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이후 남한에서 첫 남북 정상회담 합의

남북이 다음 달 말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1박2일 방북 뒤 6일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저녁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기간 중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4시간 이상 함께 보내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남북 간 제반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며 6개항으로 이뤄진 ‘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특사단의 주요 임무인 ‘북-미 대화 여건 조성’과 관련해 정 실장은 “북쪽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며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비핵화와 관련해 특사단과의 접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대화에 나선 것과 관련해 “대화의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정 실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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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남과 북이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장정에 함께 나서는 모양새”라며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의 시점을 ‘4월말’로 못박은 점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고, 두 차례 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남측 구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이른 4월에 열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북에서 특사 등이 왔을 때 조기 개최 원칙에는 합의했고, 일자는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계기로 남북대화 모멘텀 급진전

언론은 이번 합의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6·25전쟁 이후 북한 정상이 남한 땅을 밟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집’은 판문점의 남쪽 지역에 위치해 있다. 공동경비구역(JSA) 내 유엔군사령부 관할로 남북회담 장소로 즐겨 이용되는 곳이다.

한겨레는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 평화의집’을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며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상징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과거 두 번의 정상회담이 북한의 초청을 받아 평양에서 이뤄졌던 것과 달리 남북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개최하고, 장소도 북측이 아닌 남측 평화의집을 선택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라며 “서울에서 개최하면 준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과거 남북 간 실무 접촉이 있었던 평화의집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과거 정상회담의 형식에서 벗어나 군사 대결의 상징적 장소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은 실용적인 접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성격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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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판문점 평화의집이 정상회담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정전협정 체제의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판문점은 남북한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지역으로 미국도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신뢰를 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예상보다 이른 4월 말에 정상회담을 전격 개최키로 한 것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이후인 4월 한반도 위기 관리를 위한 포석이 강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모멘텀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살려나가겠다는 점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번 접견에서는 4월 재개될 예정인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언급됐는데, 김 위원장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진입하면 한-미 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경향신문은 “오는 18일 패럴림픽이 끝나고 연기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또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4월 말까지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논의가 이어지면 매년 긴장이 고조됐던 3~4월이 대화 분위기로 점철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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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북한 비핵화 의지 표명은 중대한 반전”

경향신문은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포함해 남측이 원하는 거의 모든 사안에 화답한 것이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김 위원장이 세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핵 문제에 대해 미국 및 국제사회, 그리고 남한 내부에 존재하는 우려에 일정 부분 호응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이해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실제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복원·발전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한 이래 남북관계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며 “국제사회의 극심한 대북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발전 등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현재 상황에서 미국과 진지한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제스처와 유화 메시지를 혼란스럽게 보내고 있는 데다 관계 개선 의지도 커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 만큼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정책적 목표로 분명히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가려는 계획을 세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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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선일보는 “북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가운데 이런 국면이 이어지면 한국민과 국제사회는 또 한 번 북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면서 “이번에 그 결과는 핵무장의 완성”이라고까지 우려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북이 이번에도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은 상황에서 한미동맹 폐기 및 주한미군 철수와 자신들의 핵 폐기를 맞바꾸자고 나오는 것이라면”이라는 북한이 특사단에 언급하지도 않은 가정을 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또 “만약 미·북이 ‘북핵 사실상 인정’과 ‘북 ICBM 포기’를 맞바꾸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우리 국민에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예단했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합의 소식에 6일 오전(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서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많은 해가 지나 처음으로 관련 당사국들 모두가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잘못된 희망일지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심히 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도 6일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과 다음달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속보로 전하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 추이를 주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대해 “김정은 스스로 명백히 보증한 그 제안은 미 본토를 사거리에 두었던 수년간의 핵실험과 미사일 기술의 진전 이후 중대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북한과 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온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핵무기 포기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북한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미국을 쓸어버리겠다며 선언했던 것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발표”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북한과의 관계 해빙을 추동하는 계기로 삼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를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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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신문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 측은 남북 합의를 바탕으로 북·미대화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정말 비핵화에 응할지 확실히 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대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이번 합의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교토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당혹감과 놀라워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미사일 정책을 바꾸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 한 압력을 약화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 측 설명을 들은 뒤 대응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남북 합의를 긴급 타진하면서 북-미 대화를 촉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남북대화를 통한 정세 완화 노력이 긴장된 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7일 아침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4월 말 판 판문점서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비핵화 뜻 있다’”

국민일보 “남북 정상회담 내달 말 판문점서 열린다”

동아일보 “남북정상회담 4월말 판문점서 연다”

서울신문 “남북 ‘4월말 정상회담’… 北최고지도자 첫 남한땅 밟는다”

세계일보 “文대통령·김정은, 내달 말 판문점서 만난다”

조선일보 “김정은, 군사분계선 넘어 ‘판문점 정상회담’”

중앙일보 “내달 말 판문점 남측서 남북 정상회담”

한겨레 “내달말 남북 정상회담…김정은 ‘비핵화는 선대 유훈’”

한국일보 “文대통령·김정은, 내달 말 판문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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