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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배포권 논란, 통일부는 왜 침묵하나

참여정부때 개성관광 사업자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바꾸려 해, 통일부가 승인 거부
남북교류협력법, 시행사업 심각한 경쟁 없어야…노동신문-머투 계약에 통일부 묵묵부답

2019년 03월 14일(목)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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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사업은 일반 해외투자와 역할과 성격이 다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남북교류협력법 17조엔 남북 분쟁을 일으킬 사유가 없고 이미 시행하는 사업과 심각한 경쟁을 할 가능성이 없으며 해당 사업을 할 기술·경험 등이 있는 자를 협력사업자로 규정했다. 이 법은 남북 상호 교류·협력으로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1조)으로 한다. 통일부는 이 법을 가장 잘 안다. 이 조항이 작동했던 과거 사례도 있다.

▲ 노무현 정부 당시 개성에 갔다 돌아오는 관광객들. 사진=노컷뉴스
▲ 노무현 정부 당시 개성에 갔다 돌아오는 관광객들. 사진=노컷뉴스

지난 2005년 9월경 북한은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사업을 제의했다. 1998년 금강산관광을 시작한 이후 현대에서 남북경협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은 현대아산은 이미 2000년 개성관광을 포함해 7대 사업을 북한과 합의했다. 북한은 개성관광 사업에서 금강산관광(관광객 1인당 50~100달러)보다 많은 대가(1인당 150달러)를 원했고,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독점권을 주장하며 이런 북의 요구를 적당히 통제했다. 반면 롯데관광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의 고향은 함경도 원산이다. 김 회장은 원산시민회·원산장학회 주요 간부를 맡고 돈을 기부하는 등 고향 일에 적극이었다. 북한은 ‘돈 되는 사업자와 일하고 싶다’는 입장이었다. 롯데관광이 일본 관광객도 유치할 거라고 판단했다. 보통의 투자였다면 롯데관광으로 사업자가 바뀔 상황이었다. 당시 통일부도 난감했다. 국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17조에 따라 롯데관광의 개성사업 참여는 현대그룹의 반발은 물론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게 분명해 롯데관광 개성관광 허용은 곤란하다”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

“대북 관광사업이 비록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북한이라는 특수한 상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것이며 막대한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된 만큼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

2005년 10월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이다. 여야할 것 없이 대북사업을 단순 영리목적으로 봐선 안 된다는 남북교류협력법 취지로 통일부를 지적했다. 통일부도 원칙을 알고 있었다.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분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롯데관광은 이 조항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 통일부 로고
▲ 통일부 로고

논란은 2007년까지 이어졌다. 롯데관광은 개성관광 사업 협의를 위해 세 번이나 방북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이종석(2006년)·이재정(2007) 장관 때도 꾸준히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북한과 롯데관광이 합의하더라도 정부가 법에 근거해 사업을 승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무현 정부 때 벌어진 롯데관광 논란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로동신문) 국내 배포권을 둘러싼 최근 논란과 맞닿아 있다. 남북관계가 냉랭하던 박근혜 정부 당시 연합뉴스가 북측과 협상해 2015년 3월 노동신문 배포권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수자료취급 인가·통일부의 북한물품 반입 승인 등이 늦어져 2017년 3월에서야 노동신문을 배포 받았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로동신문) 홈페이지. 사진=노컷뉴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로동신문) 홈페이지. 사진=노컷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노동신문 대행사인 코리아메디아(옛 조선미디어)는 지난해 9월 노동신문 계약 갱신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코리아메디아는 “노동신문의 결정”이라고만 밝혔고 연합뉴스 내에선 ‘북측의 협상 방식’ 정도로 이해했다. 코리아메디아는 지난해 12월 머니투데이 그룹과 합의서를 작성했고, 지난 9일부터 연합뉴스에 노동신문 제공을 중단했다. 되돌아보면 지난해 9월 대행사의 통보는 협상 전략의 일환이 아니라 진짜 일방 계약종료 통보였다.

연합뉴스와 협상이 깨진 뒤 다른 언론사와 접촉하다 배포권 계약을 맺었다면 문제가 없다. 남북교류협력법 17조 등을 보면 이번 일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협력사업과 심각한 경쟁”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는 머투그룹 소속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를 상대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기저에는 돈 문제가 있다. 머투와 합의한 금액은 연합뉴스가 내던 금액의 3배로 알려졌다.

코리아메디아가 지난해 9월 계약해지를 공식화했다면 머투 그룹은 그 이전에 북측을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도 내막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통일부 대변인실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 확인되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관광 사례와 비슷하다. 2006년 7월 북한은 개성시내에 남한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자신들 뜻을 받지 않는 현대아산과 통일부를 압박하는 차원이었다. 노동신문 배포권 논란도 통일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이를 승인하면 북한에선 더 큰 금액을 제시하는 사업자가 나타날 때마다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 그럴 경우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계약 당사자들 뜻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 해를 넘기면서도 통일부가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서로가 투자를 늘리면 자연스레 전쟁위협이 줄어든다는 명제에 기초한 평화의 한 방법이다. 대화로 시작한 남북관계는 남북경협으로 이어졌고, 남북이 대화와 경협을 끊으면서 한반도 위기도 고조됐다. 대북사업은 남북의 결단으로만 진행하기 어렵다. 미국 등 주변 강대국도 주요 변수다. 한국 정부가 최대한 안전하게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철학이 있어야 참여 기업들도 맘 놓고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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