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섭 KBS 보도본부장이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KBS본부) 집행부와 조합원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본부(새노조)가 이날 오후 공개한 영상에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열렸던 KBS 이사회 참석 차 이동하는 홍 본부장이 윤원섭 KBS본부 사무처장에게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윤 처장은 홍 본부장 뒤에서 “고대영(KBS 사장)과 함께 사퇴하십시오”라고 말하고 달려가 홍 본부장 앞에서 카메라 촬영을 시도했다. 

홍 본부장은 이때 손바닥을 편 채 팔을 크게 휘둘렀다. 뻗은 팔이 윤 처장의 얼굴까진 닿지 않았고 예기치 못한 반응에 윤 처장은 몸을 피했으나 ‘신체적 접촉’은 있었다. 해당 영상에도 ‘짝’하는 소리가 들린다.

접촉 이후 윤 처장은 “보셨죠? 보셨죠?”라고 말했고 홍 본부장은 “너 왜 사람의 허락을 안 맡고 찍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조합원은 “왜 사람을 칩니까”라고 한 뒤 윤 처장이 “말로 하세요! 말로”라고 말하자 홍 본부장은 “핸드폰을 했다고”라며 다른 촬영 카메라도 손으로 잡아채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 KBS 새노조가 6일 오후 공개한 영상에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열렸던 KBS 이사회 참석 차 이동하는 홍기섭 KBS 보도본부장이 윤원섭 KBS 새노조 사무처장에게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포착돼 폭행 논란이 일었지만 홍 본부장은 “나를 촬영하는 스마트폰을 친 것”이라며 폭행을 부인했다. 사진=새노조 영상
▲ KBS 새노조가 6일 오후 공개한 영상에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열렸던 KBS 이사회 참석 차 이동하는 홍기섭 KBS 보도본부장이 윤원섭 KBS 새노조 사무처장에게 팔을 휘두르는 모습이 포착돼 폭행 논란이 일었지만 홍 본부장은 “나를 촬영하는 스마트폰을 친 것”이라며 폭행을 부인했다. 사진=새노조 영상

윤 사무처장은 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체적인 접촉이 분명 있었다”며 “휴대폰을 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손에 맞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처장은 “자꾸 ‘찍지마 왜 찍느냐’고 하는데 이는 본인이 공영방송 임원이자 공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통 카메라를 저지할 경우 손으로 렌즈를 막아서거나 하는 게 보통인데 스윙을 했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또 “육체적 접촉도 문제지만 나도 아이가 있는 아버지인데…. 너무 굴욕적이었다”며 “조합 차원에서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앞뒤로 달라붙어서 계속 동영상을 찍어서 찍지 말라고 했다”며 “그런데도 계속 따라붙고 코 앞에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그래서 내가 손으로 스마트폰을 치우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 홍기섭 KBS 보도본부장. 사진=KBS
▲ 홍기섭 KBS 보도본부장. 사진=KBS
홍 본부장은 “(허락을 받지 않고 찍는 행위가) 불쾌했다”며 “(내가 손으로) 스마트폰을 쳤지만 스마트폰이 땅에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 본인이 폭행이라고 느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미안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깐죽거리는 듯이 가로막고 계속 찍어서 솔직히 많이 불쾌했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내가 임원으로서 그 부분에 대해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빨리 파업 사태가 끝나야 한다”며 “파업이 오래 가면 KBS도 MBC처럼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어떻게든 파업 사태를 끝내기 위해 새노조 등과 대화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공영방송 임원들에 대한 촬영 행위와 관련해, MBC 전·현직 경영진들이 제기한 영화 ‘공범자들’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언론사인 MBC 핵심 임원은 공적인 인물로서 그 업무나 직위와 관련된 사진·영상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것이어서 표현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MBC 경영진들의 초상권 침해 주장을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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