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문건에 박근혜 청와대의 정책 기조까지 검토하는 내용도 있었다.

“BH로부터의 상고법원 입법추진동력 확보방안 검토” 문건에 따르면 “BH를 단순한 ‘설득의 객체’가 아닌 ‘입법 추진의 주체’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적극적 전략 개발 필요”하다면서 박근혜 청와대의 현황을 분석했다.

대법원은 “집권 1~2년차 → 가시적인 성과·업적을 거의 도출하지 못하였음. ● 집권 1년차의 인사 난맥상, 집권 2년차의 세월호 사고, 비선 실세논란 등 →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집권 3년차에 불안감 절박감 속에 가시적 성과를 쌓기 위한 골든타임을 선언했다”면서 “내년부터는 집권 4년차로서 레임덕 시작 → 올해 초 비선 실세 논란 등으로 인하여 조기 레임덕 가능성마저 제기된 바 있음”이라고 파악했다.

대법원의 청와대 분석도 이례적이지만 박근혜 탄핵을 촉발시킨 비선실세 문제를 거론하며 레임덕까지 예고한 점에서 사법기관이 정치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예상된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청와대를 설득한다는 명분 아래 사실상 정치집단이 돼버린 대법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이완구 총리가 부정부패와 전면전을 하겠다며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뚜렷한 집권 3년차 아젠다 발굴을 위해 고심 중”인 아이템으로 봤다.

특히 경제와 통일이라는 두가지 화두를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에 대해서는 “각종 정치 이슈를 잠재우고 정권의 성공적인 마무리 준비를 위한 목적”이라며 “이른바‘경제위기론’→ 개헌론 등 소모적인 정쟁 요소를 압살하는 한편, 레임덕의 시작 시기를 최대한 지연하기 위한 전통적 방법”이라고 적시했다.

통일도 “총선·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 재창출 목적- 內治에서의 실책을, 다소 추상적이고 이벤트 성격이 강한 外治, 특히 통일분야에서 만회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특히 ‘통일대박론’이라는 프레임 선점은 진보층 공략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오히려 북한 지도층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어 긴장감조성을 통한 보수층 결집에도 상당히 유효한 다목적 카드”라고 제시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대법원은 “BH의 관심을 유도할만한 내용이면서 사법부에 우호적인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면서 경제 관련 아이템으로 “경제도약과 사회갈등해소를 위한 분쟁해결시스템 혁신”을 정책 타이틀로 내걸고 “‘경제도약’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그 선결 과제이자 우리나라의 고질적 폐해인 ‘사회갈등해소’를 2차 아젠다로 제시”, “‘반성적’인 ‘개혁(reformation)’이 아닌 ‘창조적’인 ‘혁신(innovation)’으로 네이밍”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목적은 상고법원 입법 추진이었다. 대법원은 “심급제도의 개선 등 사법부의 최대 당면 과제에 대한 협조 강력히 요청 → 정책 추진 실패는 사법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초래해 종국에는 국가의 대외적 위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변”해야 한다면서 “심급제도의 개선 방안 중 상고법원안 외에도 (가칭) 상고원 설치, 상고법관에 대한 VIP 임명권 강화 방안 등 대안 수용 가능하다고 설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방안들에 스스로도 “법원의 경제 사안에 관한 지나친 개입 편향성 지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법원이 경제 문제에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한다는 입장을 주게 되면 향후 경제 관련 사건 처리 시에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남게 될 수 있음”이라며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재판에 대한 공정성·독립성도 논쟁에 오르내릴 수 있을 것임, 특히 진보 성향의 언론기관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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