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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냐”고 물었던 KBS 보도국장

KBS진실과미래위원회 최순실 농단 사건 보도 분석…사실상 외면하고 고의적 누락 정황까지 나와

2019년 03월 14일(목)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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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사실상 외면했다는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최순실에 유리하도록 보도 내용이 상당부분 수정된 사실도 밝혀졌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는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 1400건을 분석하고 관련 증언을 듣고 증거를 수집한 결과 낙종 및 부실 보도가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이로 인해 KBS 신뢰도와 경쟁력에 타격을 가했다고 결론냈다. 진미위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어 조사 보고서를 채택. 의결했다.

진미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2월 7일 최순실 TF 팀은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세월호 사건의 검찰 수사에 반대해 시간을 끌었다는 ‘단독’ 기사를 작성했다. KBS는 세월호 사건 당시 광주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변찬우 변호사가 청와대가 해양경찰 처벌을 반대하며 시간을 끌었다고 증언한 내용을 바탕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던 김아무개 정장 체포영장 청구 보고에 청와대가 회신을 주지 않거나 혐의 내용을 뺄 것을 지시해 영장이 기각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의 입김이 작용하고 청와대가 세월호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에 한발 다가간 보도였다. 하지만 KBS 보도는 전파를 타지 못했다. 결국 관련 보도는 일주일이 넘어 12월16일 SBS ‘단독’ 기사로 나왔다.

또한 최순실 농단 사건에서 KBS 보도본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진미위는 지적했다. 지난 2016년 7월 미르재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순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편집회의에서 취재필요성을 제기하는 기자협회장의 요청에 A통합뉴스룸 국장은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야”라고 반문하며 취재 요청을 묵살했다. 최순실 농단 사건을 취재하기 위한 TF팀 필요성을 건의했지만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사측은 거부했다.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2016년 9월 20일부터 10월 17일까지 “KBS뉴스9”의 최순실 관련 리포트는 16건이었는데 대부분 정치외교부에서 국정감사의 여야 공방을 다룬 내용이었고, 의혹을 별도 취재한 보도는 1건에 그쳤다.

기사 승인이 거부되는 사태도 불어졌다. 2016년 10월14일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와 관련해 인터넷 기사를 작성했지만 B 사회2부장은 기사 승인을 거부했다. 그해 10월 17일 이화여대에서 의혹 해명 간담회를 열자 대부분 언론이 보도했지만 KBS는 영상 촬영조차 하지 않았다.

최순실 농단 사건을 대하는 편집국 데스크 간부들의 인식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6년 10월 5일 공방위에서 C 보도본부장은 “야당에서 그것도 국감 발언에서 제기한 내용에 대해서 그걸 온 국민적 의혹이라고 단정을 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니까 T/F를 짜서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좀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D 취재주간도 “반대쪽에서 보면 괴담 수준의 그런 얘기들인데 사실은 이런 반대 측면보다는 이쪽 의견들이 다 내용이 9시나 기타 리포트 때 다 소화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최순실 관련 보도가 나오더라도 최순실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쪽으로 대폭 수정됐다.

일례로 지난 2016년 12월 8일 기사 제목 초고는 “최순실 두차례 독일 방문 때 태블릿 가져가...‘최순실과 동선 일치’”였지만 “태블릿PC 최순실 것”, “최 씨것 아니다”로 변경됐다.

또한 “대통령 연설문이 담긴 태블릿PC를 최순실 씨가 직접 사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대목은 “어제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고영태 씨가 최순실 씨는 태블릿PC를 쓸 줄 모른다고 증언한데 이어, 최씨 변호인이 오늘 태블릿PC는 최순실 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라고 변경됐다.

▲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2017년 5월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2017년 5월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2016년 10월 30일자 리포트 초고에는 “연설문의 경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밝혔고, 최씨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수정 사실을 인정해 기정사실화로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돼 있었지만 “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태블릿PC를 쓸 줄도 모른다고 했지만 이 PC를 분석한 검찰은 최씨가 사용한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라고 수정돼 전파를 탔다.

진미위는 “최순실 게이트는 여러 분야에 걸친 ‘광역 의제’로 위원회 조사 결과 일선 기자들은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구체적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각자 맡은 일을 제쳐놓고 취재에 나서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사태의 1차적 원인이 당시 보도본부 간부들의 무책임과 무능 그리고 편향성에 있다”면서 “기자들의 취재 역량과 의지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취재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은 것 역시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진미위는 “KBS 사장이 직접 보도본부에 경고해 재발방지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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