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지난달 종합편성채널 MBN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한 가운데 MBN이 자사 영상취재부, 보도미술부, 편집부, 기술부, 제작미술부 등을 자회사로 분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MBN 측은 지난 1일 간부회의를 소집해 일부 방송 기술 쪽 부서의 분사 등을 논의하고 이러한 내용을 내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류호길 MBN 전무는 4일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통지한 것은 아니”라며 “서류상으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MBN이 이런 조치를 고민하는 까닭은 방통위의 ‘조건부 재승인’과 무관하지 않다. 방통위는 지난달 27일 MBN에 대해 방송사업자 재승인을 하면서 ‘콘텐츠 투자’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과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가 개선 계획에서 제시한 연도별 콘텐츠 투자 금액 이상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MBN이 콘텐츠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 

방통위의 방송 제작비 산정 기준에 따르면 본사 인건비는 프로그램 제작비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자회사로 분사하게 되면 자회사 직원들의 인건비 등이 ‘콘텐츠 투자 금액’으로 산정된다. 이 때문에 MBN이 본사 직원들을 분사해 서류상 콘텐츠 투자 금액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4일 “(MBN 기획대로) 분사를 하게 될 경우 ‘콘텐츠 투자 금액’이 셈법상 늘게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방통위에서 MBN에 분사를 권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건 취지는 콘텐츠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MBN 쪽에서 (방통위 재승인 심사 기준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을 했었는데 재승인 심사위원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률적인 평가 항목과 기준에 따라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2014년 종편 재승인 조건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 확보 방안 △콘텐츠 투자계획 이행 △재방송 비율 △조화로운 편성 등을 점검하기로 의결했는데, MBN은 3년 동안 899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으나 MBN은 약속한 투자계획의 68%(610억 원)만 투자했다.

지난달 27일 재승인 의결 내용을 보면 MBN은 심사사항 가운데 하나인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여부’ 항목에서 총점 100점 가운데 37.06점을 받아 과락을 면치 못했다.

MBN 내부 구성원들은 ‘조건부 재승인’ 불똥이 자신들에게 떨어진 상황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사는 기존 처우, 신분이나 직급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맞게 될 줄은 몰랐다”고 우려했다. 분사 대상이 되는 인력은 15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부에선 분사를 한다고 해도 “해당 인력들의 인건비는 모자란 ‘콘텐츠 투자 금액’의 4분의 1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지적과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기 위한 재승인 절차가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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