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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송현정, 노무현과 손석희

KBS-문 대통령 대담이 떠올린 노무현-손석희 대담… ‘묻는’ 인터뷰와 ‘듣는’ 인터뷰, 뭐가 달랐나

2019년 05월 11일(토)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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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손석희 : 노 대통령께서는 제가 알기로는 평소에도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거기에 맞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실용적으로 볼 때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전쟁을 막는 수단이라면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군대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인데, 일반적으로 분석하기에는, ‘그러면 우리도 미국만큼 현실적이고 그렇게 국익을 생각한다면 그럴(주한미군 전방 배치)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의견이 있단 말이죠.

노무현 대통령 : 오늘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앞에 소개해 놓고,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진행자 웃음) 그러면 조금 논쟁 식으로 한번 해 봅시다.(웃는 이들 있음). 우리 그 손 교수께서는 2사단을 거기에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까?"

진행자 손석희 : 아, 제 의견은 여기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웃음)

지난 2006년 9월28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의 한 장면이다. 이날 100분토론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출연해 특집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손석희 진행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이 전방에 배치돼 있음으로써 전쟁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을 미국의 국방 정책과 비교해 노 대통령에게 질문으로 던졌다.

▲ 2006년 9월28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 ‘쟁점과 진단,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 방송 화면.
▲ 2006년 9월28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 ‘쟁점과 진단,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 방송 화면.
그리 공격적인 어조의 질문이 아니었는데도 노 전 대통령은 다소 민감한 주제의 질문을 받은 듯 토론가의 기질을 발휘했다. 정치인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에겐 대담보다는 토론이 익숙한 공개 대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대담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대담이 끝나고 난 뒤에도 손석희 진행자의 태도가 논란이 되거나 비판의 대상이 되진 않았다. 손 진행자가 “예, 이것만 좀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조금 불편하신 질문을 한 가지 더 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질문 드리려고 했는데, 질문이 자꾸 꼬리 물어서 죄송한데요”라며 계속해서 민감한 질문을 이어갔는데도 노 대통령은 “해봅시다”며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지난 9일 송현정 KBS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독재자’라는 표현에 대한 느낌을 묻는 장면에서 노무현-손석희의 대담이 겹쳐졌다. 송 기자는 자신이 판단하는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 아닌 ‘제1야당의 입장에서’ 질문했다. “그래서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의 ‘독재자’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했다.

▲ 지난 9일 방송된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모습.
▲ 지난 9일 방송된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모습.
시점과 주제, 상황의 다름을 고려하더라도 손석희 진행자의 질문은 어땠을까. 손 진행자는 “전시작통권 문제에 대해 보수 단체에서 많이 반대하고 있다. ‘반미 친북 성향이지 않느냐?’ 또 ‘좌파 정부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만 제 의견을 밝혀드리자면, 참여정부가 별로 좌파 정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에게 ‘느낌’이 아닌 ‘반론’을 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그러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했던 많은 사람들은 안보를 할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고 그런 것이냐? 북한과 포용 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자주국방도 할 능력도 없고 그런 것이냐?”며 “과거 독재에 찬성했던 그 사람들만이 자기들만이 애국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그런 오만이야말로 한국의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방송 편성 시간의 차이도 있겠지만 송 기자는 예정된 80분이 넘게 질문을 하고도 마지막까지 준비된 질문만 했다. “많은 질문 드렸는데 오늘 충분히 답변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 후 “시간 관계상 제가 중간에 답변을 자르기도 했는데,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고 물을 줄 알았다. 하지만 송 기자는 짧은 시간을 남겨 놓고 ‘3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 다소 거창한 주제의 물음을 던졌다.

반면 노 대통령과 손 진행자의 대담은 100분이 넘게 진행됐지만 대담 말미에 노 대통령에게 긴 시간의 자유발언 기회를 줬다. 손 진행자가 “혹시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마디는 꼭 하고 싶었다 하시는 말씀이 있으면 짧게 시간을 더 드리겠다”고 했고, 노 대통령의 답변 시간이 짧지 않았지만 중간에 자르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9일 KBS 대담 주제가 ‘대통령에게 묻는다’였다면 100분토론 주제는 ‘대통령에게 듣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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