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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화두인데…아직도 법에 ‘미디어 교육’이 없다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 ⑩] ‘교육 기준’ 정하고 ‘컨트롤 타워’ 마련 과제, “법 없더라도 방통위, 문체부, 교육부 협력해야”

2019년 05월 15일(수)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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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 문제를 다룰 때, 유튜브 속 유해 콘텐츠를 비판할 때,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미디어 교육이 ‘진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기사: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

한국의 미디어 교육은 기관별로 ‘각개격파’하는 모양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활용교육(NIE)을 뉴스 리터러시 교육으로 전환해 일선 학교와 연계해 자유학기·학년제, 동아리 활동 등 교육을 지원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전국의 시청자미디어센터를 거점으로 학교와 연계하고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다.

양대 기관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시민미디어센터를 통해 학교,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디지털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중장년층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한다. 일선 교사들은 기관과 연계하거나 자습, 동아리, 클럽활동, 국어 등 교과 속 미디어 관련 단원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교육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미디어 비평의 관점에서 교육한다.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장. 왼쪽 위부터 주감초 뉴스 리터러시 교육, 경희여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민비평교육,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니어 일러스트레이터 교육. 사진=금준경 기자.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장. 왼쪽 위부터 주감초 뉴스 리터러시 교육, 경희여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민비평교육,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니어 일러스트레이터 교육. 사진=금준경 기자.

인프라 부족하고 교육청 무관심

한국 미디어 교육도 프랑스, 핀란드처럼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일각에서는 각자 사업을 별도로 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자율성이 담보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큰 틀에서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지 못해 미디어 교육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미디어 교육의 통합적 논의에 앞서 ‘미디어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여러 기관들이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쓰지만 교육 대상 매체가 신문, 방송, 인터넷 서비스 등으로 다양하고 ‘비판적 사고’ ‘체험’ ‘제작’ ‘기술 이해’ 등의 개념이 혼재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다만 ‘리터러시’를 제작 교육과 완전히 분리할 필요는 없다.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제작 교육의 경우 관심을 끌 수 있고, 제작 과정에서 미디어의 구성을 이해하고 이슈를 공부할 수 있어 리터러시 측면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노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경우 기술적 이해가 필요해 기술 이해 교육을 병행하고, 아동과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비판적 읽기 교육을 하면서 관심을 끌기 위해 체험과 제작을 병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교육에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소속된 전국 50여개 미디어센터는 대부분 대도시에 위치해 도서산간 지역에는 닿지 못한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경우 최근 자유학기·학년제 교육에 19개 학교에서만 교육이 가능한데 신청 학교는 69곳에 달해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교육을 받는 시민들은 노후화된 장비와 시설을 문제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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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의 관심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여전히 미디어 관계부처를 떠나면 미디어 교육이라는 말은 생소하다. 지난해 유은혜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미디어 교육 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도교육청이 나서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 이성철 부산 주감초 교사는 “서울의 경우 미디어 교육 연구 경험이 있고 관심을 갖고 교사 연수를 기획한 연구사도 있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다”며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갖고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는 유기적 협업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 미디어센터에서 ‘마을 미디어’를 주력으로 하는 강사가 학교 자유학기제 수업 때는 학교에서 짜준 커리큘럼에 맞춰야 한다. 한 지역 시민단체는 지역에서 신문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아 신문 수업을 하려 했는데 언론재단 공모에 떨어지고 방통위 공모에 붙어 방송 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다.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는 “하향식으로 꽂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의 수요를 파악하고 정부는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선 교강사들은 성과주의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 미디어 교육 가운데서도 ‘리터러시’ 교육에 투자하기 힘든 이유는 신문이나 영상을 제작하는 교육에 비해 성과를 보여주기 힘든 문제가 있다. 교육은 즉각적인 성과에 따라 일희일비할 문제가 아니다.

입법 논의 또 좌절되나

미디어 교육이 도약하기 위해 ‘미디어교육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현재는 방송법상 시청자미디어재단 업무의 ‘미디어 교육 및 체험’이라는 용어만 있을 뿐 미디어 교육의 정의조차 없다. 정부 관계자는 “법 없이도 교육을 할 수는 있겠지만 법 유무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 법에 정의가 있고 근거가 있어야 공식화될 수 있어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요구할 수 있고 타 부처의 협조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디어 교육 입법 논의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19대 국회 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를 미디어 교육 컨트롤 타워로 지정하고 미디어 교육의 개념을 정립하는 내용의 미디어교육지원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내놓은 미디어교육지원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컨트롤 타워로 한다. 당시 정치권은 방통위 컨트롤 타워를 저지하기 위해 문체부가 ‘대응 법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봤다.

20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시민사회, 학계, 언론계가 뭉쳐 미디어교육지원법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법안을 발의했다. 대표 발의자는 이후 교육부 장관이 된 유은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이 법안은 과거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관계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민간 주도의 교육을 전면에 내걸고 정부를 지원 기관으로 규정한 점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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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도 법안 발의 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방통위가 주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방통위 측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전 국민 맞춤형 미디어교육 실시’가 방통위 업무라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갈린 것이다.

추진위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두 법안은 민주당 내에서 조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민주당 당내 교통정리가 돼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과는 아무런 소통을 하지 못했다. 20대 국회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통과가 불투명해 이번에도 법안 ‘폐기’ 가능성이 높다.

법 제정은 쉽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미디어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부처 간 협력을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 교육 행사인 2019 국제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컨퍼런스를 올해 국내에서 개최하는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더불어 언론진흥재단, 시청자재단, 한국정보화진흥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며 협력하고 있다.

허경 미디어교육지원법 추진위원회 간사(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는 “행정부는 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며 움직이지 않는 측면도 있는데, 내년 사업을 검토하고 예산을 짜는 현 단계에서 방통위, 문체부, 교육부 등 각 부처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체 환경은 급변하고 미디어는 삶을 파고들고 있다. 일선 교강사들을 비롯한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정책적으로 제동이 걸려 있다. 한 언론학계 관계자는 “반드시 답을 내자는 게 아니라 방법론 등에 대한 논쟁 자체가 죽어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의’ 그 자체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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