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나 수사기관에서는 ‘후회한다’, ‘억울하다’, ‘죄 없다’는 방용훈과 그 자녀들. 그렇게 억울하고 하고픈 말이 많다면 변호사나 검·경 수사기관 뒤에 숨지 말라. TV조선이라도 좋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기획해도 좋으니 공개적으로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보자. 우리가 제시하는 증거와 사실관계 앞에서 떳떳한지 제대로 따져보자. 그럴 용기가 없다면 유족 앞에선 제발 조용히 했으면 한다.”

김영수씨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고 이미란씨의 형부다. 즉 이미란씨 친언니 미경씨 남편이다. 미경씨는 PD수첩에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증언했다. 형부 김영수씨는 8일 오후 서울 용산에서 미디어오늘 만나 이처럼 말했다. 지난 5일 MBC PD수첩은 이씨의 자살을 둘러싼 방용훈 사장 일가의 위법 행위와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봐주기 수사를 직격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방용훈 사장 측은 MBC에 언론중재법에 따른 반론 보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친동생이자 조선일보 4대 주주(10.57%)다. 방 사장과 이미란씨 슬하에는 자녀 4명이 있었다. 이들 부부 생활은 33년 만에 이씨의 자살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씨 친정 식구들은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다.

이씨의 형부 김영수씨는 8일 인터뷰에서 PD수첩 보도에 “성숙한 저널리즘 한 편을 보여줘 고맙고 놀랐다”며 “방송에 보도된 것보다 더 가혹하고 엽기적 일들이 많다. 굉장히 절제해 보도했다. 선정, 자극적으로 보도해 더 이목을 끌 수도 있었는데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줘 굉장히 놀랐다”고 평했다. 김씨는 이번 MBC PD수첩 취재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 지난 5일 MBC PD수첩은 이미란씨의 자살을 둘러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일가의 위법 행위와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봐주기 수사를 직격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진=PD수첩 화면.
▲ 지난 5일 MBC PD수첩은 이미란씨의 자살을 둘러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일가의 위법 행위와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봐주기 수사를 직격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진=PD수첩 화면.
“PD수첩, 상상도 못할 가혹 행위는 덜어내”

방송에서 논란이 컸던 장면은 연출자 서정문 PD수첩 PD를 협박하는 방 사장이었다. 방 사장은 서 PD에게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쉽다. 녹음하고 있을 테지만 편집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 보도되진 않았지만 방 사장은 “애가 있느냐”고도 물었다. 서 PD는 미디어오늘에 “제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방 사장 발언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씨의 형부 김씨는 “PD수첩이 절제된 보도만 했는데도, 빙산의 일각만 보도했는데도 마치 1960년대 조폭 스타일로 협박했다. 아마 PD수첩이 보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엽기 행각’을 어떻게 하면 덜 자극적으로 보도할까였을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PD를 협박한 방용훈의 대응은 참 바보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 이미란씨는 지난 2016년 9월 한강에서 투신한 뒤 변사체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이씨 시신을 찾으러 한강을 수색해야 했다. 방 사장 측이 이씨 시신을 화장 처리하면서도 친정에 알리지 않아 유족들은 한 달여 동안 유해를 찾으러 다녔다.

PD수첩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이씨 자살 배경에는 방 사장의 상습적 폭력·폭언 행위, 자녀들의 지하실 감금과 학대 행위 등이 있었다. 이미 지난 1월 재판에서 확인된 첫째인 큰딸 방○○(36)과 셋째인 큰아들 방△△(32)씨의 어머니에 대한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명났다. 장모와 이모(미경씨) 등 친정 식구들이 2017년 초 이씨에 대한 자살 교사 및 존속학대, 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방 사장의 자녀들을 고소한 사건이었다.

고소장에는 딸 방○○이 2015년 11월 이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과도로 이씨 복부를 3회 찔러 상처를 입혔고 방 사장의 자녀들이 2016년 5월말~8월말까지 이씨를 감금해 고문하며 부상을 입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가 목숨을 끊은 것도 방 사장 자녀들이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보다 형량이 낮은 강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언론에는 방 사장의 자녀들이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어머니 이씨를 강제로 집에서 내쫓은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자녀들은 재판에서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자살시도까지 한 상태의 어머니가 혼자 지하층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자살을 방지하는 등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지만 판사는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을 통해 확인한 이씨 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제가 4개월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버텼고 또 끝까지 버텨서 자식들 피해 안주고 언젠가 남편도 오해(뭔지도 모르겠지만..) 풀고 돌아오겠지 하던 희망도 강제로 끌려서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너네들 피해 안 주기 위해 지옥 같은 생활이었지만 끝까지 버틸려고 했다. 하지만 사설 119 불러서 강제로 질질 끌려 묶여서 내쫓기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구나.”

1심에서 판사는 이 대목을 “자살을 선택한 이씨의 심리 상태가 언제, 어떤 계기로 형성됐는지를 이씨 스스로 밝히고 있는 부분”이라고 봤다. 즉 자녀들이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이씨를 쫓아낸 극단적 행위가 이씨의 자살 배경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다.

형부 김씨는 미디어오늘에 “자녀들이 사설 구급차를 부르고 어머니를 쫓아내는 상황에 방용훈 지시가 없었겠느냐”며 “어렵게 나온 1심 판결이었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자녀들이 무죄를 받을 거라 체념했다. 형량이 낮은 강요죄가 적용됐지만 우리(이씨의 친정 식구들)는 검찰이 기소한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재판에 온 정신을 쏟았다. 수사기관이 봐주기 수사를 했느냐 여부는 그 당시 중요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유죄가 선고됐다. 판사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자녀들은 재판에서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친다’고 했지만 항소했다”고 꼬집었다.

▲ 코리아나호텔 사옥.
▲ 코리아나호텔 사옥.
판결에서 확인되는 자살의 원인

자녀들은 왜 패륜을 저질렀나. 돈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아들 방△△씨가 2017년 4월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보면,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50억원을 맡겨놓은 게 있었고”, “50억원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말이 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방 사장은 아들에게 ‘네 돈이니 네가 알아서 찾아 가져가라. 유산이 이제 한 푼도 없다. 엄마가 다 썼기 때문에’라는 취지로 말했다.

방 사장 측은 이 돈을 친정에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씨 어머니인 임명숙씨(방 사장의 장모)는 PD수첩에 “우리가 돈을 빼돌렸다면 우리를 고소하면 될 것 아니냐”며 “(방 사장 측은) 딸의 죽음에 할 말이 없으니 ‘친정에서 돈을 빼돌렸고 그래서 우울증으로 죽었다’는 말만 한다”고 반박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씨가 지출한 돈 대부분은 자녀들을 양육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그 내역을 자녀들에게 세세하게 제시하자 관계가 극심하게 벌어졌다는 것. 김씨는 “형부로서 처제에게 조언한 적 있다. ‘아이들에게 소비 내역을 보여주고 설득해보라’는 얘기였는데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자녀들과 틀어진 계기였다”며 “이후 4개월 지하실에서 감금된 채 자녀들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말했다. 

고인이 된 이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김씨는 “아이들을 무척 사랑했다. 무조건적 사랑이었다”고 술회했다. 이는 판결에 적시된 이씨 메시지에서도 나타난다. 이씨가 친정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남편과 이혼 소송을 하다보면 내 새끼들 정말 다 망가지는데 아무리 나한테 그랬어도 그거는 좀 힘들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말한 1심 판사도 “자녀들에게 헌신적이었던 이씨 의사를 반영한다”면서 딸 방○○과 아들 방△△씨에 대한 징역형(8개월) 집행은 2년 유예했다.

김씨는 “처제(이씨)는 자신이 가혹 행위에 내몰려도 ‘남편이 아이들이랑 잘 지내면 됐다’는 입장이었다”며 “PD수첩 보도에도 나오지만 자녀들은 처제에게 ‘지하실로 기어 내려가 이 도둑년아’ 등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자녀들이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씨 가문이 방씨 가문 등에 빨대를 꼽고 살고 있다’며 학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 가족도 남부럽지 않은 한국사회 상류층이었다.

이씨는 자녀들의 폭력 행위도 친정 식구들에게 숨겼다. 친정 식구들이 전모를 알게 된 것도 이씨가 2016년 자살하기 몇 주 전이었다. 김씨는 “사실이 드러나면 아이들이 장가·시집을 못 간다고 숨겼다”며 “내가 미디어오늘 기자님에게 한 말들은 이미 경찰과 검찰에서 그대로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란씨가 2016년 9월 사망한 뒤 온라인에선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장모 임명숙씨 편지가 떠돌았다. 사진=PD수첩 화면 제공
▲ 이미란씨가 2016년 9월 사망한 뒤 온라인에선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장모 임명숙씨 편지가 떠돌았다. 사진=PD수첩 화면 제공
이씨가 2016년 9월 사망한 뒤 온라인에선 방 사장의 장모 임명숙씨 편지가 떠돌았다. A4 용지 11장 분량으로 이씨 사망 직후 임씨가 쓴 것이다. 딸 이씨가 겪은 방 사장 일가의 각종 가혹 행위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었다. 임씨는 편지에서 “30년을 살면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아내를 그렇게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라며 방 사장을 질책했다. 형부 김씨는 장모 임씨가 편지를 작성한 배경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그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장모님은 충격과 울분으로 돌아가셨을지 모른다. 처가는 유독 가정적이었다. 어머니로서 그 상심은 얼마나 컸겠나. 장모님은 편지를 못해도 10번은 고치셨다. 10여일 동안 주무시지 않고 쓰셨다. 실제 방용훈에게 보냈다. 그러자 방용훈 자식들로부터 ‘제발, 제발, 제발 사람답게 사십시오’라는 메시지가 오더라. 장모가 쓴 것이 아니라는 풍문이 돌던데 장모님 필체가 맞다. 장모님 친구들은 장모님에게 ‘계란으로 바위치기니까 나서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나 장모님은 ‘계란으로 바위를 쳐 깨뜨리는 방법이 있다. 깨질 때까지 치면 된다’고 할 정도로 물러날 뜻이 없다.”

정보기관 관계자의 연락은 왜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사건이 있다. 이씨가 사망하고 2달 후인 2016년 11월 방 사장과 그의 큰 아들(방△△)이 김씨의 주거지를 침입한 사건이다. 이들이 돌멩이와 얼음도끼를 들고 문 앞에서 난동을 피운 장면이 CCTV 영상에 담겼다. 검·경은 방 사장이 술 취한 큰 아들을 말리러 간 것이라며 방 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아들 방△△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방 사장 측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한 탓이다. PD수첩은 검·경에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방 사장의 주거침입 사건에 “도리어 안도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제가 사망한 직후인 2016년 9월 청와대 쪽 정보기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게 조심하라는 취지였다. ‘존속상해는 대통령 관심 사안이다. 방용훈씨가 당신에게 보복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닌다는 첩보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처제의 사망과 장모의 편지는 알려질 대로 알려졌으니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을 거다. 이후 11월 주거침입 사건이 터졌다. 도리어 안심했다. 조폭이나 누군가를 동원할 능력이 없다는 걸 보여준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방용훈 쪽에서 이번에 제시했어야 할 모범 답안은 ‘제 부덕의 소치다. 친정은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장모님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였다. 본인이 아이들의 패륜 행위를 막았어야 했다”며 “이 사건은 더 이상 덮을 수 없을 것이다. 검·경을 아무리 무마하려고 해도 그 조직에 정의로운 사람은 분명 있다. 공소시효도 많이 남아있고 고소도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고 했다.

“모두를 침묵시킬 순 없다. 이번에도 강요죄가 적용됐지만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선고됐다. MBC PD수첩 같은 정의로운 언론도 있었다. 처제의 상류층 친구들은 증언을 전혀 해주지 않았지만 전직 가사도우미 분들이 나서줬다. 둑을 쌓아서 막으려고 하겠지만 구멍 하나만 있으면 둑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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