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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좌파독재’의 최대 피해자

[손석춘 칼럼]

2019년 05월 14일(화)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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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년을 지났다. 언론과 정계에서 가장 불거진 쟁점이 이른바 ‘좌파독재’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가슴과 나경원 원내대표의 머리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황교안의 가슴, 나경원의 머리’ 3월19일)했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더 심해졌다.

“두들겨 맞으면서 죽을 각오로 좌파 독재 저지 투쟁의 최일선에 서겠”단다. 기꺼이 “피 흘리겠다”며 “좌파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다”고도 했다. 황교안의 ‘공언’이다.

▲ 5월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 및 대구경북 지역 일반 시민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의 위법성을 항의하기 위한 4차 대규모 규탄 집회가 열렸다. 사진=자유한국당
▲ 5월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원 및 대구경북 지역 일반 시민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의 위법성을 항의하기 위한 4차 대규모 규탄 집회가 열렸다. 사진=자유한국당
방송에서 사뭇 진지하게 언죽번죽 그 말을 하는 황교안의 얼굴을 보면 하릴없이 실소가 나온다. 잠자던 소도 웃을 일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나는 지금 민주당 정파에서 자한당 정파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신문과 방송에서 두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면 대학 이사장실과 총장실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왔다기에 하는 말이다.

황교안의 발언은 우리 정치에 심각한 소통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정치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궁금하다. 황교안은 정말 문재인을 ‘좌파독재자’로 생각하는 걸까.

2019년인 지금,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누구도 두들겨 맞지 않는다. 물론, 피 흘리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러겠다고 ‘결기’ 세운다. 언론은 그 발언을 표제로까지 보도한다. 단순한 살풍경이 아니다. 정치의 타락이다.

황교안의 말을 실감할 시절은 있었다. 군부독재 시대 내내 그랬다. 반독재 투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1980년대에 더 두드러졌다. 전두환을 비판하면 죽도록 맞았다. 실제로 공권력이 죽이기도 했다. 그 전두환 아래서 공권력의 “최일선”에 섰던 자가 바로 황교안이다. 나경원은 그만 접어두련다. 홍준표마저 “참으로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말”이라고 나무라지 않던가.

문제는 이른바 ‘제 1야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막말이 무엇을 노리는가에 있다. 자한당이 의도했든 아니든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로 몰아간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풀어가야 할 민생이 산적해있음에도 정치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단 ‘보수’의 문제만도 아니다. 심지어 늘 신중한 이낙연 총리마저 흔들리고 있다. 한국방송에서 취임 2주년 대통령과의 특별 대담에 나선 기자를 두고 언론의 본령을 훈계하고 나섰다. 총리, 더구나 이낙연이 ‘기자의 본분’을 들고 나올 일은 아니다. 지금 이 총리는 민생에 몰입해도 단 일초가 아까울 때다. 기자가 대통령에게 ‘좌파독재’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5월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5월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을 좌파독재자로 몰아가는 저 ‘소가 웃을 선동’의 최대 피해자는 대통령이 아니다. 이 나라 민중이다. 취임 2년의 민생 경제는 촛불의 기대와 자못 다르다. 나는 문 대통령이 새로운 다짐으로 ‘미지근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넘어서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획을 긋듯 사회복지를 넓히고 노사 사이의 힘의 균형을 힘 있게 추진해가야 한다.

그럼에도 황교안과 나경원, 조선일보와 지식권력의 ‘좌파독재’라는 비난을 의식해 주춤한다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저 거짓 선동에 지는 꼴이다. 이미 관료들은 딴전 피우고 있다. 바로 그것이 ‘좌파독재’ 선동의 노림수다. 정계에서 저질 선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의당이다. 민주당마저 좌파독재로 몰리면 정의당이 설 땅은 더 좁아진다. 언론의 인색 탓이기도 하겠지만, 정의당의 대응은 너무 잠잠하다. 좌파독재론에 더 공세적인 자세, 제1야당의 자리를 기필코 바꾸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뚝뚝 묻어나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치가 ‘선진화’할 수 있다.

이즈음 내가 가장 우려스런 지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퇴임할 때까지 자살률과 비정규직 비율, 출산율, 산업 재해율, 청년실업률의 저 끔직한 순위들에 의미 있는 변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시 ‘국정문란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 ‘좌파독재’ 선동 따위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 신발 끈 고쳐 매고 과감한 혁신으로 촛불을 살려갈 마지막 기회다.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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