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연설문이 화제를 낳고 있다. 5·18 정신 계승 역사를 분명히 하고 현 정부의 과제를 제시하면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지위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국가 폭력을 직접 언급하고 희생자 4명의 열사를 호명한 것은 연설문의 백미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무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이라며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을 때, 마땅히 밝히고 기억해야할 것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이번 연설문에 대해 “5·18 뒤로 이어지는 민주화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 광주의 싸움만이 아니라 전국의 민주화를 얘기하면서 지역색을 넘어 호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 국민적인 역사적 의미를 짚으면서 5·18을 축소 폄훼하는 것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래군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박래전 열사의 형이다. 박래전 열사는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을 맡을 당시인 1988년 6월4일 “광주는 살아있다. 군사 파쇼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했다. 박 소장은 당시 동생의 죽음을 지켜보고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박 소장은 연설문을 5·18 기념식 현장에서 직접 들었다. 박 소장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동생) 이름이 불려지니까 눈물이 났다. 세월호 유족들과 현장에서 들었다. 전혀 생각도 못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연설문 중 헬기사격 발포 진상규명과 책임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의미가 있다. 진상규명은 제한적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짚어보고 부족한 부분을 밝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인권 측면에서도 진상규명을 매듭지어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박 소장은 “역사적 의미로 헌법에 5·18 정신을 명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폭력에 저항했던 광주의 역사를 한국의 정통 역사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불처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정의가 실종되는 결과를 낳았다. 예전에도 국민통합을 내걸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해 줬는데 이들은 용서를 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라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처벌이 국민통합에 반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처벌이 국민을 통합시킨다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인권 과제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에서 이뤄졌던 인권침해 사건들, 세월호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국가기관의 집회 손해배상청구 문제 등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소장은 “사회경제적 인권이 무너져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많다.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천명했는데 일자리 문제가 생명권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또한)우리 사회의 혐오 범죄와 혐오 표현이 창궐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차별 혐오가 없는 인권친화적 사회가 돼야 한다. 차별금지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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