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기득권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왜곡보도 한경오 몽둥이가 답이다.” 몽둥이를 든 한 경관이 그려진 포스터 한 장이 SNS상에서 논란이었다. 

포스터 밑에는 “왜곡보도 한경오 몽둥이가 답이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포스터는 지난 15일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공유됐다.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가 보도를 왜곡하고 있으니 ‘몽둥이’로 응징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창작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진보 언론에 불만을 품은 인사가 창작한 것으로 유추되고 있다. 이종태 시사인 기자는 이 포스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농담으로라도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마라”며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기자들을 아는 편인데 몽둥이로 위협하고 때린다고 말 들을 분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불매 및 후원 중단을 주장하는 팟캐스트 ‘권갑장의 정치신세계’ 진행자 권순욱씨도 “이 그림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나 침해로 보인다”며 “설령 그림에 표현된 몽둥이가 구독 및 후원 중단이라고 한다면 그 비유가 아주 잘못됐다. 이 그림은 ‘언론탄압’을 연상케 한다”고 우려했다.

다수의 트위터·페이스북 유저들은 포스터에 반감을 드러냈지만 포스터 논란은 진보 언론 ‘한경오’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진보 언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악의적 편파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대선을 앞두고 형성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보다 문 후보 검증이 많고 그마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권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띄우기에 나섰던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무리하게 문재인을 비판하려다가 최동원 선수와 유가족을 모욕한 시사인 등에 대한 절독 및 후원 중단이 일어나고 있다”며 “문재인에게 지극히 편파적이고 심지어 여론조사 왜곡 등 안철수 띄우기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15일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몽둥이를 든 경관 포스터가 공유됐다. “왜곡보도 한경오 몽둥이가 답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 지난 15일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몽둥이를 든 경관 포스터가 공유됐다. “왜곡보도 한경오 몽둥이가 답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양자 대결을 가정하거나 유무선 비율을 5대5로 맞춘 여론조사 △문 후보를 비판하는 칼럼과 불공평한 사진 편집 △안 후보에 대한 검증 부실 등을 문제 삼았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문 후보에게 사드 관련 질문을 했다가 반발을 샀다. 

일각에서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룬 영화 ‘더 플랜’ 기사가 진보 언론에서 나오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돈없는 조중동’, ‘가난한 조중동’이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보도 행태가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도 진보 언론을 비판한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소설가 고종석씨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안 후보의 우클릭을 풍자한 경향신문 만평을 공유하면서 “문겨레랑 충성 경쟁하나? 애닯다, 경향. 제호를 재인신문으로 바꿔!”라고 비판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문겨레, 문향, 노마이, 달레시안, 미디어삼디 등이 그동안 문재인 기사 쏟아낸 것만해도 안철수 몇 배는 되겠다”며 이들 언론이 문 후보에 우호적이라고 주장했다. 양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지만 SNS에서의 화력은 문 후보 지지자들이 우세하다.

기자들도 이러한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 이유주현 한겨레 기자는 한겨레 정치팀 기자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언니가 보고 있다’를 통해 “요즘 초유의 야대야 구도 속에서 한겨레 기자들이 온갖 비판을 받고 있다”며 “사실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취재하고 보도하고 있다. 기사 쓰기 전에 특정 후보에게 편파적인 것은 아닌지 단어 하나하나 골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는 또 “검열이 안 되도록 한편으로 용기도 내고 있다”며 “편집하는 데스크나 부장도 그런 점을 신경쓰면서 한 글자 한 글자 고치고 있다. 좀 더 나은 보도를 위해 열심히 취재하고 신중히 기사를 쓸 것이다. 믿어달라”고 말했다. 한겨레 측은 최근 독자들로부터 항의받는 것과 관련해 독자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돌려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진보 언론의 한 기자는 “솔직히 친안, 친문도 아닌데 밖에서 욕을 하니까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있다”며 “또 그런 비난에 일일이 신경쓰기엔 대선 국면이 숨가쁘게 돌아간다. 자꾸 오해 받는 게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시민들이 언론을 욕하는 건 당연한 표현의 자유”라며 “시민들의 문제라기보단 기사가 유통되는 플랫폼 변화에 전통적인 정치 기사 포맷이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인 것 같다. 지면 단위로 기사를 짜는 신문 언론과 낱개 아니면 딱 필요한 대목만 발췌·유통되는 기사를 읽는 독자와의 괴리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라는 식의 사고는 반지성주의에 가깝다”며 “표현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를 허하지 않는 것은 지지자 본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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