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TV조선 취재기자들이 자사 메인뉴스의 부적절한 앵커멘트에 항의하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디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은 지난 14일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해 이메일을 통해 사내에 배포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TV조선 메인뉴스 ‘종합뉴스9’의 오프닝 및 클로징 멘트의 편향성을 문제삼고 있다.

전원책 앵커는 지난 12일 정유라씨가 ‘삼성 뇌물 재판’ 증인으로 깜짝 출석한 것과 관련해 13일 메인뉴스 오프닝에서 “(특검이) 새벽 5시에 비밀작전하듯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면서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씨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 전원책 앵커가 지난 7월13일 TV조선 메인뉴스 '종합뉴스9' 오프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종합뉴스9' 캡쳐
▲ 전원책 앵커가 지난 7월13일 TV조선 메인뉴스 '종합뉴스9' 오프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종합뉴스9' 캡쳐

전 앵커는 이어 “분명한 것은 특검이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된다”라고 말했다.

TV조선 기자들은 이에 “'새벽 5시 출발, 특검의 긴장,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무죄 가능성'까지 팩트 없이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이라며 “TV조선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회부 기자들이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들은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 지시가 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 변호사는 ‘정유라씨가 변호인 상의 없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 출석한 것은 불법이다. 뉴스에서 다루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앞으로 전원책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혹 제기나 사적인 의견을 TV조선 기자들이 취재해야 하는 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전 앵커는 이날 뉴스 클로징에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라며 “저 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린다”고 발언했다.

이날 앵커멘트가 TV조선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자 주아무개 TV조선 보도본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해명했다.

성명서는 이에 대해 “그 '다양한 시각'이, 우리 TV조선에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TV조선 메인뉴스를 개편하면서 회사는 기자들에게 '건전보수' 아이템을 요구했다. 위 문장이 건전한 앵커멘트인지 다시 한 번 묻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TV조선 기자들은 이어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는 주 본부장의 해명에 “기자인 보도본부장이 팩트가 아닌 멘트를 직접 쓰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한 것”이라며 “TV조선 기자는 개인의 메시지를 담은 메인뉴스를 제작하고 특정 세력을 위한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성명서는 당일 ‘종합뉴스9’ 오프닝멘트를 비판한 야근보고가 본부장 지시로 지워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성명서는 “TV조선 보도본부 전체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발언으로 판단됨” “‘박정희한테 송구스럽다’는 클로징 멘트 역시 편향적인 사견으로 보여짐” “‘종합뉴스9’은 보도본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시간임을 명심하고, 앵커멘트 작성 시 무거운 책임감과 소속감을 갖길 바람” 등의 보고 내용이 지워졌다고 밝혔다.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은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이다.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기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책을 듣고 싶다”며 “언론사의 정체성은 진실을 보도하는 일이다. TV조선은 언론사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디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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