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영화배우 정우성씨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짜 난민’ 관련 유언비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우성씨는 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간에 퍼진 ‘가짜 난민’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고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들을 만난 경험을 풀어놨다.

정씨는 ‘난민 브로커는 서류를 조작해 가짜 난민을 데려온다’는 세간의 주장에 대해선 ‘브로커는 중립적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난민 신청 하는 사람들이 (그 국가의) 법률 제도를 모르기 때문에 그걸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비행기를 타고 건너지 않는 근접국으로 가는 경우에도 브로커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서류를 조작하는 가짜 난민에 대해서도 “가짜 서류는 존재할 수가 없다. 그건 대한민국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말과 똑같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난민 신청자가 예멘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등을 입증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 과정이 길고 엄격하며 난민 인정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돈이 있으면 난민이 아니다’라는 인식에 대해 “난민이 모든 재산을 잃은 사람은 아니다. 오늘까지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난 전쟁 때문에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명했다.

▲ 지난 6월29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6월29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 명의 난민 가운데 90%가 남성인 점도 “내전에 휩싸이게 되면 남자는 징집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6·25 때 서북청년단, 보도연맹 해가지고 이념 색출하겠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학살했나. (예멘이) 약간 그런 상황”이라고 비교 설명하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제주도를 방문해 직접 만난 난민들을 얘기도 들려줬다. “내가 만난 사람은 2명이 기자 출신이었고, 1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였고 또 1명은 컴퓨터 하드웨어 관련 기술자였고 1명은 셰프였다”며 “반군에 반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고문을 받고 생명에 위험을 받았던 기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온정주의 아냐”

정씨는 난민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문제 제기에도 “굉장히 과장된 주장”이라며 우려했다. “버클리 공대에서 조승희라는 한국 사람이 총기 난사를 했을 때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한국 사람들은 다 총기 난사범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 그러니까 쟤네 한국 애들 조심해’ 이랬을까? 그러지 않았다”며 “(범죄는) 개인의 문제이지 난민이기 때문에 범죄를 더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건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라고 말했다.

정씨는 인터뷰 끝무렵에 “난민에 대한 관심은 그냥 어려운 사람을 돕자라는 단순한 온정의 얘기가 아니라 ‘이 분쟁을 어떻게 하면 없애자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사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나의 관점에 대한 객관성을 서로가 좀 가질 필요가 있다”며 “그게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우리 사회가 난민을 앞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해결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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