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대통령의 국내언론 인터뷰였다. 임기 2년을 평가하는 주요한 미디어 이벤트. 답변만큼 질문도 중요했다. 내가 만약 80분간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유일한 기자였다면 어땠을까. 송현정 KBS기자는 매우 큰 부담감 속에 인터뷰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에게 묻는다’란 제목의 문재인정부 2년 특집 대담 이후 정작 대담자였던 KBS기자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녀사냥’인가. 대담자에게 호평과 비평이 엇갈린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에서 대담을 맡았던 송현정 KBS기자.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에서 대담을 맡았던 송현정 KBS기자.
질문에는 그 사람이 사회를 보는 눈이 담긴다. 오늘의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복기해봤다. 대담자에게선 ‘정치전문기자’에게 기대할 위트도, 여유도 없었고, 정색하고 던진 질문은 80분이란 시간에 걸맞지 않게 평이했다. 몇몇 질문에선 질문과 ‘거리두기’에도 실패했다.

대담자는 첫 질문에서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와 관련해 본인이 먼저 ‘도발’이란 용어로 사건을 가두었다. 대통령에게 도발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게 먼저였다. 대담자는 “이런 (북의) 도발에 대해 단호한 규정을 하지 않아서, 북한이 추가 도발성 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시각도 있을 듯한데”라며 질의를 이어갔다.

다음 질문은 대북 식량지원이었다. “국민들 받아들이기에 단거리 발사체 발사 같은 국면에서 식량 지원문제에 대해서는 혼란스럽거나 반감이 생길 수도 있을 듯 하고요”라며 질의를 계속했다. 질문하면서 대북 식량지원에 부정적 인식을 강조하는 인상을 심었다.

이후 남·북·미 3자 외교 현안을 묻다가 대담자는 돌연 “제가 한 번 이 질문 드려보고 싶었는데 작년 4·27 정상회담 때 도보다리에서 30분 이야기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대북 관련 질문이 끝났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현장. ⓒ청와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현장. ⓒ청와대

국내 정치로 전환한 뒤 첫 질문은 “국정운영 총책임자로서 대통령께서 야당과의 관계를 풀지 않고 오랜 시간 끌고 간다는 건 결과론적으로는 국정운영에 부담 아닐까요”였다.

뒤이어 정색하며 던진 질문이 현재 ‘무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질문이다. “제1야당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가 주도해서 여당이 끌어가는 것으로 해서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는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독재자,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습니까?” 느낌이 좋았다고 말할 대통령이 있을까.

자유한국당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주장하는 걸 굳이 여기서 대통령이 답해야 할까. 답하는 순간 ‘독재자’ 프레임은 공론장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전 세계 9%의 인류만이 언론자유를 누리고, 한국은 9%에 속하는 아시아 최고의 언론자유 국가다. 이 질문은 누구에게, 어떠한 효능감을 줬는가. 대통령을 ‘발끈’하게 만드는 것 외의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장면. ⓒ청와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장면. ⓒ청와대
다음 질문은 최근 대통령이 원로들과 만남에서 “선 적폐청산 후 협치”를 주장한 게 사실이냐는 것이었는데, 이는 적폐청산에 ‘피로감’을 주장하며 적폐수사를 중단하라는 한쪽 진영의 프레임만 떠올리게 했다. 대통령이 여기에 해명하는데 또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뒤이어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 반발에 입장을 물었다가 곧바로 대담자는 조국 민정수석의 ‘거취’를 물었다. 역시 조국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겹쳤다.

다음은 인사 검증실패 질문이었다. 해야 할 질문이었다. 그런데 질의응답에서 “청와대가 갖고 있는 후보자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고, 조금 내밀한 자료까지도”라며 제도개선 입장을 물었는데 이는 얼마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장했던 논리와 판박이다. 대담자 ‘의도’와 상관없이 질문과 거리두기에 실패한 장면들이다.

경제 질문도 용어나 전제들이 보수언론이 세웠던 프레임을 반복했다. 대담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에 부정적 논란이 있다고 전제한 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에는 동의하시는 듯합니다”라며 “내년까지 두자리 수 인상은 무리다 판단하시죠?”라며 마치 특정한 답을 강요하는 듯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장면. ⓒ청와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장면. ⓒ청와대
특히 뒤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질문에선 ‘취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일자리도 그렇고 투자 활성화 그렇고… 정부도 노력해야하지만 한 축은 기업입니다. 요즘 기업을 많이 방문하시는 모습을 제가 봤습니다. 가장 직전이죠 최근에 삼성전자를 방문했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에 조금 부담은 없으셨습니까.”

일자리→투자→기업→방문→삼성→이재용→판결→부담. 어떤 취지가 느껴지는가. 대담자가 이재용 부회장과 만남이 적절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담자는 뒤이어 버스노조 총파업 투표를 언급하며 “52시간 문제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울 수 있는 사안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고 말해 경제지들의 ‘주 52시간’ 비판 프레임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대담 막바지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입장을 물었다. “보수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법률가이시기 때문에 법적 판단은 있으시리라고 봅니다. 아직 대법원 판결 전이고,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쓰겠다고 하셨지만 대통령으로서 판단은 좀 다를 듯 해서 한번 여쭤봅니다.” 이 질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대통령이 대답한 것처럼, 재판도 끝나지 않은 피고인 사면을 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하나. 사면 여론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입장을 물음으로써 사면 여론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대통령을 마치 ‘속 좁은 사람’처럼 만들어버리는 효과는 덤이었다. 그리곤 급하게 “일왕이 바뀌었는데, 일왕 방한 추진을 검토했느냐”고 물었고, “총리 포함 일부 장관들이 장수하는 분들 있다”며 개각 시점을 물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현장. ⓒ청와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특집 대담 현장. ⓒ청와대
대담자는 90분 내내 여유가 없었다. 대담자가 미간을 찌푸리고 인상을 썼다는 건 문제가 될 순 없다.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말을 끊거나 기습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게 기자의 숙명이니까. 그러나 질문에도 ‘결’이 있다. 대담자를 향한 오늘의 비판여론은 그 질문의 결이, ‘조선일보로부터 질문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억측을 불러일으킨다는 데서 비롯된다.

대통령은 이날 경제 상황을 대체로 낙관했다. 대담자는 이 대목을 비판하면서 국민과 대통령 간 ‘인식의 괴리’를 지적했다. 적절한 지적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하필 대통령이 5·18 유족을 위로했던 사례와 대비시켰다. 이밖에도 질문과정에서 섬세함이 부족했거나 태도가 아쉬웠던 장면은 여러 군데 발견됐다. 이날 인터뷰는 ‘정색’의 연속이었다.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이 있나요?”

“네 지금도 있고요.”

“오늘 봤습니까?”

“하하하 대체로 월별단위 발표라서 매달 수정이 되는데요. 고용상황에 대해서는 지난 3월분까지만 발표되어서 (3월말) 현재 상황들이 지금 일자리 상황판이 있습니다. 수출은 4월달까지 있고요…”

“상황판을 자세히 설명해주실 필요는 없고요.”

대담자를 향한 비판여론이 인신공격으로 흐르는 건 문제다. 그러나 비판여론을 단순히 ‘극렬 문재인 지지자’들의 감정표출로만 봐서도 곤란하다. 이날 대담자의 질문은 적확했나. 적확했다면 누구에게 적확했나. 대담자는 어떤 질문을 놓쳤나. 대담자가 던진 질문 가운데 내가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던가. 질문을 다시 한 번 복기해보자. 그렇지 않으면 여론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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