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결과 이례적으로 ‘노동환경 개선’을 재허가 조건으로 제시했다. 케이블방송사의 지역성 구현을 ‘권고’가 아닌 ‘재허가 조건’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3일 오후 티브로드를 포함한 24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재허가를 승인하며 ‘협력업체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복지향상을 포함하는 협력업체 상생방안’을 공통적인 재허가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업자들은 3개월 이내에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업계는 설치·수리 노동자에 대한 고용불안정,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구조가 만연해 있다. 특히, 이번에 재허가를 받은 방송사업자 중 티브로드는 지난해 비정규직 해고,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 3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됐다. 사진=방통위 제공.
▲ 3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됐다. 사진=방통위 제공.

과기정통부는 재허가 조건으로 ‘협력업체 상생방안’만 제시했지만 방통위가 수정한 최종안에는 ‘협력업체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복지향상을 포함하는 상생방안’으로 조건을 구체화했다. 유료방송 재허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심사를 맡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전동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여야 추천 위원들은 ‘유료방송 노동문제 개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국정목표 방향이 비정규직 해소인데 SO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하기도 했다”면서 “가장 엄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재허가 때다. 종사자들이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케이블 방송의 ‘지역성 구현’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티브로드 4개사와 CJ헬로비전 2개사에 공통적으로 ‘지역사회 기여 및 공익성’평가가 미흡하거나 저조하게 나온다”면서 “SO는 지역 밀착형 매체로 지역성이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 심사항목에 들어가 있다면 권고사항이 아니라 재허가 조건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허가 심사 결과 발표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규제기관으로서 적절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실제 현장이 바뀔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4일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을 통해 케이블 설치‧수리기사들의 고용 안정성 확보는 방송사업자의 자격 요건이자 방송산업 발전의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IPTV 사업자 재허가가 예정돼 있는 만큼 유료방송산업 전반으로 확대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한편 3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 이원화된 유료방송 재허가 심사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당 추천 표철수 상임위원은 “예전에 (참여정부 때) 방송위원회 근무를 하다 방통위원으로서 (이중 심사과정을) 보니 번거롭다”면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업무 조정이 안 돼 생기는 중첩된 절차다. 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삼석 상임위원 역시 “(재허가 조건을) 점검하는 권한이 방통위에 없다”면서 “우리가 부과했던 재허가 조건, 권고사항 이행여부를 우리도 꼼꼼히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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