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009년 3월 숨진 고 장자연씨의 자필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아들’에 대한 술 접대 행위는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과거사위는 장씨가 문건에 남긴 ‘조선일보 방 사장’이 누구인지 규명하기 위한 수사는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위원장 권한대행 정한중)는 2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과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차남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장씨,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등의 만남은 술 접대 성격이 맞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2008년 10월28일 장자연과 방정오(※편집자 주 : 보도자료엔 방CC), 김종승의 휴대폰 기지국 위치, 김씨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술값 200만원 결제), 김종승과 매니저 김아무개의 진술, 한아무개(방정오 측근)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날 B주점에서 김씨가 방정오에게 술 접대를 하면서 장자연을 동석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방정오가 한씨의 소개로 김종승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던 사실이 인정되고, 2008년 10월28일 B주점 모임 외에 2008년 11월4일에도 김종승과 방정오, 한씨 사이에 통화내역이 발견됐다”며 “수사검사는 방정오의 통화내역을 더 넓게 확인해 이들의 관계를 명확히 확인했어야 함에도 10월28일 모임 당일과 다음 날의 이틀간 통화내역만 좁게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 지난 14일 MBC PD수첩 ‘故 장자연 누가 통화기록을 감추는가’ 방송 예고편 갈무리.
▲ 지난 14일 MBC PD수첩 ‘故 장자연 누가 통화기록을 감추는가’ 방송 예고편 갈무리.
그러나 과거사위는 방 전 대표의 술 접대 강요 혐의에 대해선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범죄사실을 판단할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 권고를 내릴 수 없다 판단했다. 현재 장자연의 다이어리나 수첩 등의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방정오가 장자연으로부터 술 접대를 추가로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사위는 조사 실무를 맡은 대검 진상조사단이 확보한 통화내역 파일은 원본이 아니었고, 여기엔 방 전 대표와 장자연 사이의 통화내역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해당 통화내역 파일이 수사 과정에서 선별돼 삭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과거사위는 최종적으로 “삭제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조선일보 전직 관계자 하아무개씨에게서 “조선일보 법조팀장이 ‘방정오가 장자연에게 맨날 전화해가지고 그 통화기록 뺀다고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가 ‘당시 방정오의 통화기록 빼내고 경찰하고 쇼부(흥정)를 본 것은 조선일보 시경캡이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하씨의 진술 외에 추가 진술이나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이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조선일보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를 특수협박 행위로 봤지만 이미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수사 개시를 권고하진 않았다.

과거사위는 “조 전 청장은 조사단 면담에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동한)이 자신을 찾아와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하면서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거냐’고 말하며 자신을 협박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사실인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이 20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이 20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과거사위는 장자연 문건에 나온 ‘조선일보 방 사장’에 대한 성 접대 강요 의혹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으로 의심되지만, 당시 수사 미진으로 정확히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과거사위는 △2007년 10월경 A중식당에서 방용훈 사장(※편집자 주 : 보도자료엔 방BB)이 장자연을 만난 사실이 확인되는 점 △당시 방 사장이 술자리 등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불리기도 한 점 △방 사장의 지인 한아무개가 김종승의 누나 및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조선일보 방 사장의 친구’라고 소개한 사실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장자연이 방용훈 사장을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2009년 방용훈 사장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아 당시 부실한 수사 등으로 장자연이 2009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에게 술 접대를 하고 잠자리를 요구받은 사실이 있는지, 그 상대방과 경위, 일시, 장소 등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과거사위는 과거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여러 수사 미흡과 무마(외압) 의혹, 증거 은폐 행위, 성범죄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지만,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장씨의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만 검찰에 위증 혐의로 수사 개시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성폭행 의혹 부분은 추가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단순 강간, 강제추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 현시점에서 수사가 개시되기 위해서는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의 혐의가 인정돼야 하나,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로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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