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를 방문해 고대영 KBS 사장과 환담을 나눈 것이 KBS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행자부 측은 김 장관이 언론사를 방문하는 일정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이지만 ‘언론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KBS 기자·PD들은 반발하고 있다.

또한 행자부가 KBS 사옥 주변의 ‘고대영 사장 퇴진 촉구’ 현수막을 철거해달라는 고 사장 측 요구에 부응해 관할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철거 공문을 내려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사장 퇴진 현수막은 KBS 직원들과 각종 시민단체들이 보내온 것으로 행자부 행보가 방송 정상화 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김부겸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부겸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기자·PD·아나운서 등 KBS 언론인 다수가 소속된 언론노조 KBS본부는 18일 성명을 내어 “우리 노조는 행자부 대변인을 통해 KBS를 방문하더라도 언론부역자 고 사장 방문은 하지 말 것을 분명히 요구한 바 있다”며 “김부겸 장관은 내부 구성원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1급 언론부역자’라고 할 수 있는 고 사장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이른바 ‘잘 봐달라’는 인사를 나눴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또 “김 장관이 진정 촛불 국민의 3대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언론 개혁’을 실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어찌 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 대리인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국정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현수막 철거 관련 공문에 대해서 “사장 퇴진 투쟁에 김 장관의 행자부가 언론부역자를 돕고 나선 것”이라고 규정한 뒤 “이른바 ‘언론부역자’ 고 사장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 공영방송 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고 사장을 박근혜 정부 언론 장악 부역자로 꼽은 바 있다. 지난달 KBS 사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KBS 직원 3292명 가운데 2896명이 ‘현 상황에서 고대영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88%)했을 정도로 대다수 KBS 종사자들은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고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부하 직원에게 “(의원 질의에) 답변하지마”라고 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