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비위 사실을 폭로한 제보자들을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통해 협박한 강규형 KBS 구여권 이사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협박·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8일 새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강 이사의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적 사용 실태를 고발했다”며 “그 이후 강 이사가 관련 비위 사실을 폭로한 제보자들에게 인신공격성 문자를 보내는 등 더 이상 강 이사의 제보자 협박을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견인 A씨는 지난달 28일 새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 이사가 자신에게 KBS 법인카드를 맡기고 도그 쇼(Dog Show) 뒤풀이 비용을 결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실제 자신이 비용을 대리 결제한 뒤 카드를 돌려줬다고 폭로한 바 있다. 

▲ 자신의 비위 사실을 폭로한 제보자들을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통해 협박한 강규형 KBS 구여권 이사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협박·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자신의 비위 사실을 폭로한 제보자들을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통해 협박한 강규형 KBS 구여권 이사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협박·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새노조에 따르면 강 이사는 28일 기자회견 당일부터 최근까지 여성인 제보자 A씨에게 200여 통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강 이사는 ‘쓰레기’ ‘룸펜’ ‘직업이 없으니 개 빗질이나 하지’ 등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협박성 전화도 이어졌다.

또 강 이사가 A씨에게 “죽이려면 확실히 죽여야 돼요. 어설프게 건드리면 그것도 허위사실로 반대로 당하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 “부모를 만나야겠다”며 소송 제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제보자에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했다는 것이 새노조 주장이다.

또 다른 제보자인 B씨 부부에게도 강 이사가 문자나 전화 등으로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이사는 지난 16일 오후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서 (폭로가) 끝나면 봐주고, 대신 여기서 하나만 더 나가면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야”, “경고한다. 한 발자국만 더 하면 너 죽는다”, “너희들 절대 나서지 마. 나서면 다친다. 뭣도 모르는 것들이 끼어들어서 여기저기서 난리를 피우냐”며 압박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강 이사는 B씨에게 “근데 애는 왜 지웠냐”는 등 사안과 무관한, 또 사실과 다른 발언으로 공격했으며 “전과가 있다”, “질이 나쁘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18일 기자회견에서 아이를 유산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밝힌 B씨는 “어디서 이런 얘기를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강 이사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제게 쏟아냈다”며 “가슴 속에 묻은 사건을 다시 꺼내, 왜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그가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털어놨다.

앞서 제보자 A씨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은 연락이 잦아들었지만 (연락을 받을 당시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서창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강 이사가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 소지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제보자들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장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강 이사의 문자 메시지에는 허위 사실과 인격모독적 표현이 다수다. 협박죄와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러한 혐의점을 기초로 고발장을 작성했고 19일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강규형 KBS 이사는 지난달 19일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를 하던 새노조 조합원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조롱 시비를 불렀다.사진=KBS 새노조
▲ 강규형 KBS 이사는 지난달 19일 서울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서 ‘강규형 퇴진’ 피켓 시위를 하던 새노조 조합원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 조롱 시비를 불렀다.사진=KBS 새노조
강 이사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또다시 “애견계에서 질이 안 좋은 사람으로 유명하다”며 B씨 부부의 개인사를 서슴없이 꺼냈다. “애는 왜 지웠냐”는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확인 차원에서 물어본 것”이라며 발언 사실을 시인했다.

강 이사는 “그 사람(제보자) 신뢰성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엉망으로 산 사람들이 왜 이런 데 나서서 허위 증언을 하며 사람을 끌어내리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보자들에게 문자와 전화로 압박한 것에 대해 “협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18일 강 이사와의 통화 내용이다.

- 강 이사가 제보자 B씨에게 전화해서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기자회견이 18일 있었다.

“그 친구가 애견계에서 질이 안 좋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내 전화를 (B씨가) 다 끊었다. 내가 공금으로 애견과 관련한 것들을 구입했다고 제보한 사람들인 것 같다. (B씨에게) ‘왜 그랬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얘기들이 오고 가다가….두 사람(B씨 부부) 전력이 화려하다.”

- 그들이 어떻든 (아이를 언급한) 사적 발언은 잘못한 것 아닌가?

“사적인 게 아니다. 두 사람은 동거를 했고, 세상을 너무 엉망으로 살지 말라고 그런 거다. 애견계에선 유명한 일이다.”

- 아이 관련 발언도 하지 않았나?

“발언이 아니라 확인을 했다. 그랬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한 것이다.”

- 워딩을 정확히 하셔야 한다.

“그랬다며? 라고 물어봤다.”

- 그런 얘기가 전화 당시 중요한 이야기였나?

“(B씨가) 너무 막 살았다. ‘왜 군대 안 갔냐’ 이것도 (B씨에게) 내가 물어봤다. 그 이유를 못 댔다. 전과 때문에 그렇다고들 하는데…. 하나하나 확인한 거다.”

- 그걸 확인하는 게 뭐가 중요한 건가?

“그 사람의 크레디빌리티(credibility·신뢰성)를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엉망으로 산 사람들이 왜 이런 데(폭로) 나서서 허위 증언을 하며 사람을 끌어내리나. 내가 공금으로 산 증거 있으면 내놔라 하니까 자기는 ‘그런 거(제보) 한 적 없다’고 했다.”

- 해당 발언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질문을 한 것이다. ‘너 그런 소문이 있는데 그거 사실이냐’고 질문을 했지.”

- 기억하실 것 아닌가. 정확한 워딩은 뭔가?”

“저... 저... 저... ‘너 애 지웠대매?’ 그러고선 ‘동거했대매?’라고 물었고 (B씨가) ‘(동거)했다’고 했다. ‘군대는 왜 못 갔냐’고 하니까 (B씨가) ‘왜 이야기해야 해요?‘라고 했다. 내가 ’전과 때문에 못 갔다는 소문이 있던데?’라고 하니 대답을 못했다. 그렇게 산 사람이다.”

- 그분들에게 협박한 것은 맞지 않나?

“무슨 협박을 해요. 그게.”

- 그게 협박 아닌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협박 아니고. 자자 들어보세요. 그 사람들이 허위 제보를 해서 난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한 거고. 전화를 꺼놔서 딴 전화로 걸었다. 물어봤더니 자기는 (제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래. 오리발을 내밀어.”

- 제보자는 당연히 신원을 공개하는 게 어려운 일 아닌가?”

“그렇게 떳떳하면 ‘그래 내가 했소’ 그래야지. 왜 안 했다고 해요? 그거 다 보낼까요 문자?”

- KBS 이사의 사회적 지위와 일반 애견 관계자의 지위가 같다고 보나?

“그 사람들이 나를 지금까지 괴롭히고 사기치고 한 것은 이미 톤(ton)으로 쌓여 있다. 거기다가 지금은 허위 제보까지 했다. 그런 거는 왜 이야기 안 하나?”

(중략)

- 제보자가 협박으로 느끼면 협박 아닌가. 협박의 정의는 무엇인가?

“협박은 ‘내가 널 죽여버리겠다’ 이런 것들이다. 그 사람들(제보자들)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문자 보낸 것은 협박 아닌가.”

- 주고받은 문자에도 맥락이 있을 것 아닌가. 강 이사가 제보자에게 문자 200통 보낸 것은 사실 아닌가?

“거기서(제보자 쪽에서)는 100통을 보냈는데 그거는 뭐냐?”

- 100통 보낸 것은 사실인가?

“나한테 여러 통을 보내고.”

- 100통 보낸 건 맞나?

“내가 세어보질 않았는데, 아니 여러 통을 보냈다.”

- 말씀이 왔다갔다하는데?

“(버럭) 내가 그걸 어떻게 세보나? 여러 통을 보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