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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나경원, 여야 비판에도 웃었다

자유한국당 교섭대표연설, 文정부 ‘좌파 포로정권’ ‘촛불 심부름센터’ 등 막말
민주당 의원들 항의로 연설 잠시 중단…한국당 의원들 “경청해” 구호로 맞
이해찬 민주당 대표 “국가원수 모독죄”…민주평화당·정의당 등도 한국당 비판

2019년 03월 12일(화)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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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비유하고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추진을 ‘입법 쿠데타’라 표현하는 등 막말에 가까운 연설로 갈등에 불을 지폈다. 30분 가까이 중단됐던 연설이 끝난 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의 박수 속에 퇴장한 뒤 파이팅을 해 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을 열어 나 원내대표 발언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 달여 만에 열린 국회 정상화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0여년 위대한 대한민국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내려가고 있다”며 “지난 20세기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부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술렁이기 시작한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이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먹튀 정권, 욜로 정권, 막장 정권”이라는 대목에 이르자 큰 소리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또 물타기 한다”, “말 가려서 하라”는 민주당 의원들을 두고 한국당 의원들은 “좀 들어보라”며 질타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좌파’라는 표현을 11차례 사용했다.

소란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이라고 비유한 데서 폭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이 이제는 부끄럽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을 인용한 표현이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 원내대표 발언 직후 민주당 의원들은 “취소하라”, “사과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연설 시작 20여분 만에 나 원내대표 발언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본회의장 소란이 커졌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석 앞으로 나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한국당 연설을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각 당 원내대표 및 일부 의원들이 문 의장 앞에 몰려들어 서로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해 사과해”를, 한국당 의원들은 “경청 경청”을 연호했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문희상 의장은 오전 10시30분경 처음으로 “조용히 하라”며 상황 정리에 나섰다. 약 10분 뒤 다소 소란이 가라앉자 나 원내대표가 다시 연설을 시작했지만 2~3분 만에 고성이 시작됐다. 나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 불법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은 이 정권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줘다”는 말에 이어 “미세먼지, 탈 원전, 보 철거, 문재인 정부가 ‘좌파 포로정권’이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자 한국당 의원들의 박수와 민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가 겹쳤다. 나 원내대표는 “제 얘기를 듣고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씀은 정론관(국회 기자회견장) 가서 말씀하시라. 이 본회의장은 민주주의의 전당이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이 자리에서 내려갈 수 없다”고 받아쳤다.

결국 10시44분경 문희상 의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문 의장은 “조금만 냉정해지자. 모든 언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이 보여주는 모습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참고 또 참아야 한다. 국민에게 판단을 돌리면 된다. ‘청와대 스피커’라는 소리를 듣고 의장인 나도 참은 적이 있다. 민주주의란 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 발언 초반에 한국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으나, 문 의장은 이들을 향해 “(국회는) 아무 말을 막 하는 데가 아니다. 격조 있게 해야 하는 곳”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에 빗대 비난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에 빗대 비난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문 의장 발언으로 여야 의원들 흥분이 잦아들었다. 10시47분경 나 원내대표는 “의장님 말씀에 일부는 감사드리지만 일부는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이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이후에도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강성귀족노조, 좌파단체 등 정권 창출 공신세력이 내미는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로 전락했다”, “빅브라더에 이어 문브라더”, “중국 동북공정이나 일본 독도 왜곡 만큼 우려스럽고 위험한 것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 역사공정” 등 원색적 표현을 멈추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가 “우리 당이 요구했던 한미FTA 추진과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를 과감하게 수용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려 보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울분을 터뜨렸다.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 어디서 이름을 입에 올리느냐”, “내용이 뭔지 알기는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발언을 멈출 정도의 소란은 일지 않았다.

지난해 나 원내대표 등 여야 5당이 검토하기로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는 “민주당 2중대, 3중대 정당 탄생만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기존 합의를 뒤집었다. 한국당 보이콧으로 여야 4당이 논의 중인 패스트트랙을 두고는 “사상 초유의 입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11시9분쯤 한국당 의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연설을 마쳤다. 문 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고 말하고 몇초 간 숨을 참은 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친다. 산회를 선포한다”고 말했다. 본회의장을 나선 뒤 “나경원”이라는 연호 속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나 원내대표 모습이 각 언론사 카메라에 담겼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파이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파이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나경원 국가원수 모독죄, 윤리위 회부 검토”…야당들도 일제히 비판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7선의 이해찬 대표는 “그동안 오랜 시간 본회의장에서 여러 얘기들을 들었는데 오늘 같은 일은 없었다”며 “지난번 세 명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국회 윤리위에 회부된 데 이어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냐 발언한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다. 즉각 법률적 검토를 해서 국회윤리위원회에도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 발언하는 걸 보면 ‘좌파정권’이란 걸 입에 달고 있다. 냉전체제에 기생하는 정치세력 민낯을 보는 거 같았다”며 “저런 사람들이 다시 집권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저렇게 품위 없고 역사의식 없고 윤리의식 없는 사람이 자유한국당과 지지자들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겠나. 오히려 그런 위안을 받으면서 본회의장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야당들도 즉각 논평을 통해 한국당을 비판했다.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며 “경제와 정치 등 전반적인 연설 내용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내용 반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는 촛불민심의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큰 것이지만, 촛불민심으로부터 탄핵당한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기대조차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 하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혁신을 한다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결과적으로 사기극에 불과했고, 자유한국당은 탄핵을 부정하면서 탄핵이전으로 돌아갔다. 선거제 개혁으로 정치판을 흔들지 않으면 불임정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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