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최남수 YTN 사장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그해 5월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눈물을 쏟으며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내게 있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최 사장이 두둔했다는 취지로 노조가 최 사장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인 2014년 5월20일자 조선일보 기사의 한 대목이었던 “6·4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은 ‘대통령의 눈물’이 지지세의 추가 하락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를 인용하며 “제발 이러지 좀 말자. 개인적으로 어제(19일) 대통령의 눈물은 진정성이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누구라도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면 울먹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TV를 보며 나도 눈시울을 적셨다. 대통령의 인간적인 눈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한 신문사의 영남 출신 논설위원이 호남 해양경찰서장을 칭찬하면서 글 말미에 자신이 영남 출신임을 밝혀 글의 설득력을 높이려고 했는데 이를 모방하자면 나는 호남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호남 출신인 자신이 봐도 박근혜 눈물은 진정성이 있었다는 취지로 읽힌다.

▲ 최남수 YTN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인 2014년 5월20일자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YTN노조
▲ 최남수 YTN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인 2014년 5월20일자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YTN노조
최 사장은 이어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담화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변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인간적 눈물까지 선거에 끌어들여 ‘눈물’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자”고 당부했다.

현재 ‘최남수 사장 퇴진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임장혁 전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당시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이 많았을 때였다”며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부에 대한 세월호 책임론이 고조될 때였는데 언론사 보도본부장 직위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반응이고 판단인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사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눈물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자는 취지였는데 감정적으로 대응한 부분은 부적절했다고 본다”며 “나 역시도 세월호에 대해 큰 슬픔을 갖고 있다. 당시 정부를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 최남수 YTN 사장이 자신도 정부 비판 많이 했다며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페이스북 캡처 모음. 사진=최남수 YTN 사장
▲ 최남수 YTN 사장이 자신도 정부 비판 많이 했다며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페이스북 캡처 모음. 사진=최남수 YTN 사장
실제 최 사장은 2014년 5월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대책 우선순위에 대해 “1.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과 청해진해운의 살인 행위와 다름없는 무책임의 진상 규명 2. 구조 신고 후 구조 과정까지 해경의 초기 대응이 왜 그리 ‘무대책’이었는지, 국가 구조 체계는 왜 그리 부실했는지” 등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6월에도 페이스북에 “어린 학생들의 비통한 희생 위에서 대한민국은 무엇을 깨닫고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우린 일상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나 자신부터 바꾸고 있는가. 아니면 지방선거를 치르고 월드컵에 환호하면서 끈질긴 망각의 습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에서 어느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등의 사회적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만 최 사장이 “정부를 대놓고 많이 비판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미디어오늘에 제시한 자신의 여러 페이스북 게시글 가운데 재난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방기했던 박근혜 청와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최남수 YTN 사장이 자신도 정부 비판 많이 했다며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페이스북 캡처 모음. 사진=최남수 YTN 사장
▲ 최남수 YTN 사장이 자신도 정부 비판 많이 했다며 미디어오늘에 제공한 페이스북 캡처 모음. 사진=최남수 YTN 사장
언론노조 YTN지부는 6일 오후 성명을 내어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희생자들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며 “그리고는 바로 그날 UAE 순방길에 올랐다. 대통령 눈물을 놓고 ‘쇼잉’ 논란이 제기됐고 청와대 참모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남수씨는 MB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박근혜 눈물에 칭송을 보낸다”며 “정권을 넘나드는 최남수의 권력 칭송에 YTN 구성원들은 수치심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