ ‘[유진룡 前문화차관 경질파문]“낙하산 막은게 직무회피냐”(2006년 8월11일자)’ 등.

김 차관 외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동아일보 출신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윤영찬 전 수석은 새 정부의 초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한 뒤 지난 1월 인사에서 교체됐다. 윤 전 수석은 1990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차장, 노조위원장, 문화부 차장을 하다 2007년 12월 퇴사했다. 그후 네이버에 영입돼 부사장까지 지낸 후 2017년 4월 문재인 대선후보 SNS 공동운영본부장을 맡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동경특파원, 논설위원, 국제부장을 지낸 뒤 2000년 2월 퇴사한 뒤 그해 4월 총선에서 16대 국회의원(전남 함평)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기만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도 동아일보 출신이다. 동아일보 프랑스특파원, 정치팀 팀장,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1999년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을 맡았다. 청와대 춘추관장, 17대 국회 국회의장실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도 동아일보 출신이다. 민 이사장은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논설위원, 출판국장을 하다 2005년 퇴사한 뒤 이듬해 간행물윤리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 문재인 후보 미디어특보단장을 맡았다.

이밖에도 이명재 뉴스통신진흥회 사무국장, 조병래 한국방송광고공사 비상임이사, 김창희 언론중재위원회 5중재부 위원 등이 동아일보 출신이다. 모두 새 정부에서 임명됐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언론계 출신 인사를 따져보면 청와대의 경우 MBC 출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한겨레 출신 김의겸 대변인과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문화일보 출신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 경향신문 출신 최우규 전 연설기획비서관(최근 면직), KBS 출신 고민정 부대변인 등이 있다. 여기에 경향신문 출신 이인숙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은 최근에 합류했다.

국무총리실 총리 비서실장의 경우 부산일보 출신 배재정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까지 맡았고, 현재는 중앙일보 서울신문 출신의 정운현 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이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된 정재숙 청장은 한겨레와 중앙일보 출신이다.

대체로 따져봐도 동아일보 출신들이 다른 언론인 출신 청와대와 정부, 유관기관 요직들보다 많다.

이를 두고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누구나 직업 선택 자유가 있지만 (언론인이 정치권과 공직 등으로 옮길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언론인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을 넘어서는 동아일보와의 관계와 인맥이 작용하기를 기대하거나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5년 간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광고비를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일간지 정부광고비 집행현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정부광고비를 가장 많이 받은 신문사 1위는 동아일보, 2위 조선일보, 3위 중앙일보다. 동아일보는 513억원의 정부 광고비를 받은데 비해 조선일보는 460억원, 중앙일보 449억원 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정부 광고는 각각 247억원, 239억원으로 조중동의 절반 규모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정부 광고를 많이 받았다.

▲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사진=청와대
▲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사진=청와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