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출입기자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 판결문을 공개했던 오마이뉴스에 대해 1년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대법원 출입기자단은 오마이뉴스가 지난 9일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 – 엇갈린 1·2심 판결문 전문공개’라는 제목으로 2심 판결문 전문을 실어 보도하자 판결문 전문 공개는 기자단 내규 위반이라면서 징계 안건을 올렸다.

그리고 대법원 출입기자단은 21일 오마이뉴스 소명을 듣고 투표를 거쳐 출입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1개월과 6개월, 그리고 12개월 등 기간을 따져 투표를 부쳤는데 다수의 출입기자단 성원이 12개월 출입정지를 결정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2심 판결문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에 대한 판결문이었고, 선고 당시 국민적 분노를 이끌어내면서 정형식 판사에 대한 파면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올라와 청와대까지 답변했던 사안이다.

국민 눈높이로 보면 판결문 공개는 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판단할 수 있게끔 국민 알권리를 충족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뤄졌지만 출입기자단이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알권리를 막는 행태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도 이날 징계 결정에 앞서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판결문을 공개해 국민들이 직접 읽고 판단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판결문을 공개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다수의 언론들이 판결문을 직접 인용해 기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판결문 전문을 공개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4년 9월 25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판결문 전문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와 달리 당시 법원 출입기자단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법원 출입기자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문 전문 공개 뒤 오마이뉴스에 문제제기를 해서 블라인드 조치를 요구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해당 판결문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법원기자단과 법원의 항의로 게시를 중단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블라인드 조치를 따르지 않았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오마이뉴스가 제작해 9일 공개한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 – 엇갈린 1·2심 판결문 전문공개’ 웹페이지.
▲ 오마이뉴스가 제작해 9일 공개한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 – 엇갈린 1·2심 판결문 전문공개’ 웹페이지.

 

 

 

특히 법원 기자단은 징계 사유로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까지 1~2심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부 관례를 들었다. 기자단은 이 같은 관례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원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의 판결문 공개는 출입기자단이 암묵적으로 지켜온 ‘엠바고’를 깬 것이고, 오마이뉴스 보도로 인해 앞으로 기자단에 제공하는 법원 판결문을 받을 수 있는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전 모든 판결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관행이 ‘엠바고’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자단 내규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내용도 아니다.

1년 출입 정지라는 징계 내용도 과한 측면이 있다. 기자단이 결정한 과거 중징계 결정 내용을 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엠바고를 깼을 때 1년 출입정지 징계가 있었고, 공소장을 보도했을 때 3개월 출입정지를 내린 사례가 있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1~2심 판결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기자단 내부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이전 사례와 비교해서도 과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오마이뉴스는 1년 동안 기자실 출입을 할 수 없고, 검찰관계자로부터 백브리핑 형식으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티타임 참여도 제한된다. 재판 풀 취재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오마이뉴스는 기자단 신의 문제와 판결문 공개로 인한 법원 취재의 어려움 등을 고려했을 때 징계 자체는 불가피할 수 있다고 봤지만 1년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하면서 당황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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