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4억5000만원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사건 수사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까지 등장했다. 사기꾼 김아무개(49)씨가 윤 전 시장의 집무실까지 찾아가 노 전 대통령의 20대 혼외자녀 2명의 취업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윤 전 시장은 사기꾼의 말에 속아 두 사람의 취업을 알선했는데 두 사람은 모두 사기꾼의 딸이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윤 전 시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면서 수사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선정적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 윤장현(왼쪽 두번째) 광주시장이 2014년 3월20일 시장 예비후보 시절 당직자들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홈페이지
▲ 윤장현(왼쪽 두번째) 광주시장이 2014년 3월20일 시장 예비후보 시절 당직자들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홈페이지

윤장현 사건 급기야 노무현 혼외자까지 등장

경향신문은 이 사실을 5일자 12면에 ‘가짜 권양숙 자녀 취업시킨 윤장현’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12면에 ‘윤장현 시장실까지 출입한 간 큰 가짜 권양숙’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주요 일간신문의 5일자 관련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경향 12면 ‘가짜 권양숙 자녀 취업시킨 윤장현’
동아 12면 윤장현 시장실까지 출입한 간 큰 ‘가짜 권양숙’
세계 12면 권양숙 여사 사칭한 사기꾼 ‘노무현 혼외자’ 보호자 행세
한국 10면 “노무현의 혼외자란 말에 속아 윤장현, 사기꾼 자녀 취업알선”
한겨레 14면 ‘윤장현 미스터리’
조선 12면 “윤장현, 1인2역 사기꾼의 ‘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 취업부탁’에 속아”

조선일보, 사기꾼 김씨 “노무현 혼외자 취업, 광주 미래 걸린 일”

조선일보는 5일자 12면에 “윤장현, 1인2역 사기꾼의 ‘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 취업부탁’에 속아”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2면 머리기사에서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 수사 진행중인 사건을 생중계하듯 보도했다.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12면, 세계일보 12면, 한국일보 10면, 한겨레 14면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12면, 세계일보 12면, 한국일보 10면, 한겨레 14면

조선일보는 사기꾼 김씨가 윤 전 시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를 키우는 광주의 양육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여성이 윤 전 시장 집무실까지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광주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들은 남매인데 취업이 어렵다. 시장님이 꼭 도와 달라”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윤 전 시장이 지난 1월 사기꾼 김씨의 아들 조아무개(29)씨를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채용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윤 전 시장은 김씨의 딸(30)이 광주의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고 전했다.

사기꾼 김씨의 아들은 7개월을 일하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10월 퇴사했다. 김씨의 딸은 최근 결혼까지 하고 여전히 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이다.

‘논두렁 시계’처럼 부풀려진 선정보도 속에 진실은

인터넷에서 노무현 혼외자를 치면 예비역 대령연합회 등에서 쓴 글들이 검색된다. 실제 한 대령연합회 사이트에 2005년에 올라온 글 중엔 ‘노무현 숨겨 논 딸, 뉴욕에 머물고 있다’는 제목도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재직 시절부터 혼외자 논란은 몇몇 사이트에 떠돌았다. 혼외자가 여성이고 이름까지 소개한 곳도 있다. 혼외자가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보호 하에 있다는 등 여러 억측들이 난무했지만 실체 없는 소문이었다. 

마치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는 ‘논두렁 시계’처럼. 이번 윤장현 보이스피싱 사건의 사기꾼 김씨가 ‘노무현 혼외자’ 같은 가짜뉴스를 교묘히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였고, 이를 현직 광역시장이 그대로 믿었다는데 많은 시민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수사경찰로부터 한 두 마디 전해들은 말에 온갖 살을 덧붙여 유통되는 뉴스 속에 국민만 속절없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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