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경 KBS 공영노조(3노조) 위원장(전 디지털뉴스국장)이 7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방송장악저지 대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해 박근혜씨 탄핵은 “노무현 정권 때 심은 좌파 언론인 때문”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또 대통령 탄핵 사태 때 언론 보도에 대해 ‘언론의 난(亂)’이라고 주장했다.

성 전 국장은 이날 이상로 전 MBC 부국장(전 MBC 공정노조 위원장) 다음으로 토론회 강연자로 나와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언론노조 KBS본부와 MBC본부”라며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얼마나 많이 황폐화해놓고 한국당이 주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언론이 난’이라고 불렸던 지난 탄핵 사태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이제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전 국장은 또 “과거 세월호 사건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정현)이 KBS 보도국장(김시곤)에게 전화해 읍소하듯 말해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지금 그렇게 외부에서 전화하거나 권력·자본에 의한 언론 통제는 힘들 뿐 아니라 안 된다. 그런데 내부 구성원에 의한 언론 장악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 성창경 KBS 국장 겸 KBS 공영노조(3노조) 위원장이 7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방송장악저지 대토론회’ 발제자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당 페이스북 방송 갈무리.
성창경 KBS 공영노조(3노조) 위원장이 7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방송장악저지 대토론회’ 발제자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당 페이스북 방송 갈무리.
그러면서 그는 “특히 노무현 정권 때 진보 매체에서 굉장히 많은 기자·PD를 특채 형식으로 뽑았는데 이렇게 원래 보수적이었던 KBS의 DNA와 피를 바꾼 것”이라며 “오늘 KBS와 숱한 많은 방송사를 좌파 언론인이 지배하는 이유는 과거 진보정권 10년에 심어둔 숙주가 만개하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지금 언론 불공정 사례가 다 거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당 토론회 내용과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당이 원하는 공영방송은 토론회 발제자처럼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과 답변만을 하는 ‘자유한국당 방송’임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KBS와 MBC를 정권이 장악하려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결국 방송의 정치적 독립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만을 위한 공영방송이 위기에 처했다는 절박함의 산물인 셈”이라며 “오늘 같은 자기만족 토론회를 계속해야 한다면 토론회가 아니라 ‘한국당 기관방송 사수 결의대회’라고 명칭을 바꾸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날 이상로 전 MBC 부국장은 “원래 블랙리스트는 좌파가 가지고 있었다”며 “우파 성향을 가진 언론인들이 훌륭한 보직, 높은 자리에 앉지 못하도록 그들(좌파)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금 MBC 파업 참여자가 많은 이유는 PD와 기자들이 방송국 내에서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등의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언론노조는 이상로 전 부국장의 발언에 대해 “당신과 같은 ‘우파 언론인들’이 보직을 맡지 못하도록 블랙리스트를 만들 정도의 힘을 가진 PD와 기자들이 어떻게 지난 9년 동안 부당한 해고와 징계, 어처구니없는 전보의 대상이 될 수 있었느냐”며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PD와 기자들이 무엇 때문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송을 포기하고 파업에 나섰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언론노조는 “토론회의 두 발제자는 각자 소속됐던 방송사 종사자들을 대표할 자격도 없을 뿐 아니라 한국당 의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발언만을 ‘발제’라는 형식으로 포장했을 따름”이라며 “한국당이 말하는 언론 공정성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논의할 토론회는 정치적 대립만을 부각할 정쟁의 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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