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가짜뉴스’(허위정보) 대응이 지나치다는 데 여야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 간 이견이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30일 오전 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 및 게시글 삭제 요청을 심의한 결과 ‘해당 없음’ 또는 ‘각하’ 처리했다. ‘해당 없음’은 심의 결과 제재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고, 각하는 해당 영상이 이미 삭제돼 심의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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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건강이상설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주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공작이라는 주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방에서 칩거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선일보 보도 인용 △유류저장소 사고가 북에 보낸 정유를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담은 유튜브 영상 및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 요청했다.

▲ 경찰이 삭제요청한 유튜브 '신의 한 수' 영상 화면 갈무리.
▲ 경찰이 삭제요청한 유튜브 '신의 한 수' 영상 화면 갈무리.

경찰은 해당 영상과 글이 허위정보라고 규정하고 통신심의규정 가운데 ‘사회질서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통신심의규정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모두 제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 추천 김재영 위원은 “이런 정보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개인의 표현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아 심의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추천 이소영 위원 역시 “(지난정부 때) 사드 괴담을 삭제 의결했는데 그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데 (심의 대상에) 그런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소위원장은 “규제를 한다고 걸러지는 게 아니라 반론, 재반론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걸러질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경찰이 특정한 정보를 가짜라고 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행위를 한 점에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가짜뉴스의 해법은 정보 차단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정보를 검증하는 언론의 책임이 중요하고, 정부는 행정을 투명하게 하면서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고, 수용자 입장에서는 정보를 걸러내고 독해하는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심의에 오른 예멘 난민, 조선족 등에 대한 허위사실은 ‘사회질서 혼란’이 아닌 차별비하 관련 조항으로 심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어졌다. 이소영 위원은 “현재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혐오적 선동과 관련한 표현을 어떤 기준에 따라 심의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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