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가입을 강요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인 팔달 새마을금고에서 이번엔 관리자가 여직원에 대해 폭언·차별을 지속적으로 가해 온 정황이 확인됐다. ‘계집X’ 등의 모욕성 발언이 수차례 나왔다거나 ‘여직원에게 육아휴직을 주면 금고가 망한다’는 사유로 휴직이 반려됐다는 증언이 전현직 관계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복수의 전·현직 관계자들은 팔달 새마을금고(이하 금고) 여직원들이 안아무개 금고 전무로부터 ‘계집X’ 등의 비속어를 들으며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안 전무는 2016년 초 전체 임직원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여직원에게 ‘계집X이 어디서 나대고 있냐’, ‘니가 술집X이냐’, ‘어디서 천한 짓을 하고 있느냐’ 등의 폭언을 가했다.

안 전무가 이후 전체 여직원들을 향해 ‘계집X들 다 나가’라며 고성을 지른 점, 같은 자리에 있던 한 여직원이 눈물울 흘리는 것을 본 관계자도 있었다.

▲ 2017년 11월2일에 방영된 YTN 관련 보도
▲ 2017년 11월2일 YTN에 보도된 팔달 새마을금고 관련 보도

관리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라’는 등 여직원의 결혼·출산에 부정적인 언급을 종종 해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윤아무개 금고 이사장은 2016년 2월 경 일부 임직원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결혼날짜가 잡혀있던 한 여직원에게 ‘다 키워놨더니 결혼한다’ ‘결혼하면 금방 배불러 와서 휴가를 달라고 할 것 아니냐’ ‘출산휴가를 받고 싶으면 내가 따라주는 술 3잔을 연속으로 원샷해라’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직원은 육아휴직을 받기 위해 이사장실을 세 차례 찾아가는 등 결재를 받으려 노력했으나 끝내 반려돼 결국 퇴사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금고 직원이었던 A씨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2개월 후인 2016년 4월 말 경, 두 아이 육아 문제로 신속한 복직이 힘들어지자 금고 측에 육아휴직을 수차례 신청했고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권고사직으로 퇴사한 것이 확인됐다. 경력단절을 우려해 퇴사를 피하려 한 A씨는 남편과 함께 이사장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이사장 및 전무 측으로부터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쓰는 사례가 없었다’ ‘니가 첫 선례로 남는 것이니 우선 생각해보겠다. 돌아가 있어라’ 등의 답만 듣고 명확한 거부 이유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이 이후 이사회 내부에서 문제가 되자 윤 이사장은 “(금고 내) 유부녀가 3명이고 결혼할 사람은 2명, 총 5명이다. 또 계속 나오는데 그럼 금고 문을 닫아야 한다”며 “3개월 쉬는 출산휴가 말고 1, 2년 쉬는 육아휴직을 달라고 하는 직원은 금고가 박살나던지 아닌지 상관을 하지 않는 사람 아니냐”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육아휴직을 주면) 금고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며 “그것까지 생각하진 말자”고 발언했다.

금고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 이사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사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면서 “누가 모략을 해서 그렇게 말하는 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 없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육아휴직 불승인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 그랬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지”라면서 “그런 사실이 있다고 한다면 누가 말했는지 장본인을 대라. 3자 대면을 하고 싶다”고 해명했다.

안 전무 또한 지난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자기들끼리 주장을 하는 것이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계집X’ 등의 비속어는 형법 상 모욕죄 및 ‘직장 내 성희롱’으로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될 만큼 문제 소지가 큰 발언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 규정한다.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가 자녀 양육을 위해 신청할 경우 1년 내에 한해 허용해야 하는 법적 제도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위법하게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았을 경우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수원 소재의 팔달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11월 직원들에 대해 새누리당 입당 및 후원금 납부를 강요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에 휩싸인 곳이다. 금고 전 직원이 상사의 지시에 의해 2015년 새누리당 당비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고 이후 당비가 제대로 인출되지 않은 직원들에게 당비 납부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다.

안 전무는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돼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안 전무는 내부 감사가 시작된 이후 직원들에게 “내부고발자 자수 기간이야. 알지?”라면서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나나 이사장님을 원망하지 말고 의리가 있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켜라”고 말해 협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 전무는 지난해 11월2일 YTN 보도로 일부 직원에게 “내가 애들 붙여서 너 만약에 잡소리 한 거 나오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거꾸로 물어봐서 나오면 죽는다”라며 “옛날 같았으면 나 너한테 벌써 귀싸대기 때린 거야”라고 폭언을 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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