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한영국대사를 만나 영국정부의 대북 항공모함 급파설을 거론하며 감사한다고 했다가 면전에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1야당 대표가 충분한 확인없이 외신을 인용한 보도를 근거로 타국의 대 한반도 군사행동 문제를 섣불리 언급했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6일 오후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최근 북핵이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뿐 아니라) 항공모함도 한국에 급파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보도를 보고, 참으로 고마운 나라라고 생각했다”며 “정말 감사사하다”라고 말했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는 “영국은 한국전쟁에서 한국 영국 합쳐서 어려움을 극복했듯이 한국의 긴 시간동안 계속돼온 우정과 동맹국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영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의 북한내 불법적인 핵무기를 근절하기 위해 최대한 압력을 행사한다는데 힘을 합하고 있다. 한국과 함께”라고 강조했다.

▲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가 지난 1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동영상 갈무리
▲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가 지난 1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동영상 갈무리
그러나 헤이 대사는 “영국은 최선을 다해서 현재의 상황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대표님께서 어떤 경로로 언론보고를 접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군사적인 옵션도 행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대표가 항공모함 급파 검토를 언급하며 감사하다고까지 말을 꺼냈지만 면전에서 군사적 옵션을 행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당한 것이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지난 9일(현지시각) 영국군이 북한과의 잠재적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를 뉴시스 등 국내언론이 전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영국의 이 매체는 영국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 당국이 서방과 북한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나면 영국이 대응할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 중 한 가지 시나리오로 올해 말에 영국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최신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시험 운행 전 한반도에 배치해 전투기 F-35B 12대와 한반도 주변 미국 전함에 합류시키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지난 10일 이후 뉴시스 ‘데일리메일 “영국군, 북한과의 전쟁 대비 계획”’, 세계일보 ‘英, 北과의 전쟁 대비 ‘비상계획’ 준비’, 조선일보 ‘“영국, 미북 전쟁 대비 비상계획 준비 중이다”’ 등 국내언론이 줄줄이 인용보도했다.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는 정치웹진 ‘아이엠피터’에서 “홍준표 대표는 영국 대사와 만난 자리를 통해 ‘전쟁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안보 정치’를 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데일리메일의 뉴스를 인용하려고 했다면 출처를 검증했어야 한다”며 “데일리메일은 출처를 ‘고위 소식통’, ‘군사기획자’, ‘해군 소식통’ 등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뉴스를 한국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외신 보도를 한국 언론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보도했다는 점”이라며 “언론은 자극적인 전쟁 관련 제목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최대 규모의 언론사가 검증 없이 외신을 받아쓰고, 107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거대 야당 대표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한 영국 대사 앞에서 말했다”며 “수준 낮은 정치와 언론은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동영상 갈무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와 만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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