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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공부 방해” 노조에 호통친 조선일보

조선일보, 서울대 ‘파업 때리기’ 최다 보도… “노조 파업=공부 방해”만 부각, 왜 파업하는지 없어

2019년 02월 11일(월)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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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적법하게 파업권을 확보했음에도 언론은 파업 배경은 외면하고 학생들 공부를 방해한다는 불편만 강조한다. 가장 적극적인 조선일보는 “조카뻘 학생들 공부를 방해해 복지비 인상하려는 노조에 혀를 찬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시설노동자 파업 비판보도에 전국 일간지 중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보도도 지난 4일 중 일요일을 제외한 3일 동안 꾸준히 나갔다. 지난 8일 “‘성과급 달라’ 도서관 난방 끈 서울대 관리직”, 지난 9일 “패딩에 핫팩… 민노총이 난방 끊자 '냉골 서울대'” 기사에 이어 11일 “‘냉골 서울대’ 만들어 놓고… 민노총 노조, 학생들에 핫팩 700개 전달” 제목의 기사를 냈다.

11일엔 사설과 기고도 실렸다. 파업으로 애꿎은 학생만 불편을 겪는다는 기사 내용이 압축적으로 담겼다. 조선일보는 “한파주의보 속 도서관 난방 끊은 민노총 서울대 노조” 제하 사설에서 “대학본부, 총학생회가 도서관만은 난방을 유지해달라고 했지만 노조는 듣지 않았다고 한다”거나 “조카뻘, 동생뻘 되는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게 방해해 휴가비나 복지비를 인상시키겠다는 노조”라 비판했다.

▲ 2월8일 조선일보 12면
▲ 2월8일 조선일보 12면
▲ 2월9일 조선일보 10면
▲ 2월9일 조선일보 10면
▲ 2월11일 조선일보 10면
▲ 2월11일 조선일보 10면
▲ 2월11일 조선일보 사설
▲ 2월11일 조선일보 사설

도서관 난방 시설은 지난 7일부터 가동이 중지됐다.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다.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분회(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조합원 130여명은 지난 7일 오후 대학본부 등 3개 건물 기계실을 점거해 난방 장치를 끄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중앙도서관 난방이 중단됐다.

파업 원인은 교섭 결렬이다. 기계·전기분회는 아직 2017년 기준 임금을 받고 있다. 2018년에는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아예 체결하지 못했다. 노사는 지난 9월부터 12차례 정도 교섭을 열었지만 평행선을 달렸고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쳤지만 중지됐다. 조정 중지는 노조에게 법적인 파업권이 주어졌단 뜻이다. 노조는 지난 1일 학교와 업체가 노조안을 최종 거부하자 7일 파업에 나섰다.

조선일보 기사엔 적법절차에 따른 합법 파업 여부는 나오지 않는다. 행정고시, 변리사시험 등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연구원생이 겪는 불편함만 구체적으로 취재돼있다. 교섭 결렬엔 학교 책임도 있지만 기사 5건 어디에도 서울대 협상 태도를 지적하는 부분은 없다.

노동법을 몰이해한 논리 비약도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인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도서관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유지업무 사업장 ‘응급실’에 비유했다. “병원 파업에서 응급실을 폐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금기이듯, 대학 파업에서도 우리 공동체를 이끌 미래 인재들의 공부와 연구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는 금기”라는 논리다. 조선일보 사설도 같은 논리였다.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장 목록에 교육기관은 없다. 대학 도서관은 필수유지업무 사업장도 아니다. 필수유지업무는 “업무가 정지될 때 공중의 생명·건강이나 신체 안전 등이 현저히 위태롭게 되는 업무”로 파업규모가 일부분 제한된다. 필수공익사업은 항공·운수·수도·전력·가스·병원·혈액공급·통신 등 대부분 국가기간사업이다. 조선일보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을 여기에 빗댔다.

▲ 2월11일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겸 중앙도서관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 2월11일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겸 중앙도서관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 2월8일 한국경제 29면 및 2월11일 동아일보 16면
▲ 2월8일 한국경제 29면 및 2월11일 동아일보 16면

조선일보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 입장만 전했으나 서울대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파업지지 대자보를 붙인 사회학과 학생회의 이민주 학생회장(21)은 “이런 중대 업무에 대해 대학은 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선택하도록 했는지”를 물었다.

이민주 회장은 “대화를 거절한 것은 학교 본부였고,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과 복리후생을 지급하지 않은 것도 대학”이라며 “이를 언급하지 않고 학생들 불편함만 언급하는 기사는 도리어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학생들을 기만하는 기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설노동자들 요구는 ‘기존 약속을 지키고 차별하지 말라’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성실한 단체교섭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 △복지비·기타수당 차별없이 지급을 요구한다. 시중노임단가(2018년 8만7177원) 지급은 서울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전의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 조건이었다. 시설노동자들은 대학 사무직은 받는 명절휴가비, 성과급, 상여금, 가족·주택대여·대우 등 3가지 수당을 일절 받지 못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이들은 용역회사 소속 비정규직이었다가 작년 2월 정규직인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런데 성과급·명절휴가비·복지포인트에서 기존 행정직과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파업을 벌이는 것”(11일 사설)이라 평했다. “당장 모든 직원 처우를 똑같이 해 줄 예산이 어디 있나. 높은 경쟁을 뚫고 채용된 기존 정규직들은 가만있겠나”고도 덧붙였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은 ‘도서관 난방만 가동시켜달라’는 말은 결국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라는 것이라 평했다. 그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노동자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곳을 마비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파업 전술”이라며 “스페인 청소 노동자들 파업 때, 마음 착한 한국 유학생들이 자원 봉사단을 조직해 거리 청소를 하러 나왔다가 시민들 항의를 받고 쫓겨난 적이 있다. ‘지저분해질수록 파업 효과가 높아진다. 당신들은 지금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들 항의 내용이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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