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는 대구지하철 참사 사건 발생 30분께 뒤부터 속보를 내보내기 시작했으며 초반에는 사고의 중요성을 그리 크게 인식하지 못해 정규편성이나 정파를 하는 등 초동대처에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오전 9시 55분 사고발생 이후 10시 44분께 자막을 내보내고 1시간 10분 뒤인 11시 5분께 첫 속보를 내보냈다.

그리고는 낮 12시 정규 뉴스시간에 40여분에 걸쳐 다시 속보를 내보낸 뒤 이후로는 정규방송을 끝내고 정파에 들어갔다. 특별편성한 재난방송은 오후 2시 48분께 시작됐다. KBS의 경우엔 특히 재난방송 주관사라는 점에서 전국방송은 정파를 하더라도 대구 지역에서는 계속 속보를 편성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S 보도국은 주간급 간부를 19일 현지에 급파했고 총 10여개 팀이 현지에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다.

MBC는 오전 10시 25분께 자막방송을 내보냈고 11시 19분 경 정규편성 돼 있던 다큐멘터리 <약초> 방영 도중 10여분 간 속보 형식으로 보도했다. 재해방송은 정오가 넘어서 시작했고 특별편성 방송은 4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사망자가 30여 명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도 MBC는 정규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고 여자프로농구 중계를 계속했다.

SBS는 <뉴스와 생활경제> 도중 오전 10시 50분께 단신으로 속보를 전하고 낮 12시 30분께 특보를 15분간 편성했다. 이후 오후 3시 50분까지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으며 오후 2시부터 3시 50분까지 를 생중계한 뒤에야 다시 와이드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다뤘다.

사고발생 직후 방송사는 모두 서울에서 대구 현지에 취재기자를 대거 급파하는 등 긴급대응에 나서기는 했지만 방송사 관계자들이 전하는 대응상황과 방송 내용을 종합해볼 때 정파에다 스포츠 중계를 계속하는 등 방송3사는 모두 초반엔 사고가 그리 큰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초반에는 사건의 규모를 판단할 만한 팩트가 크게 모자랐고 사상자 수도 몇 명선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특별편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대단히 어려웠다는 견해도 나온다. MBC 한 기자는 “상황이 이처럼 엄청나게 커질지 예측을 못했다”면서 “초반의 피해규모로 볼 때 특별편성을 할 만한 상황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SBS 한 기자 역시 “초반 인명피해를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오후 2시가 넘어서 인명피해가 늘어날 때라도 특별편성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KBS 한 관계자는 “초반 상황으로 볼 때 특별편성에 대한 판단이 어느 방송사 할 것이 없이 꽤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사고상황에 따라 어느 수위로 재난방송을 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게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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