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취임한지 만 2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 대화내용을 비보도로 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기자들 대화를 비보도로 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격의없이 대화하기 위해서라는 비보도 이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3월말 흑석동 건물 매입 경위에 관한 본인 해명을 비보도로 제안해 비판 받은지 두 달도 안돼 또다시 비보도를 제안해 비보도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대통령 모두발언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보도로 하자고 제안해 기자단 간사단이 이를 수용했다. 청와대는 이달초 ‘취임 2년, 출입기자와 만남’ 행사를 10일 오후 5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동안 녹지원에서 개최한다. 내용은 대통령과 사진촬영 및 환담이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이날 행사를 “대통령이 1시간 정도 함께 한 뒤 퇴장하고, 나머지 시간은 비서실장과 수석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순회하면서 전 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일 예정이다. 야외인 만큼 전 기자들과 1시간 정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다. 형식적인 것은 가급적 배제하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행사에서 대통령의 초반 모두 인사말만 공개할 뿐 나머지는 비보도로 제안해 기자단 간사단이 수용했다. 청와대는 편한 상태에서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기 위해 나누는 대화라 비보도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설명했다.

비보도는 ‘오프더레코드’로 알려져있는데, 공개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재원의 신원, 국익에 관련된 외교안보 국방 문제, 중대 현안에 관한 협상이 진행중일 경우, 유괴 납치 살인 등 범죄수사 등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때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취재기법이다. 그것도 기자들의 양해를 구했을 때 가능하다. 극히 최소화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비보도로 하자고 제안한 것도 아니고, 이번처럼 사전에 대통령의 모두발언만 일방 배포한 뒤 나머지 대화는 모두 비보도라는 방침을 세우는 것은 형식으로도 맞지 않다.

격의없이 편하게 대화하는 자리라면 더더욱 국민들 알권리에 복무하는 기자들이 보도하도록 해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전체 기자간담회 전날인 9일 KBS와 취임2주년 현안 인터뷰를 하기에 편하게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어떤 언론에게는 정성껏 현안을 설명하고, 나머지 300여명의 기자에게는 보도할 수 없는 ‘격의없는 말’을 하겠다는 건 공평하지도 않다. 2주년 현안 설명이라면 더욱 많은 기자들과 대화를 통해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순리다.

2년 전인 2017년 1월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년인사회 때 청와대도 기자들과 상춘재에서 만나면서 휴대폰녹음과 노트북 속기를 금지시켜 반발을 샀다. 당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외부인과 접촉이 기자들과 만남이었는데 이마저도 막았다. 그래도 당시엔 보도는 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9일 “‘사후’ 어떤 사안 등에 비보도는 있을 수 있지만 ‘사전’에 이렇게 원천적으로 막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도 “대통령과 기자의 대화가 어떻게 비보도일 수 있느냐”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청와대 기자단 단체SNS메신저에 기자들과 대통령의 대화를 비보도로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보도할 수 있도록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날 청와대 출입기자단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글에서 “이번 행사는 간담회 등 공식적 자리의 성격보다는 격식없이 어울리고 소통하는 자리”라며 “따라서 이러한 행사의 취지를 충분히 간사단에게 설명했고, 동의를 구한 바 있다. 이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출입기자단 간사단은 현안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제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간사단과 관계된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9일 “처음에 춘추관에서 취임 2년 맞아 현안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자단과 짧은 시간이지만 친교자리이며 아주 편하게 얘기하는 자리이니 이런 것까지 기사화할 필요 있겠느냐고 해서, 기자들 만나는 것이면 써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며 “그런데 그러면(보도하면) 친교행사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고, 오늘(9일) 방송 대담에서 현안 설명은 거의 다 나오고, 내일(10일) 자리는 현안 얘기는 안하고, 테이블 돌아다니며 사적인 얘기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취지에 공감해서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행사 자체를 보도안하는 것은 안되니 인사말 정도는 보도하도록 제안해 그것까지 받아들였다”며 “대통령이 1시간도 있지 않고, 금새 자리를 뜬다고 해서 동의했다. 만약 그 자리에서 현안 얘기가 나오고, 이것은 알려야 한다고 한다면 사후에 보도를 협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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