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에 대하여는 존칭을 붙이지 않는 것이 관례이건만 11대, 12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고 현재 생존해 있는 그를 전두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를 붙이기로 한다.”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9일자 조선일보에 독재자 전두환 관련 칼럼을 기고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신군부에 의해 남산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갔던 사실을 서술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훗날 전두환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가 됐다”며 “그의 과(過)보다 공(功)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그의 인간성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칼럼은 전두환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교수는 칼럼에서 “누구에게나 공(功)이 있고 과(過)도 있기 마련이다. 민주화의 훈풍을 기대하던 온 국민에게 찬바람이 불게 한 그의 잘못은 두고두고 역사가 흘겨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가 조국 경제 발전에 크게 공헌한 사실은 앞으로도 높이 평가될 것”이라고 했지만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9일자 조선일보에 독재자 전두환 관련 칼럼을 기고했다.
▲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2월9일자 조선일보에 독재자 전두환 관련 칼럼을 기고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지난 2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이 칼럼을 두고 익명 게시판에서 입씨름이 붙었다. 노조는 “(김 교수) 에세이는 전두환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전문가를 신임했다는 내용이었다”며 “문제 제기는 80년대도 아닌데 전두환 찬양 글이 우리 신문에 실리다니 부끄럽다는 논지였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어 “감정적인 댓글이 이어지며 노년층 간부들을 비하하는 말까지 나왔다”며 “반론의 글도 이어졌다. 어떤 의견도 게재될 수 있는 것이고 전두환의 공도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왜 다른 사람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느냐는 거였다. 역시 진보 진영을 비하하는 용어가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댓글이 이어지며 상대에 대한 혐오를 키우는 공방이 되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누구든지 어떤 주장을 할 때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오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무오류에 대한 신념으로 상대를 혐오하면 오히려 반감만 일으킨다”고 했다.

노조는 “공보위원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에 애정이 있는 누구든지 자신의 문제 제기를 노조에 전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노조가 정중한 방식으로 편집국장이나 주필에게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다. 그 의견이 틀릴 수도 있으므로 반론을 받아서 함께 노보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앞서 “확신은 지속적 토론 과정에서 생기고 용기는 믿는 구석이 있어야 생긴다”며 “믿는 구석을 만들기 위해 노조가 역할을 확대하고 편집국장 신임투표제를 비롯한 상향평가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국장 신임투표제 등 편집권 보장 제도가 있으면 내부에서 건강한 토론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두식 신임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지난달 조선일보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편집국장 신임투표제나 상향평가제를 했던 회사들이 기사의 질이나 정보의 양에서 더 나아졌느냐를 봐야 한다”며 “오히려 회사 내에 파벌이 생겨 반목이 생긴다”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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