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내부에서 기자와 직능단체 등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윤세영 회장이 보도지침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터진 이후 SBS 저널리즘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윤 회장이 보도본부에 박근혜정권을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의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SBS 기자들은 기수별 성명을 통해 대주주의 △보도개입 사과 △보도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을 것 △보도개입 차단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SBS본부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0일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내용의 ‘보도지침’이 전달됐다. 이 중에는 “모든 부서에서 협찬과 정부 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라”는 광고 영업 지시 내용까지 포함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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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SBS 보도화면 갈무리
▲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SBS 보도화면 갈무리
SBS 보도본부 16.5기(엄민재, 전병남, 채희선)는 성명에서 한일 위안부 졸속 합의 관련 보도를 사례로 “조중동 등 보수 언론마저 합의의 미흡한 부분을 비판했다”며 “SBS는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옹호했고 언론으로서의 권력 감시와 비판 책임을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들은 “그간 ‘미심쩍은 보도 행태’ 배후에 대주주의 ‘보도지침’이 존재했다는 것이 노보를 통해 확인됐다”며 “언제까지 마냥 시청자들이 우리를 우러러 보길 바랄 것인가. 끝까지 우리의 뉴스가 ‘맞다’고 속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14기 기자(박현석, 이경원, 이호건, 정유미, 정혜진, 한상우)들도 성명을 통해 “저널리즘, 기본, 원칙, 정의. 대주주의 머릿 속에 이런 언어는 허상에 불과해보였다”며 “효율성을 위해 저널리즘을 기회비용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박근혜 정부를 도우라는 보도지침은 정말 효율적이었는지, SBS 뉴스는 생각했던 만큼 성장했는지”를 묻고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고 믿었던 종편이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우리를 앞지른 상황”이라며 대주주를 비판했다.

13기 기자들(권란, 김현우, 박세용, 이한석, 조기호)은 보도지침을 폭로한 노조에 대해 “벼린 칼을 제 가슴 깊숙이 꽂은 노조의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몸 속에 썩어가는 종양을 적출하기 위함”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우리는 노조의 대재적인 수술을 적극 지지한다”며 “대주주 역시 그토록 아끼는 SBS라면 그 수술에 반드시 동의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막내기수 기자들과 시니어급 선배기자들의 성명도 나왔다. 막내 기수인 21기 기자들 (원종진, 전형우)은 성명을 통해 “우리 뉴스가 벼랑 끝에 다다르고 있을 때 ‘뉴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왔다는 대주주의 보도지침.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선배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으려 한다”며 “부당한 지시와 보도개입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싸움에 저희 막내기자들도 앞 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6기 기자(박진호, 최선호, 윤영현, 정규진, 주영민, 서대원)들도 “20여년 차의 고참이면서도 머뭇거리고 타성에 젖어가던 모습을 떨쳐내고자 한다”고 자성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취재, 보도, 방송 과정에서 필수적인 가치를 지키고 미디어 소비자를 위하는 것은 옳고 그름, 맞음과 틀림의 문제”라며 “좌파와 우파의 정지적 프레임으로 매도하는 그릇된 냉소와 의도적 공세에는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윤창현 노조위원장을 해하려는 어떤 움직임이나 SBS를 바로 세우려는 진심을 왜곡하는 모든 행위에 결연히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SBS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카메라기자협회, PD협회 등 직능단체들도 7일 성명을 내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하고 실질적인 분리, 대주주의 사익 추구가 아니라 시청자 이익을 위한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투쟁 결의문에 깊이 공감한다”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 6일 긴급 임시 대의원 대회를 통해 SBS를 열고 SBS를 시청자와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채택한 결의문에는 △SBS 소유와 경영의 완전하고 실질적이며 불가역적인 인적, 제도적 분리를 확립한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부당한 방송통제와 개입을 막아내고 방송 취재, 제작, 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완전히 확보한다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착취적 지배구조를 배격하며 SBS의 사업 및 수익구조를 시청자 이익에 최우선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며, 지속 가능하도록 정상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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