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뿐 아니라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낼 수 있는 공적 소유구조를 갖춘 언론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차기정부 미디어정책공약 제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연합뉴스, 서울신문, 아리랑TV 등 공적 소유구조를 갖춘 언론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언론장악 방지법)은 KBS와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이른바 ‘공적소유 언론’은 사각지대였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YTN 낙하산과 언론인 해직이 방송장악의 신호탄이었다”면서 “YTN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YTN의 최대주주는 공공기관인 한전KDN으로 21%의 지분을 갖고 있고, 서울신문은 30%가량의 주식을 기획재정부가 소유해 사실상 청와대 의중에 따라 낙하산 사장 선임이 가능하다.

언론노조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YTN과 서울신문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해 법에 명시된 공기업 임원추천위원회 수준의 사장 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차기정부 미디어정책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차기정부 미디어정책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언론노조는 연합뉴스의 경우 경영감독권과 사장선임권을 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추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영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를 사법부, 언론단체, 언론학계 등의 다양한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는 대통령 2명, 국회 3명, 신문협회와 방송협회에 각각 1명씩 추천권이 있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언론노조는 김대중 정부 때 만든 대통령 직속 임시기구로 현재 방송법의 토대를 만든 ‘방송개혁위원회’와 유사한 ‘미디어개혁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지금의 방송법은 16년 전 제정된 것”이라며 “이후 통신, 유료방송, 포털이 나오는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했는데 지금 법은 구체제”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개혁위원회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보다 민주적으로 재구성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구체적인 미디어 부처 정부조직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히도록 하겠다”면서 “특정 모델을 제시하지는 않고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디어개혁위원회의 업무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업자에 대한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포털이 언론분야 진흥기금 성격의 ‘미디어다양성 기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포털이 영향력이 큰 만큼 사회적인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은 신문협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가 포털에 노조를 조직하는 방식이 아닌 ‘기금’을 걷는 방식의 정책을 제시하는 건 신문방송시장의 위기를 포털의 지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산하 지본부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포털이 법적지위를 명확히 하고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신문협회의 주장은 신문사들이 포털로부터 기금을 받겠다는 것인 반면 언론노조는 미디어 다양성 기금을 통해 지역방송, 지역신문 등 취약매체에 지원될 수 있도록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포털 노동자 조직화도 중요한 과제”라며 “미디어개혁위원회에서 공적 책임을 다루면서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해직언론인 복직·종편특혜환수 등 언론적폐 청산 △시청자위원회 위상 강화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자율성 강화 △민영방송의 공적책임 강화 △미디어 광고시장의 공적영역 확보 △ 미디어의 지역 다양성 강화 등을 과제로 발표했다.

▲ 13일 오전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해직자 복직' 등을 외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피켓팅을 외면하며 입장하고 있다.
▲ 13일 오전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해직자 복직' 등을 외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피켓팅을 외면하며 입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대선주자 토론회를 앞두고 언론노조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대선주자에게 정책과제를 전달했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물론 유승민 후보도 “해직언론인 문제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언론노조의 제안서를 받았지만 홍준표 후보는 피켓팅을 외면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홍준표 후보는 그냥 지나쳤다”면서 “취임 이후 지키지 않은 게 문제지만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조차도 후보시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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