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씨의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사건을 두고 언론이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 가운데 본질을 왜곡할 우려가 있거나 주목을 끌기 위한 ‘무리수’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승전 경제? “케이팝 흔들린다”

아시아경제는 14일 “‘5조 KPOP산업이 흔들린다’…한류 타격은 없나” 기사를 통해 “국내 연예계에서 불거진 이번 논란이 한류를 통한 마케팅과 각종 부대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15일 연합뉴스는 “버닝썬 후폭풍에 아이돌 연쇄붕괴 조짐…한류 ‘적신호’” 기사를 내고 “가요계가 사상 초유의 버닝썬 게이트에 휘말리며 한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 한류와 연결지은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보도.
▲ 한류와 연결지은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보도.
▲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언론은 다양한 관점에서 기사를 쓸 수 있지만 산업적 측면을 부각하면서 자칫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한류 적신호가 아니라 한류 쇄신의 계기라고 해야지.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는 관심 없고, 무엇이 이롭고 손해인가에만 관심 있나?”라고 꼬집었다.

피해자 정보 알리고 찌라시 전하며 2차 피해 유발

단독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12일 디스패치는 대화방 내용을 재구성해 보도하며 피해자의 구체적인 직업을 공개했다. 같은 날 채널A는 메인뉴스를 통해 피해자의 직업과 구체적인 활동 시기를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인한 성관계 동영상 장면을 상세히 묘사하는 내용을 넣어 ‘단독’ 보도했다.

언론은 찌라시 내용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유포자가 되기도 했다. 아시아뉴스통신은 12일 “‘정준영 리스트’ 찌라시 보니 유명 걸그룹-배우 수두룩” 기사를 통해 찌라시 내용을 보도했다. 현재 이 기사는 삭제돼 있다.

▲ 아시아뉴스통신 보도 화면 갈무리.
▲ 아시아뉴스통신 보도 화면 갈무리.

여승무원이 뭔 상관? 자극적 소재 연결짓기

“‘女 승무원 사이에서도 퍼졌다’…정준영 동영상 루머, 경로 제각각” 13일 이투데이 보도다. 정준영 동영상과 관련한 찌라시가 퍼진다는 내용 자체는 다룰 수 있지만 황당하게도 제목에 ‘여 승무원’을 부각했다. 내용은 “항공업계에 따르면 모 항공사 여승무원들의 단체 채팅방에도 관련 루머가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전부다. 승무원들 사이에 찌라시가 도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 이투데이 보도 화면 갈무리.
▲ 이투데이 보도 화면 갈무리.

스카이데일리는 “‘정준영몰카’ 연루 최종훈, 한강뷰apt 2년 새 5억 껑충“ 기사를 냈다. “서울 성동구 소재 고급 아파트 호실을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동산을 통해 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시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으로 본질과 무관하다.

▲ 스카이데일리 보도 화면 갈무리.
▲ 스카이데일리 보도 화면 갈무리.

정준영 엄친아 면모? 뜬금없는 과거 재조명

“한편 과거 발언이 재조명된다”는 식으로 이번 사안과 무관한 이슈를 연결해 주목을 끈 기사들도 많았다. 아이뉴스24는 14일 “정준영 ‘난 야동 안 봐, 모을 뿐이야’ 충격 발언 재조명”을 보도했고 13일 아주경제는 “정준영 귀국 김태현, 과거 방송서 정준영에 ‘죄책감은 안드니?’…무슨 일?”을 보도했다.

▲ 매일경제 기사 제목.
▲ 매일경제 기사 제목.

그나마 앞서 언급한 사안들은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보도도 많았다. 13일 “‘성관계 몰카’ 정준영, 승리 가는 군대도 못간다…‘초졸 군면제 이유’”(매일경제)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군면제 받았다’ 과거 논란은?... ‘정준영 동영상’ 화제 속 충격 재조명”(시민일보) 기사가 나왔다. 당진신문은 “정준영 따갈로그어 배운 이유”기사를 통해 “정준영이 주목받는 가운데 엄친아 면모가 재조명된다”고 보도했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정준영 SNS 팔로우를 끊고 사진을 삭제했다는 소식도 뉴스가 됐다. 포털 네이버 기준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 기사 23건이 쏟아졌다.

▲ 손흥민의 SNS 활동을 기사화한 언론 보도들.
▲ 손흥민의 SNS 활동을 기사화한 언론 보도들.

유인석 부르며 ‘박한별 남편’ 부각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를 언급할 때마다 언론은 그를 ‘박한별 남편’이라고 불렀다. 박한별씨가 입장을 낸 경우에는 그렇게 언급할 수도 있지만 박한별이 언급될 필요가 없는 기사에도 이 표현은 자주 등장한다. OSEN은 16일 “박한별의 남편이자 승리와 함께 유리홀딩스를 세웠던 유인석이 문제가 된 8인의 카톡방에서 핵심인물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4일 “박한별 남편, 경찰-연예인 연결고리...청장과 문자도” 기사를 통해 유인석 대신 박한별 남편이라는 표현을 썼다. 

▲ 14일 중앙일보 보도화면.
▲ 14일 중앙일보 보도화면.

“박한별, ‘유리홀딩스 대표’ 유인석과 어떻게 만났나 봤더니…”(스포츠니어스)처럼 사안과 무관한 재조명 기사도 이어졌다. OSEN은 16일 “유인석, A총경 유착 의혹에 정준영 성매매 알선 정황까지..박한별 첩첩산중”이라며 수사 상황 보도에 박한별을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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