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지금 욕 많이 먹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지난 10년 동안 저희들이 그대로 있지 않았다는 것,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저희 구성원들의 진심을 이해할 거라고 봅니다.”

15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최승호 감독(MBC 해직PD, 현재 뉴스타파 PD)의 ‘공범자들’을 보고난 이용마 MBC 해직기자의 감상평이다. 이용마 기자 외에도 상영관을 찾은 기자들은 "10년간의 투쟁이 잘 기록돼있다"는 평을 남겼다. 

최근 페이스북 라이브로 ‘김장겸은 물러가라’고 외친후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김민식 MBC PD 역시 “정말 처절하게 안에서 싸우고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았다”며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해 온 긴 싸움을 잘 드러내준 영화”라며 최승호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 김민식 MBC PD가 최승호 감독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김민식 MBC PD가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을 감상한 후 최 감독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최 감독은 15일 영화 상영을 마친 이후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공범자들’이 여전히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KBS와 MBC에 힘이 되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사실상 청와대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라며 “근본적으로는 공영방송사 사장을 결정하는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법개정이 필요한데 당장 쉽지는 않다”라며 “그렇기에 국민여론을 불러일으켜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힘에 ‘공범자들’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15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열린 '공범자들' 상영회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최승호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15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열린 '공범자들' 상영회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최승호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공범자들’ 상영회에 참석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MBC 기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로서 이러한 법 개정에 힘쓰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경민 의원은 “‘공범자들’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는데, 현재 미방위 간사로서도 무거움을 느낀다”라며 “19일에 예정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잘 마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고,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공영방송과 관련한 개선책들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할 수 있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범자들’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공영방송에 대한 집요한 개입과 탄압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았다. 김재철·안광한 MBC 전 사장, 김인규·길환영 전 KBS 사장에 이어 현재의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어떻게 공영방송을 ‘망쳐왔는지’(영화 속 최승호 감독은 이들에게 끈질기에 찾아가 “공영방송을 망쳤다”며 질문한다. 최 감독은 이 질문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기도 한다) 기록했다.

▲ 최승호 감독의 신작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BIFAN
▲ 최승호 감독의 신작 '공범자들'에 등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BIFAN
하지만 영화는 ‘투쟁을 기록한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KBS와 MBC의 투쟁이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 여전히 KBS에는 고대영 사장이, MBC에는 김장겸 사장이 근무하고 있으며 내부 구성원들의 싸움도 여전하다.

이에 최승호 감독은 현재 정권에서 이들 ‘정상화’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현재 김장겸씨나 고대영씨는 방송법의 기준으로 보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했던 사람들이다. 방문진 이사회와는 이들을 위한 방패막으로 사용되고 있다”라며 “이들은 스스로 아무런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해주는 보호막이 없다면 금방 자기 스스로 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정부가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방송사 안에 있는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공영방송을 되찾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라며 “정부 역시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는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현재 고용노동부가 MBC에 특별근로감독을 보내 지금까지 부당노동행위로 잘려나고 징계당한 언론인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라며 “이전 정권에서도 그렇게 오랫동안 신청했던 일인데 이제야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사태를 바라만 보고 있다면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다”라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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