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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귀국 사진과 윤지오씨 사진이 말하는 것

[비평] 취재진 몰린 정준영 사진과 기자 소수였던 윤지오 사진 대비… 뉴스를 뉴스로 덮는다는 음모론까지

2019년 03월 15일(금)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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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하나는 북새통을 이뤄 한 사람을 취재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불과 수명의 기자가 한 사람을 취재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에서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해 한국 언론의 현실이라고 비난하는 모습이다. 가수 정준영은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뒤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수백 명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의 입장을 묻기 위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반면, 같은 날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윤지오씨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왔다. 윤씨에게 다가간 기자는 두 명이었다. 두 장의 사진을 두고 장자연 사건은 유력 인사들이 연루돼 있는 사건인데 이를 축소하기 위해 언론이 정준영 사건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가 뉴스를 덮는다’라는 비판은 누군가 뉴스를 만들어 중요한 뉴스를 폐기시켜 버린다는 음모론으로까지 나아갔다. 이 같은 음모론은 한국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예상 밖의 이슈가 불거져 정권에 불리한 이슈가 덮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권이 직접 불리한 이슈를 막기 위해 뉴스를 막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정권 때 청와대 인사가 방송사에 전화해 세월호 사건 보도를 막았던 게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때 원 전 원장의 저택에 화염병이 날아 들어온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흘린 용의자의 신원은 언론에 공개됐다. 용의자는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은 ‘테러’ 사건 뒤로 밀려버렸다. 하지만 용의자는 5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언론의 반성은 없었다.

▲ 지난 12일 대검 과거사진상단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윤지오씨와 성범죄 의혹을 받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정준영의 모습이 대비된 방송 화면.
▲ 지난 12일 대검 과거사진상단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윤지오씨와 성범죄 의혹을 받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정준영의 모습이 대비된 방송 화면.

주목도가 떨어진 이슈는 대중의 눈에서 멀어진다. 미디어의 관심이 뉴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언론이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특정 이슈를 외면하는 것을 넘어 다른 이슈를 통해 잠재우고 있다는 지적을 마냥 음모론으로 치부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언론은 장자연 사건을 덮기 위해 윤지오씨에 대한 취재를 소홀히 했고, 정준영 사건을 키우고 있을까.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가 두 장의 사진일까.

현장 기자들의 주장은 180도 다르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위치한 서울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윤지오씨를 현장에서 취재했던 A기자는 “물론 정준영에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린 것 사실이지만 그럴만한 상황으로 이해한다”면서 “윤지오씨에 대해 언론의 취재가 적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현장에서 취재기자만 10명이 넘었다. 사진으로 보면 한 두명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클로즈업된 사진일 뿐”이라고 말했다.

A기자는 “동부지검은 매체 사건팀에서 담당하는 구역이다. 법조기자도 있었지만 사건팀 기자들도 와 있었고, 카메라 영상 기자까지 포함하면 30여명 정도가 2시간 정도 진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윤씨를 취재했다”며 “진상조사단의 활동이 끝나는 마당에 윤씨의 증언은 중요하다고 판단해 취재를 간 것이다. 윤씨의 증언이 중요한데 정준영 사건에만 언론이 관심있다는 지적이 의미있는 논란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씨 증언을 듣기 위한 현장 취재기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적지 않은 기자들이 장자연 사건의 의미있는 증언을 듣기 위해 취재한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소중한 오마이뉴스 기자는 자신의 SNS에서 “통상 취재진이 몰리면 기자 두 명 정도를 뽑아 사전에 취합한 질문을 대표로 던지게끔 한다. 나머지 기자들은 카메라 뒤에서 취재를 진행한다. 윤씨 현장도, 정씨 현장도 그랬다. 이는 대표 기자들이 손에 쥐고 있는 마이크 개수를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마이크 개수를 봤을 때 정씨 현장만큼은 아니지만 윤씨 현장에도 꽤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윤씨 현장은 사전 공지에 따라 윤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별 무리 없이 마무리됐고, 정씨 현장은 정씨가 취재진의 질문을 무시하고 지나치면서 이른바 라인이 무너지는, 아사리판으로 변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소중한 기자는 다른 두 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한 장은 정준영이 입국장을 홀로 나오는 사진이고, 한 장은 윤지오씨가 취재진에 돌러싸여 있는 사진이다. 소 기자는 “언론 현장을 모르는 많은 이들은 당연히 의심이 들고 분노할 수 있다. 큰 이슈를 더 큰 이슈로 덮고, 더 큰 이슈를 더 더 큰 이슈로 덮고...실제로 현대사를 거치며 그런 일을 겪어온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언론 현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윤씨 현장과 정씨 현장을 그렇게 비교하는 게 맞지 않다는 걸 대번 알아챌 수 있다”고 썼다.

애초 정준영 성범죄 의혹은 경찰 유착 의혹 등으로 얽히고 설킨 버닝썬 사건으로 시작돼 가수 승리의 성접대 의혹에 이어 터져나왔다. 정준영 사건이 주목을 받자 버닝썬 사건이 덮일 수 있다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정준영의 카톡 대화에서 경찰 유착 의혹 정황까지 드러났다. 정준영의 이름을 공개하고 성범죄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SBS 보도에 대해 버닝썬 사태나 장자연 사건을 덮기 위한 뉴스라고 폄하했던 목소리는 잠잠해진 모습이다.

정준영 사건과 장자연 사건 모두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뉴스 가치를 매기는 것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수 정준영에 의해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와 장자연은 다르지 않다.

장자연 사건은 제대로 진상규명되지 못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정준영 사건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여전히 성범죄 사건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게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두 사건은 함께 해결해야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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