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지난 6일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한지성씨 신원이 확인되기 전부터 어뷰징 기사를 남발했다. 그 중 일부는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으면서도 검색어 기사를 썼다.

지난 6일 새벽 인천공항고속도로 사고 사망자가 배우 한지성씨라고 처음 보도된 시점은 지난 8일 오후 5시8분께다. 연예매체 티브이데일리가 고인 최측근으로부터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했다.

어뷰징 기사는 이전부터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기사 댓글 등에서 소문·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한씨 실명이 거론됐다. 언론은 8일 오전부터 피해자 신상정보에 관심을 뒀다. 7일 밤 11시45분께 세계일보가 ‘아침드라마에 출연하는 20대 여배우’라고 최초 파악하자 “사망 여배우 누구?” 등의 헤드라인이 꾸준히 등장했다.

▲ 지난 8일 사고 피해자가 한지성씨가 맞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 작성된 검색어 기사.
▲ 지난 8일 사고 피해자가 한지성씨가 맞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 작성된 검색어 기사.

이투데이는 8일 “‘2010년 데뷔 걸그룹’ 비돌스 서이 근황, 이름→한지성… ‘아침드라마·영화·연극’ 여배우 활약 ‘눈길’”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지성, 추억의 스타 어떻게 살아왔나 보니…우여곡절→여유로운 음주 격의없는 소통”(울산제일일보), “한지성 관심↑ 누구?…2010년 데뷔 걸그룹 출신 20대 배우”(매일신문), “배우 한지성, 갑자기 화제되는 이유? ‘누구길래…’”(대구일보) 등의 보도가 줄줄이 이어졌다.

자극적 헤드라인도 있었다. 뉴스인사이드는 한씨가 연예인 우태운씨와 함께 찍은 SNS 사진을 보도하며 “배우 한지성, 옆엔 누구길래? 지코 형 우태운과… ‘싱숭생숭’” 제목을 달았다. 아시아뉴스통신은 “20대 여배우 사망에 한지성 무슨 일? 동안 외모에 ‘남편 정체는?’”이라고 썼다. 모두 사망자 신원 공개 전, 확인 취재도 없이 보도됐다.

뉴스인사이드는 8일 “아직 사고를 당한 벤츠 운전자가 한지성이 맞는지 정확한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제목에 실명을 올렸다. 금강일보는 “사고로 숨진 피해자가 배우 한지성이라는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누리꾼들은 기정사실화해 추모글을 남기고 있는 상태”라며 “배우 한지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 지난 8일 사고 피해자가 한지성씨가 맞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 작성된 검색어 기사.
▲ 지난 8일 사고 피해자가 한지성씨가 맞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 작성된 검색어 기사.

사건 실체 파악에 악영향만 주는 과열 보도도 문제다. 수사가 본격 진행되기 전부터 사망사고를 조회 수로 소비하는 과도한 의혹 보도가 남발된다는 것이다. “블랙박스 확보 내용은?” “한지성 사망 뭔가 이상하다” “남편 진술 거짓말?” 등의 헤드라인 기사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수사는 경찰의 일이다. 지금 언론은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의혹이 뭔지 등을 경찰이 알아보기도 전에 온 사방에 떠드는데 언론의 사실확인 역할을 감안해도 정도가 지나치다”며 “이 사건이 모두가 알아야 할 만큼, 모든 언론이 경쟁적으로 뛰어들 만큼 공적인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윤 상임이사는 “피해자가 신원을 공개해야 할 만큼 공인의 지위인지 우선 의문”이라며 “연예인이란 이유 하나 만으로 신원확인도 안 됐는데 보도됐다. 불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아픔 등도 있는데 언론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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