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사설 “새 정부부터 공영방송 장악 시도 그만두라”(8월9일자)는 주장은 허구와 과장, 일관성 결여 등으로 설득력이 없다. 진정으로 공영방송을 걱정한다면, 조선일보의 ‘일단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습관부터 반성하고 정확한 내용과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하고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공영방송”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그런데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지고 정권이 방송을 장악해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던 시초가 노무현 정부였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닌 허구의 주장이다. 많은 근거자료가 있기 때문에 조선의 사설이 거짓 주장이라는 것은 금방 드러난다.

▲ 조선일보 8월9일자 사설
▲ 조선일보 8월9일자 사설
‘정권이 방송을 장악해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던 시초’는 노무현 정부가 아니고 전두환 군사정권이었다. 더 멀리는 박정희 정부였다. ‘땡전뉴스’로 유명한 전두환 정부시절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것이 언론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당시 조선일보는 공영방송과 함께 독재자 전두환을 ‘육사의 혼’이 빚어낸 ‘영웅 중의 영웅’,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는 식으로 그를 미화하고 영웅시했다. 독재자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에 대한 비판은커녕 오히려 대문짝만하게 지면을 할애해 전두환 미화에 나선 조선일보의 보도는 기록으로, 역사의 증거로 남아있어 간단하게 확인된다. 사설의 첫머리부터 엉터리로 ‘노무현탓’을 하는 이런 조선일보가 과연 얼마나 ‘진실과 정의’에 충실하려 했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해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엉터리다.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언론은 언론의 길로, 정치는 정치의 길로‘라는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 조선일보 주장처럼 공영방송을 장악했다면 방송과 신문 등으로부터 그렇게 재임중은 물론이고 퇴임 이후 대대적인 비난보도에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주장과 달리 노무현 정부에서 대표적 공영방송 KBS는 국민 신뢰도 1위 매체로 평가받았다.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은 프로그램 제작에 일체 간여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제작진으로부터 나오지 않는가.

방송중립, 공정방송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정연주 사장을 무리하게 쫒아내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 감사원, 검찰, 법원 등을 총동원했던 사실이 여전히 생생한데, 조선일보는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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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무현 정부가 뒤늦게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라며 기자들에게 출입처 봉쇄조치를 한 것은 일종의 언론탄압으로 언론계 전체로부터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영방송 장악과는 상관없는 언론계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조선일보는 과거의 보도와 사설을 스스로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시절 조선일보가 어떻게 보도했으며 공영방송이 무너질 때 어떤 보도를 했는지.

▲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해 6월17일 경복궁 인근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해 6월17일 경복궁 인근 커피숍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공영방송 KBS를 국민신뢰 1위의 매체로 끌어올린 정연주 당시 사장을 어떤 식으로 매도하며 비난했던가. 이명박 정부의 감사원이 정연주 사장 해임요구안을 낸 다음 날짜인 2008년 8월6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정 사장은 노무현 정권 내내 KBS를 정권의 수호견으로 실컷 전락시켜 놓고는 이제 와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사장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하고 있다”며 “정연주씨는 당장 스스로 물러나는 게 그나마 마지막 추한 꼴을 덜 보이는 길”이라고 썼다.

현재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는 지켜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조선일보가 이때는 권력의 편에 서서 정 전사장을 향해 임기 도중에 “당장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그때그때 기회주의적인 사설을 쓰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 외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된다.

조선일보는 정권을 감시, 견제하기는커녕 마치 권력과 한 몸처럼 각종 인사에 개입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다가 결국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부패기득권 세력’으로 비판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을 향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급기야 박근혜 정부가 조선일보 논설주간의 부패행태를 폭로하자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조선일보의 ‘무조건 노무현 탓’은 잘못된 습관이고 독자를 오도하는 사설이다. 공영방송이 정상이 아니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엉터리 진단을 하며 제도적 개선을 외면하는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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