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가 김택기 전 한나라당 의원의 금품 살포 기사를 축소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의원은 강원일보사의 사실상 대주주인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친동생이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김 전 의원이 측근에게 거액의 돈다발을 건네다 현장에서 적발돼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찰에 고발당하자 방송은 지난 25일부터, 신문들은 다음 날인 26일자부터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의 금품 살포가 적발된 강원 지역에서 발행하는 강원일보는 26일자 1면 머리기사 <후보등록 첫날 35명>에서 말미에 "한편 각 당 공천작업 등을 거치며 대부분의 ‘예고된 후보’가 이날 등록을 마친 가운데, 24일 수표 및 현금 다발을 선거운동 조직책에게 전달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조치된 한나라당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 김택기후보가 공천을 반납했다"고 보도하는 데 그쳤다.

   
  ▲ 강원일보 3월26일자 1면.  
 
강원일보는 5면 <김택기 후보 돈뭉치 적발 후보직 사퇴> 기사에서 김 전 의원의 금품 살포 적발과 후보 사퇴 사실을 보도했지만, 자사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 '연합뉴스'의 기사를 전재했다.

   
  ▲ 강원일보 3월26일자 5면.  
 
이날자 사설 <총선탈법, 재선거 치르더라도 막아야>에서는 "이번만큼은 전면 재선거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구태의연한 선거풍토를 확실히 바꿔놓을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김 전 의원의 위법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31일 현재 강원일보 홈페이지에서는 김 전 의원의 금품 살포와 관련한 단독기사는 아무 것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강원일보의 최대주주는 표면적으로는 32.43%를 보유한 강원흥업(주)이지만, 2대 주주인 강원사회복지재단(19.06%)이 강원흥업(주)를 산하 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소유구조 형태를 띠고 있다. 강원흥업(주)가 당초 동부그룹 소유였고, 강원사회복지재단이 김준기 회장이 강원 지역 유지들과 함께 사재를 출연해 세운 재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과 강원일보가 순환출자 형태로 얽혀있는 셈이다.  1998년 강원일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회장으로 승격한 최승익 회장은 동부그룹 회장실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병남 강원민언련 사무국장은 "김택기 전 의원의 금품 살포가 적발된 직후 강원 지역의 신문과 방송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이번 총선에서 공정보도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했던 강원일보가 대주주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공정보도를 하기는커녕 해명만 들어주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국장은 "강원일보의 이 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우리 단체로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며 "전국적인 이슈임에도 금품이 살포된 지역구에서 발행하는 강원일보가 축소를 넘어 해명 보도를 하는 데 대해 지역민들이 모두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진오 강원일보 편집국장은 "26일자 지면이 나간 뒤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임원진 등 내부에서도 '중앙지들조차 1면 톱 아니면 사이드로 나갔는데, 우리가 너무 소홀히 다룬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등을 고민했지만, 내 선에서 그 정도로 편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대주주 눈치보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전혀 의식을 안 할 수 없었다"며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다른 신문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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