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두 정상의 테이블에는 무엇이 올라갈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이를 논의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오는 13일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열린다. 북측은 9일 오전 ‘판문점선언 이행상황 점검과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한 문제 협의’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제안했고, 남측은 약 반나절 만에 이를 수락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 교착된 가운데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 9·9절을 앞두고 있다. 그간 ‘중재 외교’로 평가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오는 9월 말 UN총회를 앞두고 모종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물론 제안 뒤에 숨은 배경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한 두 정상
▲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한 두 정상

서울신문은 10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3차 남북정상회담 협의를 제의한 배경을 전했다. 성대하게 치러져야 할 9·9절(70주년 북한정권수립기념일)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지금껏 북한은 미군 유해 송환 등 성의를 표시했지만, 종전선언이나 제재 완화 등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다급함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신문은 대체로 낙관론을 전했다.

▲ 8월10일 서울신문 10면 기사.
▲ 8월10일 서울신문 10면 기사.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을 징검다리로 해서 유엔총회 기간, 북미,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핵미사일 동결, 종전선언, 대북 제재 해제까지 일괄 타결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시기를 합의한다면 곧 북·미 고위급회담이 재개되고 유엔총회에서의 종전선언 수순으로 급물살 탈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조만간 평양에 가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형식상으로 북한 제안을 우리가 수락했지만 남북이 물밑 협상을 통해 3차 정상회담 공감대를 좁혀 가다가 ‘공개 모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안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그만큼 북·미 간 제재가 절실하며, 따라서 북·미교착 상황을 타개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판문점 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면서 연내 종전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은 절실하다”고 의미를 뒀다.

조선일보 역시 전문가 견해를 전했지만 온도차를 보였다. 북측이 우리 정부에게 ‘압박’을 가할 조짐이라는 논지를 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은 종전 선언에 대해 ‘한국이 책임지고 이행하라’고 압박할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평창식 예외 조치’를 끌어낼 것도 종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전직 통일부 관리 입을 빌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도와 셈법을 면밀히 분석하고 회담을 받았는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 8월10일 조선일보 5면 기사.
▲ 8월10일 조선일보 5면 기사.

조선일보 사설은 “북은 13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열려는 3차 정상회담을 한·미간 이간과 시간 끌기, 제재 무력화를 위한 틈으로 만들려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9·9절 축하 사절처럼 꾸미려 할 수도 있다. 미·북 중간의 중재 역할을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그 시점은 지났다. 3차 남북 정상회담까지 비핵화 회담으로 만들지 못하고 엉뚱하게 겉돌면 국민의 인내도 바닥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북측의 남북 정상회담 준비 제안 배경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모두 전했다. 한국일보는 “앞으로 북미 협상이 잘 굴러가려면 고의 은폐 등 악의가 아니라 관성적으로 해오던 것이라 해도 미국이 의심하는 핵 물질 생산 활동을 동결하거나 핵 시설 일부를 신고하는 성의를 미국에 보여줄 필요도 있다”는 정부 소식통 말을 전했다.

▲ 8월10일 한국일보 4면 기사.
▲ 8월10일 한국일보 4면 기사.

‘북한석탄’ 밀반입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보수신문들은 ‘북한산 석탄’에 주목했다. 북한은 지난해 채택된 유엔 결의에 따라 석탄을 포함한 광물 수출이 금지돼있는데, 일부 업체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둔갑시켜 국내 반입했다는 의혹이다. 관세청은 오늘(10일) 오후 2시 정부대전청사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해 온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동아일보(“‘러시아産 석탄 증명서’ 위조한 가짜였다”)와 세계일보(“관세청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확인”)는 관련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조선일보도 1면에 “국내 일부 기업들, 북한산 석탄 알고도 수입” 기사를 넣었다.

▲ 8월10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 8월10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관세청은 이번 사안을 일부 업체의 ‘일탈 행위’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 외교부2차관은 9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수입 업자의 일탈행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한 제3자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간 협의로는 이것은 그런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일보(4면 “정부는 업체 일탈이라지만…美동맹국 첫 ‘세컨더리 제재’ 위기”)와 중앙일보(10면 “북한 석탄 연루 땐 한국 기업도 세컨더리 제재” 발언 강조)는 공화당 소속 테드 포 미국 하원 테러리즘비확산무역소위원장 발언을 통해 세컨더리 보이콧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강조했다. 포 위원장은 현지시간 8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가 됐든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멈춰야 하며 모든 국가들은 북한으로 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 8월10일 중앙일보 10면 기사.
▲ 8월10일 중앙일보 10면 기사.

VOA는 석탄 문제를 촉발한 최초 보도를 전한 매체다. 테드 포 하원의원은 그간 VOA 인터뷰를 통해 대북 관련 강경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판문점 선언 이후 VOA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에게 통일이란 자신이 정권, 즉 공산정권 아래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 형태가 어찌됐건 한반도 통일에 대한 한국의 대중적 지지는 그리 높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북한 석탄 논란이 정부 실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종전선언이 북한의 버티기 빌미가 된 것은 비핵화에 목표를 집중하지 않고 남북관계 진전에 힘을 쏟는 문 대통령의 방향 설정이 만들어낸 부작용 중 하나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논란도 그 산물일 수 있다. 남북관계 진전이 정권의 최우선 순위로 여겨지니까 관련 당국 실무자들이나 기업들도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안이한 태도로 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테드 포 미 하원 외교위 테러리즘비확산무역소위원장이 8일 한국 기업도 세컨더리 제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 등은 모두 미국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런데도 청와대는 석탄 의혹은 관세청에 맡겨둔 채 9월 유엔에서의 종전선언 성사를 목표로 물밑 외교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0일 “실체 규명보다 정쟁도구로… 안보 이슈 된 북한 석탄”이라는 제목의 뉴스분석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이번 논란을 촉발한 VOA 일부 보도가 오보로 확인됐으나 이후 보수언론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 석탄 수입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서류상 하자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일본도 해당 선박을 억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또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본질과는 상관없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또 다른 형태의 색깔론”이라는 익명의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 8월10일 경향신문 5면 기사.
▲ 8월10일 경향신문 5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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