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진석 국회의원이 또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졌다.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면서 대단한 문건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국회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내용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정 의원이 ‘노 전 대통령 자살은 부부싸움 탓’이라는 주장이 고인에 대한 허위주장이자 명예훼손이라면 ‘댓글정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는 주장은 사실상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글로 소송까지 당한 정 의원이 9월 27일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 전 대통령이었다”며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의혹을 겨냥하는 여권의 ‘적폐청산’ 요구를 비난했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댓글공작과 노무현 정부의 댓글정치를 동일선상에 두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등의 불법정치개입 의혹을 공격하는 그의 주장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그가 주장하는 내용을 근거로 분석해도 근본적인 차이점이 5가지는 된다.

▲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첫째, 이명박근혜 정부의 댓글공작은 익명으로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지만 노무현 정부의 댓글은 실명을 밝히며 공개적으로 반론이나 정책을 홍보하도록 했다. 전자는 비밀공작이었고 후자는 공식공문으로 불법과 합법으로 구분된다.

둘째, 이명박근혜 정부는 국정원과 사이버 사령부 등을 동원하여 특정 여론조작과 방해를 통해 부당하게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 댓글은 언론사의 왜곡이나 오보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실명댓글로 반론을 제기하거나 정책홍보에 나서라는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정당한 요구였다.

셋째, 이명박근혜 정부 댓글작업의 예산은 특수활동비 등 부정하고 부당하게 합목적성에서 벗어난 자금으로 운영됐기에 처음부터 범행의 의도성이 다분하다. 반면 노무현 정부의 댓글은 해당부처 담당자 등이 월급을 받는 댓가로 주어지는 정당한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특별한 추가경비나 부정한 자금개입이 없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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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댓글의 원래 목적이 전혀 다르다. 한쪽이 여론조작을 통한 권력획득이라면 다른 한쪽은 조중동을 비롯한 적대적 언론에 대한 왜곡보도를 막거나 바로잡는 자기방어 및 올바른 여론형성 일환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근혜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작을 방지하고 권력을 부당하게 획득하지 못하도록 엄정중립이 법으로 규정된 국정원, 사이버 사령부 등 국가기관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점이다. 다른 한쪽은 선거와 상관없이 평소 왜곡보도를 반복하는 보수언론에 대해 정부부처가 소극적으로 합법 테두리안에서 항의성 혹은 해명성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도록 했다. 이는 인터넷 세계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해야 할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정진석 의원도 이런 차이점을 모를 리가 없다.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반복하여 노 전 대통령을 ‘댓글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부싸움 때문에 자살했다’고 주장하는 말과 사실상 동어반복인 셈이다.

만약 정 의원이 지금 흔들어 보이는 문서가 정말 불법문서라면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이를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한 그가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 그의 억지는 여기서 그칠까. 앞으로도 이처럼 혹세무민하려 할까. 그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그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하여 앞으로도 노 전 대통령 때리기를 계속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그의 주장에 따라 응원의 합창을 할 것이다. 그리고 조중동은 대단한 뉴스라도 되는 듯 이를 빠짐없이 보도할 것이다. 정진석 억지주장-자유한국당 합창-조중동 이슈화 식의 패턴이 반복, 심화될 것이다. 정 의원 억지주장이 먹혀들지 않으면 제2,제3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신 나서게 될 것이다.

이를 보수결집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을 흡수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또한 현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 구도로 몰고가면서 여론의 동정을 구하는데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경상도의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죽은 사람’을 반복해서 두들기는 정치적 오만과 억지를 이어갈 것이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근혜 정부의 불법과 탈법이 하나씩 밝혀질수록 더욱 ‘부관참시’형 저항은 심화될 것이다.

대책은 하나뿐이다. 명백한 명예훼손에 대해 그가 누구든 법적 처벌을 강화해서 인격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소송과정에서조차 자중하지 못하고 명예훼손을 반복할 경우 이는 가중처벌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진실과 정의가 실종되고 허위와 명예훼손이 판을 쳐도 법조차 보호해주지 못할 때 법치국가는 사라지는 법이다. 입법부의 오만이 사법부의 존재감을 왜소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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