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탈원전 정책에 연일 비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조선일보가 최근엔 탈핵운동가 김익중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동국대 의대 교수)을 타깃으로 사흘째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해온 김 교수의 강의 내용이 괴담 수준이며, 황당하고 터무니없다는 비난이다. 후쿠시마원전 근해에 버린 방사성오염수에 의해 방사능피폭된 생선(고등어, 대구, 명태)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익중 교수는 17~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사성세슘이 검출되는등 방사능오염의 위험성이 있는 일본산 수산물을 먹지 말고 세슘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국산 수산물을 먹으라는 의사로서의 조언이 어떻게 괴담이 될 수 있느냐”며 “조선일보의 나에 대한 보도는 황당하고 부정확하며,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자부터 18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김익중 교수의 강의와 김 교수 자체를 문제삼는 기사를 썼다. 조선은 15일자 10면 머리기사 ‘文정부 탈원전 관여한 교수, 고교서 퍼트린 ‘原電 괴담’’에서 김 교수가 지난 14일 금호고에서 한 탈핵 강의내용을 두고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고 비난했다. 조선은 ‘고등어 명태 대구를 먹으면 안된다’는 김 교수의 강연에 대해 “이날 학생들을 동요하게 한 김 교수의 강연 내용 중엔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태평양산 고등어 등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그의 주장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후쿠시마 괴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혹여 오염 기준치에 걸리는 고등어를 매일 1년간 먹더라도 CT 한 번 촬영할 때 받는 방사능량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살든 자연 노출될 수 있는 1년 방사능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13년 10월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13년 10월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은 17일자 10면 기사 ‘일본이 원전사고로 60만명 더 사망?…“고령자 사망 추이를 왜곡”’에서도 김 교수가 “후쿠시마 사고(2011년 3월) 이후 4년간 일본인 60만명이 평소보다 더 죽었다. 방사능 때문이라는 걸 입증하고 싶다”는 발언에 대해 “통계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달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에서도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주 고교생들 앞에서 한 강의 내용은 황당하다는 말밖엔 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괴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은 18일자 12면 머리기사 ‘김익중 교수 “文캠프, 내 탈원전 제안 싹 받아줬다”’에서 “괴담 수준의 강의를 한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김 교수의 정부내 영향력을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교수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태평양산 고등어 명태 등 주요 수산물이 기준치(세슘 100Bq/㎏·요오드 300Bq/kg)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는 식약처 입장을 전한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기준치 이상 오염된 식품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이 기준치가 위반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라며 “kg당 세슘 100Bq(베크렐)을 초과해선 안된다는 기준의 경우 1초당 세슘의 핵붕괴가 100회 일어난다는 뜻인데, 이는 굉장히 많은 양”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경우 대체로 10Bq 이하로, 핵사고가 나도 100Bq까지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국감 때 기준치를 4로 낮춰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이런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의학적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정부의 의무한도를 가리키는 것. 방사능이 없는 나라는 기준치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방사능이 없을 때만 안전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비례해서 위험하다”며 “그러므로 방사능이 없는 것을 골라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산 생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측정치를 보면, 세슘에 오염된 생선의 96%가 고등어 명태 대구”라며 “반면, 우리나라엔 세슘 검출이 안되고 근해산 수산물에도 안나온다. 그런데 굳이 세슘이 나오는 일본 수산물을 먹지 말고 국산 먹으라는 것인데 의사로서 이 정도 조언도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북태평양, 러시아산 동태에서도 세슘이 여러번 검출됐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 탈핵강의 강의록.
▲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 탈핵강의 강의록.
‘오염 기준치에 걸리는 고등어를 매일 1년간 먹더라도 CT 한 번 촬영할 때 받는 방사능량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조선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방사능엔 자연방사능, 병원방사능, 인공방사능이 있다. 이중 자연방사능은 과거부터 있었고, 줄일 도리도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방사능의 경우 피폭되는 사람에게 조기 암발견 후 치료 등 이익이 더 클 경우 정당하다. 그러나 (핵무기, 원전사고와 같은) 인공방사능은 전혀 이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원자력학자들이 말하는 기준치는 세슘을 측정한 결과인데, 수백가지 방사능 물질 중 세슘 측정이 쉽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음식에 세슘이 검출되면 다른 방사능 물질 수백가지가 함께 있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반대로 세슘이 없으면 다른 방사능물질은 없다고 본다는 것. 김 교수는 “그러므로 세슘측정량이 나왔는데도 안전하다는 주 교수의 주장이야말로 비과학적”이라며 “다른 수백가지의 방사능량을 계산하지 않은채 기준치 이하의 세슘이니 안전하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일본산 식품에서 검출된 세슘을 측정한 결과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았으며, 판단의 근거가 모두 정부자료라고 전했다.

‘일본 땅 70%는 방사능에 오염됐고, 이곳에서 수확한 농산물도 오염됐다’는 김 교수의 주장을 두고 원자력 전문가들이 ‘김 교수가 아무런 근거 없이 기준을 5Bq/kg로 낮춰 70%가 오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조선 보도의 경우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5Bq/kg(베크렐) 이상이 위험하다고 했지, 내가 몇 베크렐로 기준치를 낮췄거나 낮춰서 말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구나 일본이 정한 토양안전기준치라는 것도 정부가 주민들의 이주관리를 위해 정한 기준치일 뿐”이라며 “우리 땅엔 세슘이 없고, 일본 땅에만 나온다는 점에서 (토양의) 방사능 안전기준치는 0이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2010년까지 탈 원전 하기로 했던 스웨덴도 여전히 원전을 쓰고, 핀란드도 새로 짓고 있다’는 이재기 한양대 명예교수의 말을 전한 조선일보에 대해 김 교수는 “스웨덴이 탈원전을 결정했더라도 당장 다 멈추는 것이 아니라, 미래 계획에 맞게 천천히 줄이는 것이니 당연히 지금도 원전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핀란드는 탈원전을 결정한 나라가 아니다. 의미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60만명이 평소보다 더 죽은 것과 방사능 유출과의 상관성을 입증하고 싶다는 김 교수의 발언을 두고 조선일보는 사망자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고령화 국가의 보편적 현상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5~10년간 동일한 인구를 유지하다 서서히 감소하는 선진국의 패턴과 달리 일본의 경우 거의 증가하지 않다가 2009년 정도에 멈춘 뒤 2~3년 동안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다가 2011년 봄부터 갑자기 내려왔다며 4년 사이에 100만 명의 인구가 줄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해당 그래프 밑에 일본정부는 ‘평소보다 60만 명이 더 죽었고, 30만 명이 덜 태어났으며, 이민 들어온 사람보다 나간 사람이 10만 명 더 많다’고 설명했다”며 “‘일본 내 백혈병이 늘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는데도,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건강 피해 사상자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이것이 부도덕하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 탈핵강의 강의록
▲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 탈핵강의 강의록
조선일보가 17일자 사설에서 유엔 산하 ‘방사선영향 과학조사위원회(UNSCEAR)’의 후쿠시마 사고 조사 보고서에 “후쿠시마 방사선에 노출된 발전소 직원이나 일반 주민 가운데 방사능으로 사망 또는 심각한 질병에 걸린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가장 중요한 건강 영향은 정신적 공포와 스트레스, 우울증”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반박했다.

김 교수는 “유엔 과학위원회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도 보고서를 내놨는데, 거의 죽은 사람이 없다는 내용이었다”며 “그러나 노벨평화상을 받은 의사단체의 보고서와 비교해보면 사망자수가 1000배가 차이가 난다. 유엔 과학위원회 등은 전세계 원자력업계 이익을 대변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가 조속히 조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가 아니라는 반론이다.

“법적인 대응도 검토중” “문재인 정부와 첫 번째 전투라 생각한 듯”

자신이 새 정부의 탈원전 정부의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선일보의 18일자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15년 7월7일 당 민주정책연구원 주최 김 교수의 ‘한국원자력정책의 미래’ 강연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탈원전이 우리 당의 당론인지 애매하다”며 “이것을 빨리 당론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 등을 조선은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미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당시 대선후보가 된 이후 일본을 방문해 탈원전을 하겠다고 공약한 뒤 귀국해서 내게 연락을 해 그 이후에 캠프의 환경정책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2017년 대선 때는 자신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탈원전에 대해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문 대통령이 내 영향으로 탈원전을 정한 것이 아니라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혼자 공부해서 탈원전의 신념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도 원전근처에 살았고, 나도 원전 근처에 살았다. 이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사고를 만났다. 이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신념까지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런 조선일보의 잇단 비판에 대해 “조선의 이런 공격은 나로선 황당하다”며 “일개 교수가 고교 인문학 강의 한 것에 조선일보가 사설과 함께 엄청난 지면을 할애한 것은 독특한 일이다. 하지만, 강의 내용을 괴담이라고 한 것은 굉장히 부정확하고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조선이 왜 이러는지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약점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탈원전 정책에 신고리 5, 6호기도 반발하고 노조 반대한다고 나오니 첫번째 전투라고 보고 퍼붓는 게 아닌가 짐작도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법적인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7월15일자 10면 머리기사
▲ 조선일보 7월15일자 10면 머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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