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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 안녕하십니까

전두환 호칭 어떻게 해야 할까…방송은 대부분 ‘씨’로 표현, 신문은 ‘전 대통령’ 표기

2019년 03월 11일(월)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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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구속기소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지 23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선다.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고, 11일 광주 법원에 출석키로 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전두환 법정 출두 소식을 전하면서 언론은 전두환의 호칭을 전씨로 표현하고 있다.

KBS는 리포트 첫머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후 “전씨 재판”, “전씨가 법정에 선 것은”이라며 전두환의 호칭에 씨를 붙였다. 이날 오전 연희동 자택 앞에 나가있는 취재기자와 연결했을 때도 “전씨의 모습, 보입니까”라고 앵커가 물어보기도 했다.

MBC도 첫 머리에서 “이번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5·18 때 계엄군이 실제로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는지 여부와 사격이 있었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일부러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썼는지이다”고 하면서도 본문에서는 전씨라고 호칭했다.

SBS 첫 머리부터 “11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 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한다”고 보도했다.

지상파 3사는 혼용해 쓰긴 하지만 전두환를 대체로 ‘전씨’로 부른다.

TV조선도 첫 머리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광주지법은 전씨가 재판에 두차례 불출석하자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전씨가 이번 재판에 자진출석 의지를 밝히면서 수갑은 채우지 않기로 했다”며 전씨로 표기했다.

다른 종합편성채널인 JTBC, MBN도 모두 전두환에 씨를 붙여 호칭했다. YTN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호칭해 보도한 곳은 채널A다.

▲ 3월11일 오전 전두환씨 광주 법정 출두 소식을 전하는 YTN 생중계 화면.
▲ 3월11일 오전 전두환씨 광주 법정 출두 소식을 전하는 YTN 생중계 화면.

1면에 전두환 법정 출두 소식을 전한 신문은 대부분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표기했다. 경향, 국민, 중앙일보 등이다. 

반면 서울신문은 “전두환 ‘5·18 참회’ 마지막 기회”라는 톱기사에서 전두환을 전씨라고 표기했다. 한겨레는 1면에 “전두환, 오늘 광주 법정 선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싣고 설명 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방법원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달았다. 다만 사진기사 아래 시민군 대변인인 윤상원의 아버지인 윤석동씨의 일기를 소개하고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윤씨는 ‘12·12 반란 수괴’이자 ‘5·18 학살 주범’인 전두환씨가 광주로 재판받으러 온다는 소식에 지그시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윤씨에게 전두환은 ‘1980년 5월27일 새벽 광주 재진입 작전을 강행하도록 명령해 특공조부대원들의 총격으로 (윤상원 등) 18명을 살해한 혐의(내란목적 살인죄) 등 13가지 죄목으로 유죄가 확정돼 처벌받은 범죄자’”라고 보도했다. 서울신문과 한겨레에서 전두환을 ‘전씨’라고 표기한 기자는 모두 광주 주재기자다.

전두환은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상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없어 호칭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니라 전두환씨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됐다.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확정됐을 때도 신문은 전두환을 전두환씨라고 못박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범죄자 전두환이지만 호칭상 강제 규정은 없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날 전두환의 법정 출석 소식에 방송에서 대부분 전두환씨라고 표기한 것은 전 대통령 표기를 사회 정의상 용납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반면 신문은 감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씨’ 호칭보다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선호했다.

독재정권을 상징하는 전두환은 본디 ‘각하’로 불렸다. 각하는 해방 후 대통령, 국무총리, 부총리, 장관과 심지어는 장군들에게도 붙여지는 존칭이었지만 박정희가 집권하면서 대통령에게만 붙이는 존칭으로 통했고, 전두환에게도 각하라는 표현이 쓰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권위주의적 표현에 해당된다면 공식석상에서 각하 호칭을 금지했고,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자리잡았다.

전두환은 아직도 지지자들에게 각하란 호칭으로 불려진다. 2015년 전두환이 대구공고 동문 체육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시민사회는 전직 대통령 자격을 인정하는 호칭이라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걸 삼가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정찬대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쪽은 과거 행적을 인정하지 않은 측면이 내재돼 있다. 민간도 그렇고 정치권도 전두환의 행적을 가지고 공방하는 상황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호칭 사용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며 “전두환은 명백하게 재판에서 유죄라고 판결이 났다. 사회 정화를 해야 될 언론부터 호칭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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