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호·임흥식·최승호. MBC 사장 최종 후보자 3인이다. 지난달 30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는 사장 응모 접수자 12명 가운데 이들을 최종 후보로 꼽았다. 

12월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이들 후보의 정책 설명회가 열렸다. ‘MBC 재건 플랜’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160여 명의 시청자와 사원들로 붐빈 MBC 사옥 1층 ‘골든마우스홀’ 현장은 시대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적폐 MBC 경영진’을 지키느라 기자들과 몸싸움하기 바빴던 MBC 방호 요원들도 어느 때보다 친절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이들에게도 누가 사장이 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 MBC 최종 사장 후보자 3인. 왼쪽부터 최승호 전 PD수첩 PD,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사진=이치열 기자
▲ MBC 최종 사장 후보자 3인. 왼쪽부터 최승호 전 PD수첩 PD,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사진=이치열 기자
이번 정책설명회는 방문진 기획이다. 방문진은 시청자의 방청 신청을 받아 시민들의 현장 참여를 유도했다.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했다. 이날 현장 영상과 PT자료는 MBC 홈페이지 ‘imbc’를 통해 받아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극우들의 놀이터’라 불리며 극우 정권 거수기 역할만 하던 방문진은 고영주 전 이사장이 퇴출되고 난 뒤 180도로 바뀌었다.

이완기 이사장은 정책설명회에서 “오늘 열리는 정책설명회는 MBC가 미래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며 “과거 방문진은 정치권력이 찍어서 내려온 하수인들에 의해 거수기 역할만 했다. 방문진도 새로 거듭날 것이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MBC 구성원들이 자율·창의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취재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정상화가 시작된 것이다.

세 후보는 프리젠테이션(PT) 발표를 통해 자신의 공약과 정책을 소개했다.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았다. 세 후보는 모두 ‘개혁’을 강조했다. 자율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조직·인적 쇄신을 통해 공영방송을 재건하겠다는 다짐은 부패한 권력을 갈아치운 촛불 시민이 공영언론에 부여한 ‘시대적 소명’과 다르지 않다. ‘언론 적폐 청산’은 공영방송 재건의 기회를 제공한 촛불 시민들의 바람이다. 

▲ 12월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이들 후보의 정책 설명회가 열렸다. 160여 명의 시청자와 사원들로 붐빈 MBC 사옥 1층 ‘골든마우스홀’ 현장은 시대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2월1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이들 후보의 정책 설명회가 열렸다. 160여 명의 시청자와 사원들로 붐빈 MBC 사옥 1층 ‘골든마우스홀’ 현장은 시대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우호 후보는 ‘MBC 바로 세우기 위원회’를 만들어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 진상조사를 약속했고 최승호 후보는 ‘노사 공동 재건위원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흥식 후보도 ‘경영진 등 전원교체’ ‘채용 과정 철저 검증’ ‘각종 MBC 의혹 재조사’ 등을 약속했다. 해고자들을 곧바로 복직시키고 강제 전보된 사원들을 원직 복귀시킨다는 원칙도 모든 후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우호 후보와 임흥식 후보 PT가 각각 차분하고 부드러웠다면, 최승호 후보 PT는 뜨거웠다. 세 명 모두 김재철 전 사장이 MBC 사장에 임명된 뒤 좌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최 후보는 해고자 신분으로 지난 5년을 살았다. 그는 “사장직을 마치면 다시 저널리스트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런 약속을 해야 할 정도로 지금의 MBC는 망가졌다. MBC가 국민들에게 지은 죄를 꼭 갚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자신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사진을 PT로 띄운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질문이었다. 4대강 사업이 곧 대운하 사업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2010년 ‘검사와 스폰서’ 보도 당시) 수십 명의 검사들에게 성접대를 받았냐는 질문을 했다. 30년 동안 질문을 던지는 걸 업으로 살아왔다. 질문은 좌도 우도 아닌 진실, 이념과 정파가 아닌 진실을 위한 것이었다. 시민과 민주주의 편에 선 질문은 진실을 위해 나와 MBC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 MBC 최종 사장 후보자 3인. 왼쪽부터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최승호 전 PD수첩 PD,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사진=이치열 기자
▲ MBC 최종 사장 후보자 3인. 왼쪽부터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최승호 전 PD수첩 PD,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사진=이치열 기자

짧게는 5년, 길게는 9년 동안 MBC는 상식적인 질문조차 하지 못했다. “진실”, “시민”, “민주주의”와 가장 거리가 멀었다. MB 국가정보원에 동료와 언론사를 팔아먹은 간부들이 승승장구하던 곳이었다. 극우 세력만을 바라본 사장들은 변질된 ‘태극기’를 숭앙했다.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추락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차기 MBC 사장은 “폐허가 된 곳에서 비장한 각오로 설 수 밖에 없”(이우호)으며 “어떤 경우에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임흥식)아야 한다. 막중한 시대적 사명을 짊어지고 MBC를 재건할 차기 사장은 오는 7일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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