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정치 후원금 논란 등에 “하나라도 위법하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관행이었다면 해임요구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12일 청와대가 김기식 원장 행위의 적법성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질의하며 내놓은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은 수용하나, 사퇴여부는 선관위의 입장이 나올 때까지 유보된 셈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라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 들인다”고도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앞서 김의겸 대변인은 12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13일 문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와 같은 의미를 갖는 내용을 브리핑을 했다. 김 대변인은 “김기식 원장의 해외 출장 사례가 일반 국회의원들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과연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김기식 금감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 감각을 밑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2일 청와대 브리핑에 이어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김기식 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공통적 입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은 수용하나 사퇴 여부는 선관위의 답변 이후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 늘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김 원장의 인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김 원장이 사임하게 되면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금융개혁을 포함한 정책 순위가 밀리게 되면서 정부의 개혁 동력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사임'이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로 김 원장 스스로 거취를 고민할 수 밖에 없어 자진사퇴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야당의 고발에 따라 검찰이 김 원장의 해외 출장을 지원했던 한국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김 원장의 거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범법 위반을 가리기 위한 절차로 볼 수 있지만 대가성이 조금이라도 드러난다고 하면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1일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니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50.5%로 나왔다. 반면 “재벌개혁에 적합하므로 사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3.4%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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