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MBC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던 친박·극우단체 회원 40여명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모여 ‘언론장악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탄핵 국면이던 지난 2월 100여명이 넘는 친박·극우단체 회원들이 ‘MBC 응원집회’를 열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사장, 김장겸 당시 MBC 사장 후보(현 MBC 사장) 등을 지지했던 때와 비교하면 현격하게 세가 준 모습이다.

이날 집회에서 서경석 목사(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집행위원장)는 “지난해 12월 MBC 100분토론에 출연했는데 좌파들의 항의 전화로 MBC가 곤욕을 치렀다”며 “그나마 MBC였으니까 나 같은 사람도 출연한 것이다. 공영방송 중에서 MBC가 공정한 방송을 하려고 애쓴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지난해 100분토론에 나와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보는 절단이 나고 법치주의, 민주주의도 절단이 난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 목사는 “MBC가 문재인 정권 앞에서 설설 기지 않았다고 MBC 경영진을 교체시키고 MBC를 정권의 앞잡이로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MBC 경영진을 사법처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또 “대한민국 언론은 엉망진창이다”며 “애국 세력의 행동은 일체 보도되지 않고 있다. 기가 막힌 일”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2월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1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2월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1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날 집회에서 김장겸 MBC 사장은 큰 지지를 받았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MBC 사장 선거에서 언론노조가 우파 쪽으로 분류되는 김장겸 사장을 막으려고 했을 때 우리는 김 사장을 지키기 위해 MBC 앞에서 김 사장이 사장에 임명돼야 한다고 외쳤다”며 “최근 들어서 MBC 내 올바른 말을 하는 노조가 생겼다. 김세의 MBC 기자 같은 젊고 올바른 인력들이 목소리를 내서 MBC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제3노조 ‘MBC노동조합’ 위원장인 김세의 기자는 지난 2월 친박단체 연사로 나와 “우리 노조가 굳건히 버티면서 특정 정치 세력이 MBC 뉴스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며 제1노조인 언론노조 MBC본부를 비난했고 또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고 쓰인 팻말을 든 친박단체 참가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우리가 똘똘 뭉쳐서 우파 정권을 (세워) 문재인을 무너뜨려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고속으로 달리다 낭떠러지로 떨어질 게 확실하다”고 저주의 발언을 퍼부었다.


집회에선 허위 사실과 혐오 발언이 거리낌없이 유포됐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서 46개 언론사 사장단을 북한에 데려가 북한 언론에 충성 맹세를 한 뒤부터 방송들이 좌경화됐다”고 말했고,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는 “MBC 노조는 좌익 사상에 물들어 위대한 한국 사람을 추악한 북조선 사람들처럼 추락시키려는 민족 반역자”라고 노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조 대표는 “지금 MBC 언론노조(언론노조 MBC본부 지칭)가 민노총의 지령을 받고 정치 중립이니 개소리를 하면서 MBC 경영진을 몰아내려고 하는 것은 촛불 난동 세력이 좌익 혁명을 일으킨 데 대한 대가를 내놓으라는 정치 행위”라고 했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만든 위대한 대한민국이 북조선화되는 게 안타깝다”며 독재 정권을 찬양했다.

▲ 극우 인사인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극우단체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극우 인사인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극우단체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 2월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우리 우파 정부 때는 한 번도 언론을 탄압한 적이 없었다”면서 “특별근로감독행위는 말이 안 된다. 대한민국이 북한인가. (특별근로감독은) 언론사들에 똑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도 “MBC가 과거와 달리 많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사실은 시청률이 증명한다”며 “MBC뉴스 시청률이 가장 높지 않나. MBC가 공정성을 담보한 방송을 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 언론을 보고 있자면 평양 방송을 보는 듯하다”며 “평양방송의 서울 주재원들이 대한민국에서 기자를 하고 방송인을 하고 있는 것처럼 씁쓸하고 참혹하다”며 한국 언론을 비난했다. 언론에 대한 친박단체의 혐오는 박근혜 탄핵이 최순실 게이트 보도로 인해 발발했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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