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8일 영국 잡지 ‘모노클’과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 화보 촬영 모습을 공개했다. 모노클 3월호은 60여 페이지에 걸쳐 한국 특집 기사를 싣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인터뷰도 포함돼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인터뷰 내용은 3월 발간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국 잡지 모노클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청와대는 모노클을 “2007.2월 타일러 뷔를레(Tyler Brule)가 창간, 경제·국제정세·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월간지”, “디지털이 주도하는 최근 언론 환경 속에서도 ‘독창적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지면매체 중심 전략으로 성장을 지속하며 전 세계 언론계에 부상한 고품격 잡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2018년 3월호 한국 특집판 기획, 총 60여 페이지를 할애하여 한국 정치, 경제, 문화, 디자인, 라이프 스타일, 한류, K-Pop, K-Beauty 등 우리나라의 모든 면을 총 망라하여 소개할 예정”이라며 “모노클에 따르면 대통령님 취임을 계기로 한국이 국가적 전환기를 맞고 긍정적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특별판에 대통령님 인터뷰가 포함되는 것이 필수적인바 대통령님 인터뷰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노클 인터뷰는 한국 사회 전반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차원의 성격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상세한 소개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노클과 인터뷰 했다는 관련 기사는 1건이다.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국내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서 외국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는 것 자체를 탐탁치 않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 청와대 8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영국 잡지 '모노클' 화보 촬영 모습.
▲ 청와대 8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영국 잡지 '모노클' 화보 촬영 모습.

문 대통령은 국내 언론사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대신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맞아 문 대통령은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과 ‘소소한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동영상 인터뷰를 했다. 언론이 아닌 청와대 조직을 통한 대통령 취임 인터뷰는 역대 최초다. 동영상 인터뷰는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 퇴근 후 일상, 청와대 밥상, 대통령 패션, 별명 등 대통령 개인에 맞춘 내용으로 채워졌다. 문재인 정부의 대국민 소통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매체와 직접 접촉한 것은 100일 취임 기자회견과 2018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신년 기자회견의 경우 매체 선정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질문을 받았다. 중첩된 질문이 나왔지만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에 집중됐던 질문권이 지역 매체와 뉴미디어 매체로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이유는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단독 인터뷰에 따른 위험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준비 기간 없이 바로 국정에 돌입했다. 정권 초반 국정운영 역량을 국민 앞에 보여줄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는 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렵고 혹여 부작용으로 정치적 공세를 펼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운영 방향의 중요한 축이었던 적폐청산 작업이 놓여있었기 때문에 특정 매체와의 인터뷰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민주당 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작성한 자료에는 “임기 중 정기적 국민 소통 방안을 마련해 국민과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히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적폐 청산과 개혁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개혁 대상의 저항,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를 극복해야 하므로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 청와대도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사회 개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청와대는 뉴미디어비서관실을 중심으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해왔다. 대통령의 인터뷰를 포함해 국정운영 전반 배경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은 국민의 요구 사항을 접수하는 직접 소통의 창구다. “국민과 늘 연결되어 있는 대통령 ‘디지털 소통전략’”(민주정책연구원)의 일환이다.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역대 정부와도 비교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국내 언론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 등 보수성향 매체를 포함해 언론사 창간 기념 인터뷰에 응했다. 특히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논쟁하는 걸 꺼리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직전 오마이뉴스에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인터넷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진보개혁성향 매체의 위력을 보여주면서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KBS와의 대담을 통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국내 언론인터뷰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렇다고 국민이 직접 참여하거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창구를 마련하지도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경우 취임 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외신과 인터뷰는 30여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국내언론과 인터뷰는 해외 매체와 공동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고 한자리 수에 그쳤다. 박근혜 역시 취임 초반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하지 않았고 해외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해 비난을 받았다. 다만, 박근혜는 탄핵 국면 당시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인터뷰라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현재로선 계획돼 있지 않다. 특히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문제를 앞두고 대통령의 메시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가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에 대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특정 언론 앞에 서는 일은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진심을 다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면서 “홍보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소통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디지털 소통강화를 주제로 정부혁신 추진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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