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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열린 지만원의 가짜뉴스 웅변대회

한국당 ‘5.18진상규명 공청회’ 북한군 개입 주장… 유가족 “혼자 지껄이다 말겄지 했는데 국회까지 왔어”

2019년 02월 08일(금)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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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란 이름의 해괴한 행사가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회의실 앞은 행사 시작 전부터 행사참가자와 행사반대자 사이 욕설과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도 쉽게 목격됐다. “김정은 개XX 해봐!”, “가짜 유공자들!” 같은 막말이 들려왔다. ‘아수라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국회에서 이러한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공안검사 출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군인 출신 이종명 의원이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회의원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곳을 지나가자 “배신자”라는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대회의실은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800여명의 중장년층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모두 기립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을 했다. 행사장엔 개인 유튜브 채널의 촬영기기로 보이는 스마트폰 20여개가 생방송 중계에 나섰다.

▲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현장. ⓒ정철운 기자
▲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현장. ⓒ정철운 기자
이날 행사장의 스타는 대국민공청회의 발표자로 나선 지만원씨였다. 지만원씨는 5·18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부대원 600여명이 내려와 일으킨 폭동으로 왜곡하며 5·18 기록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제1광수, 제2광수, 제3광수 등으로 지목하며 이들이 북으로 가 요직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이미 대법원에 의해 허위로 판명 났다.

앞서 1980년 광주에 파견된 북한 특수부대원으로 지목된 일명 ‘탈북 광수’ 11명은 지난달 16일 지만원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탈북민들은 북한정권 반대 투쟁의 선봉에 계신 분들”이라며 “그분들을 간첩이라 한 지만원씨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자유한국당 당대표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은 동영상 축사에서 “제가 제일 존경하는 지만원 박사님”이라고 운을 뗀 뒤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물러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종명 의원은 지만원씨가 1980년 광주에 있었던 북한군이라 주장해온 ‘광수’ 사진들을 가리켜 “이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이 북괴군이 아니라 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주장하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 의원 주장은 거짓이다. 지난해에도 지만원씨가 북한군으로 지목한 ‘73광수’가 자신이라며 나타난 지용(76)씨가 “무지하게 열 받는다”며 지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현장. 행사를 비판하는 시민들과 행사 참가자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정철운 기자
▲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현장. 행사를 비판하는 시민들과 행사 참가자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 ⓒ정철운 기자
행사 도중 행사장 맨 뒤편에서 10여명의 5월단체 사람들이 “광주를 모욕하지 말라”,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구호가 적힌 소형 현수막을 펼치고 항의하고 나섰다. 그러자 “빨갱이를 쫓아내라”, “간첩이다”라며 욕설이 난무했고 행사 사회자는 “애국동지 여러분, 밀어내세요”라고 소리쳤다. ‘소란’을 잠재운 이들은 북한이 제작한 5·18 관련 영상을 수십 분 간 묵묵히 시청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렇게 국회에서 지만원의 ‘5.18 가짜뉴스 웅변대회’가 시작됐다.

이날 광주에서 올라온 5·18희생자 유가족들은 행사장 바깥 복도에 주저앉아 분통을 터뜨리며 눈물을 삼켰다. 한 유가족은 “지만원이 혼자 지껄이다 말겄지 했는데 여까지 왔어. 국회까지 왔어. 신성한 국회를 망쳤어. 장소를 만들어준 자유한국당이 문제야. 이게 뭔 국회야”라고 소리쳤다. 행사장 바깥에선 몇 시간 내내 고성이 오가며 멱살잡이가 반복됐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지만원 씨는 전두환 편에 서서 허위사실로 5.18과 광주를 모독해 이미 법정에서 배상판결까지 받은 당사자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인사를 ‘5.18 진상조사위’에 추천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이제는 운운하기도 민망한 헛소리에 동조하고 마이크를 쥐어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현장. ⓒ정철운 기자
▲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 현장. ⓒ정철운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행사를 두고 “자유한국당의 5.18 역사 인식이 지만원의 망상에 기댄 참담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 왜곡에 동조하고 지금도 고통 받는 5.18 피해자와 광주의 원혼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지만원씨가 준비한 발표 자료집 마지막 대목은 이랬다. “광주는 우리의 적입니다. 5·18은 좌익과 우익의 총력전입니다. 여기에서 패하면 적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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